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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더 가까이” … 政·佛 동거시대

여야 불심 사로잡기 본격화 … 일부 ‘정치승’ 대권주자 줄대기 소문

  •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가까이 더 가까이” … 政·佛 동거시대

“가까이 더 가까이” … 政·佛 동거시대
지난 2월1일 부산에 있는 천태종 사찰 삼광사에서는 주지 이-취임식이 있었다. 등록신도만 30만명이라는 이 사찰은 부산지역 최대 사찰이다. 특이한 것은 2만여명이 운집한 이날 행사에 연등회(민주당 불자 의원들의 모임) 회장인 김기재 최고위원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점이다. 종단 차원의 행사도 아니고 조계종에서 주관하는 것도 아닌 사찰 주지의 이-취임식에 대통령의 축사가 전달된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삼광사의 사례는 2002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각종 움직임들이 불교계와 접목되면서 벌어지는 불교계의 ‘몸살’을 보여준다. 특히 여야의 영남 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불교 신도의 40% 가량이 몰려 있는 영남지역 사찰들이 집중적인 구애를 받고 있다. 문화관광부가 1999년 펴낸 ‘한국의 종교 현황’에 따르면 전체 불교 인구 1032만여명 가운데 440여만명이 영남 지역 신자다. 자연히 조계종 총무원(총무원장 정대)을 찾는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에는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의 움직임도 불교계의 화제가 되었다. 평소 1년에 한번 불교계 행사에 참석할까 말까한 이여사가 지난달 초에만 잇따라 두 번의 불교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여사는 2월1일 민주당 박상규 사무총장, 조성준-추미애 의원 등과 함께 조계사가 주최한 ‘실직자 돕기 바자’에 참석했다. 2월3일에는 불교방송에서 주최한 ‘거룩한 만남 500회 특집방송’에 김기재 연등회장과 함께 모습을 보였다. 이여사 측근들은 참석 여부에 관계없이 최근 들어 불교계 행사들을 빠짐없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까이 더 가까이” … 政·佛 동거시대
지난 1월19일 조계종 정대 총무원장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집권하면 희대의 정치보복이 난무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발언한 이후 불교계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관심은 전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그동안 활동이 뜸했던 김기재 연등회장은 지난달 22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총무원장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일주일에 서너 차례씩 불교 관련 행사에 적극 참석하고 있다. 연등회 고문인 한화갑 최고위원과 연등회 부회장인 김근태 최고위원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김중권 대표도 부인 홍기명 여사가 조계사 바자에 참석(2월1일) 하는 등 불교계 공들이기 대열에 합류했다.

연등회 이상곤 사무국장은 “지난 97년 대선 때처럼 당내에 별도의 ‘불교특별위원회’를 만들자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은 또 국회에 계류중이던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통과시켰다. 비지정문화재의 절도 사범에 대해서도 2년 이상의 징역형을 명시한 이 법의 통과는 불교계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여권과 불교계의 이런 ‘밀착’ 움직임이 항상 좋은 반응을 얻는 것만은 아니다. 정치권과 불교계의 ‘밀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 불교계 한 언론인은 “지금대로 가면 조계종 지도부는 여권 쪽으로 급격히 기울 가능성이 크다. 종교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에서 봤을 때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교계의 위험을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하나는 과거 실천불교전국승가회(약칭 실승) 같은 이른바 ‘종단 내 재야 승가세력’이 없다는 것. 실승은 정대 총무원장의 등장 이후 주요 사찰의 주지를 맡거나 종회의원으로 진출하는 등 종단에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정대 총무원장이 노골적으로 친여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대 스님은 1월19일 발언 이전에도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만났을 때 여러 번 비슷한 얘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한 인사는 “정대 스님의 발언 이후 불교계가 찬반으로 나뉘어 쪼개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1월13일 이회창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성지참배단’ 발대식을 갖고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며 불교계를 공략하고 있다. 전남 해남 대흥사와 충북 속리산 법주사 등을 참배한 데 이어 오는 17일에는 전남 장성 백양사를 참배할 예정이다. 이총재의 불교특보인 함종한 전 의원은 “순수하게 기도하러 다니는 모임”이라며 “80∼100명 정도가 참가한다”고 전했다. 함특보는 요즘 정대 스님과 3일에 한 번 꼴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며 “화두(1·19 발언을 지칭)를 던져주셔서 고맙다고 정대 스님에게 말했다”며 짐짓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정대 스님의 발언 이후 전반적인 활동이 전보다 위축됐다는 게 불교계 내부의 평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당사에서 두 차례 법회를 열었지만 ‘법어(法語) 없는 법회?’라고 불교신문이 비판한 것에서 보듯 불교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조계종 총무원은 한나라당이 사람을 보내 정중하게 초청하지 않고 전화나 팩스를 통한 초청 형식을 취한 데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함특보는 “앞으로는 사찰에 가서 법회를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불교계에서는 이총재가 정대 스님의 발언 직후 충남 예산 수덕사를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차라리 당당하게 정대 스님을 방문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뜻 있는 불교계 인사들은 표를 얻기 위해 불교계를 파고드는 정치권도 문제지만 정치권과 줄을 대려는 일부 ‘정치승’(政治僧)들도 문제라고 꼬집는다. 참여불교 재가연대(약칭 재가연대·대표 박광서) 이영철 사무처장은 “정치권 실세들과의 친분 다지기는 교부금 확보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각종 불사 등을 위해 돈이 아쉬운 불교계가 정치권 인사를 통해 교부금을 얻어내고자 한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는 “불교계 내부가 종교계답지 않게 상당 부분 정치화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조계종에는 사회의 국회에 해당하는 종회가 있는데 98년부터 몇 개의 모임들이 생겨났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를 중심으로 한 일여회(一如會), 일여회에 반발한 소장파들이 만든 청림회(靑林會), 그리고 중진 스님 중심의 육화회(育和會) 등이다. 이 가운데 육화회는 99년 들어 무등회(無等會)와 원융회(圓融會)로 다시 분화됐다. 애초에 이들 결사체는 종책 연구를 창립 목적으로 내걸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세력’ 이상의 의미를 갖기가 어렵게 되었다. 종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키기 전 이들끼리의 조율을 거치는 등 정치권의 ‘계파’와 흡사한 모습이 나타난다.

최근 불교계에는 “(여권의) 한 대선 주자가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를 명확히 할 것을 모단체에 통고했다”거나 “쭛쭛가 정치권 모 실세를 업고 총무원장을 노리고 있다”는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쭛쭛스님은 대선 주자 쭛쭛를 지지한다”는 말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김종찬 전 불교신문 편집국장은 “종단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정치권을 끌어들이는 일부 정치승들이 청산돼야 불교의 독립된 위상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01.03.15 275호 (p28~29)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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