주간동아 298

2001.08.23

섹시 모녀의 엽기 사기극

  • < 신을진 기자 > happyend@donga.com

    입력2005-01-19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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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시 모녀의 엽기 사기극
    “엄마, 저 남자 어때?” “얘야, 얼굴을 보지 말고 지갑을 보렴.”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은 법. 자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가르치는 것이 부모 된 도리건만 딸에게 이렇게 ‘훈계’하는 엄마가 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딸을 데리고 다니며 ‘돈 많은 남자 빠른 시간 안에 꼬시는 법’ ‘돈 많고 명 짧은 남자 고르는 법’ ‘남자들이 가장 섹시하게 생각하는 옷 고르는 법’ ‘가장 유혹적으로 키스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

    우아하고 지적인 중년 여인 맥스(시고니 위버 분)와 여린 듯 하지만 섹시함이 철철 넘치는 매력의 소유자 페이지(제니퍼 러브 휴이트)는 백만장자만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고 다니는 엽기 모녀. 일단 엄마 맥스가 표적을 정해 특유의 ‘기술’로 표적을 유혹해 결혼식을 올리면 곧장 딸 페이지가 그 표적을 유혹해 현장을 덮치는 ‘작전’으로 많은 남자들의 돈을 뜯어왔다. 불법 중고차 매매센터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건달 ‘딘’을 만나 성공적으로 ‘작업’을 끝마치고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간 이들은 탈세혐의로 국세청에 돈을 다 빼앗기고 급기야 작업장소를 옮겨야 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섹시 모녀의 엽기 사기극
    엄마에게서 독립을 선언한 페이지를 설득해 마지막으로 한탕하기 위해 최고의 부자들이 사는 팜비치로 간 모녀.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작업실을 마련한다. 호텔 로비에서 딸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후 바닥에 살짝 기름을 뿌려놓으면 최고급 객실이 공짜. 레스토랑에서는 식사를 마친 후 음식에 유리조각을 뿌려놓고 이렇게 소리친다. “어머나, 세상에 이럴 수가!” 이렇게 하면 음식값을 내지 않아도 된다.

    모녀가 고른 목표물은 담배회사 사장 윌리엄 텐시(진 해트먼 분). 수십 년간의 골초생활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혐오스러운 백만장자를 유혹하기 위해 맥스는 미국 물정 모르는 러시아 여인 ‘올가’로 변신한다. 작업이 한창 무르익을 무렵, 그들에겐 뜻하지 않은 위기가 찾아온다. 엄마의 눈을 피해 또 다른 표적을 공략한 페이지가 그만 표적과 사랑에 빠진 것.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이 모녀에게 사기당한 건달 ‘딘’까지 이들을 잡으러 팜비치로 들어온다.

    섹시 모녀의 엽기 사기극
    코미디언 출신의 감독 데이빗 머킨은 데뷔작 ‘로미와 미셀’에 이어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코미디로 관객의 눈길을 붙잡는다. ‘모녀 사기단’이라는 설정은 기상천외하지만 보통사람들의 주변 생활과 감정에서 동떨어지지 않는 웃음의 리얼리티가 강점.



    이 영화는 ‘사랑이냐 돈이냐’를 놓고 갈등하는 현대 젊은 여성들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포스트 페미니즘’이라던가. 지금 미국의 젊은 여성들은 백만장자와 결혼하려는 목표를 뚜렷이 내세우고 실현에 옮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부자와 결혼하는 법’이란 강좌도 절찬리에 운영되고 있다는데, 이 역시 우리와 그리 동떨어진 얘기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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