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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송수권의 풍류 맛기행 | 참망치회

‘쫄깃한 속살’ 東海의 별미

  • 시인 송수권

‘쫄깃한 속살’ 東海의 별미

‘쫄깃한 속살’ 東海의 별미
화진포(花津浦)는 글자가 의미한 그대로 동해 북단의 꽃나루다. 이곳에서 통일전망대는 멀지 않고 모래를 밟는 멋은 그 자체로서 국토 안에서 제일이다. 깊어가는 겨울밤, 해금강(海金剛)쪽 국자 모양으로 기우는 북두칠성 별자리를 읽으며 민족의 비원을 가슴에 새기는 일도 추억 만들기의 한 장면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귀양가는 것을 일러 자랑스럽게 ‘꽃놀이 간다’고 했다. 이곳에서야말로 몇 줄의 문장만으로도 시(詩)가 된다. 이 모래밭 송림 속에 바로 화진포 콘도가 있다. 김일성 별장도 이승만 별장도 이 안에 있어 군 전용이었지만 지금은 개방되어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사람들로 넘친다. 콘도는 군인 가족`-`친인척이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데 값이 싸고 음식이 좋아 매력적이다.

콘도식당(주윤옥·011-473-6008, 033-681-6080)에는 늘 싱싱한 횟거리를 마련해놓고 있다. 전복죽도 삼숙이탕도 참망치회도 있다. 삼숙이나 참망치는 동해안에서 먹을 수 있는 활어 가운데 별미다. 전복은 콘도에서 내다보이는 거북섬 일대가 전복밭이어서 직접 조달된다.

한겨울밤에 맛보는 참망치탕은 속앓이를 푸는 데 담백하고 시원해서 좋다. 모든 생선의 속살은 희거나 검붉은 빛깔인데 비해 참망치 속살은 검은색을 띠는 게 특징인데 쫄깃거리는 맛이 그만이다. 작은 치수는 3만~4만원, 큰 것은 5만~6만원인데 보통 6인분의 횟살이 나오니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전복죽은 1인분에 7000원이니 제주도보다 값이 싸다. 또 백반정식은 5000원인데 넙치구이나 청어구이는 셋이서도 물리지 않도록 먹을 수 있다.

주윤옥씨에 의하면 거진항과 대진항이 가까워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활어는 얼마든지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게 콘도식당의 장점이란다. 그래서 부두나 시장바닥에 들어가서 먹는 것보다 값이 싸고 바가지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되니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 화진포 콘도식당의 자랑거리다. 또 콘도를 빌릴 수 있다면(1박 1만8000원) 직접 취사를 할 수 있으니 가족 단위의 ‘한솥밥’ 재미도 쏠쏠하다. 창문을 열어놓고 난 뒤 바다에 뜨는 달도 좋고, 깊어 가는 겨울밤, 화진포 호수 쪽 몇 줄의 고니떼가 갈숲으로 기울어지는 풍경도 좋다. 설악산 속의 콘도가 갖지 못한 장점을 이곳에서야말로 만끽할 수 있어 흥취가 더한다.



‘쫄깃한 속살’ 東海의 별미
또 화진포의 봄은 어떤가.

윤사월 송화가루 아니라도/ 화진포에서야말로 기침을 앓는다./ 윤사월 봄 안개가 아니라도/ 화진포에서야말로 천식을 앓는다./ 김일성 별장엔 김일성이 없고/ 이승만 별장엔 이승만이 없다./ 이 봄날 그들도 진폐증을 앓다 간 것일까?/ 앞바다에 떠 있는 거북섬 하나가/ 네 발 첨벙대며 두 눈을 까물대며/ 저무는 海金剛쪽을 보고 있다./ 화진포에 와서 언제나 길이 막혀 있음은/ 지독한 안개군단이 아니라 해풍에 떠도는 송화가루 때문.

솔바람과 파도 소리에 섞여 떠도는 송화 가루가 열린 콘도의 창문을 날아들어 탁자에 몇 켜씩 쌓여 있는 모습이 송화다식을 해먹을 만큼 지독하다. 이것이 화진포의 늦은 봄 풍광이기도 하다. 호수에 지는 물안개와 갈대숲을 따라 도는 멋도 이곳이 아니면 쉽게 즐길 수 없으리라. 또한 커피숍의 ‘멋쟁이 부부론’ 십계명 중에 ‘계절마다 함께 여행을 하자’라고 쓴 탁자 위 글귀도 마음에 든다. 사방이 송림에 에워싸인 꽃나루의 꽃모래밭. 1·4 후퇴 휴전 막바지의 물고 물리는 고성(高城)전투야말로 피아 쌍방간에 많은 피를 흘렸다.

김일성이 통곡했다는 땅. 눈 쌓인 설악산까지가 북한에 넘어갔더라면 남쪽땅의 절경은 지리산밖에 없다. 그래서 김일성 별장도 이승만 별장도 이곳에 있다.

눈 쌓인 산봉우리들이 지금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간성(杆城)에서 통일전망대로 가는 7번 국도선 쪽으로 거진항을 지나 2km쯤 가면 원당리가 나오고 콘도의 팻말이 나온다. 속초에서 32km, 간성에서는 12km 지점이다. 대진항을 거쳐 전망대까지는 35km 정도, 건봉사(乾鳳寺)까지는 26km 거리다.





주간동아 2001.03.15 275호 (p90~90)

시인 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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