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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2001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작 최순희의 ‘불온한 날씨’

멜로처럼 보이지만 멜로 같지 않은 소설

멜로처럼 보이지만 멜로 같지 않은 소설

멜로처럼 보이지만 멜로 같지 않은 소설
“겉보기에는 유부녀와의 평범한 연애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 진지한 존재론적인 물음을 던지는 관념적인 작품이에요. 달콤한 연애소설처럼 보여도 일반독자가 편안하게 다가가기엔 그리 쉽지 않을 텐데?”

여주인공 미건이 출판사 직원에게서 ‘어느 육체에 대한 기억’이라는 책의 번역을 의뢰받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실제로 번역작가인 최순희씨가 자신의 작품 ‘불온한 날씨’(동아일보사 펴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른다. 2001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된 ‘불온한 날씨’는 심사위원들에게서 “평범한 멜로가 아니라 대형 신인작가의 출현이 기대된다”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멜로처럼 보이지만 멜로 같지 않은 소설
가정과 직업(번역작가)을 가진 30대 여자가 그림을 그리는 연하의 남자(장석우)와 연애를 한다는 줄거리는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항공기 기장인 미건의 남편(상협)이 황사태풍으로 인한 항공기 사고로 죽는 소설의 첫장부터가 심상치 않다. 그리고 남편의 3주기를 맞은 미건이 장석우와의 첫만남을 회상하고 있을 때 이미 장석우는 ‘그녀를 무사히 딛고 통과하여 이젠 두 발로 서 있는 한 화가’가 되어 있다. 죄를 진 사람은 벌을 받지 않고(미건), 죄에 고뇌하는 사람(남편)이 벌을 받는다는 ‘불온한 날씨’의 결말에서 작가는 대속을 통한 구원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작품이 통속적인 연애소설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은 소설의 끝이 곧 시작과 맞물린 순환적 구성, 섬세한 인물묘사와 유려한 문체, 우연을 남발하지 않는 적절한 사건 배치 등 작가적 역량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도서정보학을 전공하고 로스앤젤레스 시립도서관에서 10년간 사서로 근무하다 1991년 수필계간지 ‘수필공원’(현 에세이 문학)을 통해 데뷔, ‘아무도 어른이 되지 않는다’ ‘로마의 일인자’ 등을 번역하며 탄탄하게 쌓아올린 최순희씨의 글솜씨가 이 첫 소설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주간동아 2001.04.17 280호 (p8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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