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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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뜬다

재취업·창업 등 제2 출발 지원하는 전직 지원 서비스… 한통 등 도입 ‘실직 걱정 절반’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5-03-21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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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뜬다
    99년 6월 말 한국통신을 ‘명예퇴직’한 심언구씨는 작년 5월 당시 퇴직한 동료 2명과 함께 서울 목동5거리 부근에 자동차 정비업소 ㈜한네트ims를 차렸다. 심씨는 “아직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지만 가능성이 엿보인다”면서 “인생을 다시 살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심씨가 무리없이 제2의 인생을 개척하는 데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전직 지원 서비스)업체 ㈜CBS컨설팅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CBS컨설팅은 한국통신이 퇴직 직원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서울 목동에 마련한 KT그린플랜지원센터 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심씨는 “CBS컨설팅으로부터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 새삼 한국통신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의 판매 자회사인 ㈜포스틸은 99년 초 구조조정 차원에서 15명의 직원을 내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갖게 되는 회사에 대한 배신감이나 원망을 최소화하고 남아 있는 동료들의 사기 저하를 막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포스틸이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퇴직자들을 위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포스틸은 미국에 본사를 둔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전문업체 DBM 코리아와 국내 기업 최초로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 포항제철 자회사답게 선진적인 고용조정 프로그램을 실시한 셈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뜬다
    포스틸측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형섭 포스틸 총무인사실장은 “퇴직 직원 모두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통해 일단 성공적으로 재취업 또는 창업을 한 탓인지 회사에 대한 퇴직자들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등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최근 급격한 경기 침체로 인한 실업대란이 우려되는 데다 정부가 일상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시스템을 정비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예에서 보듯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조정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도입이기 때문이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란 구조조정 또는 다운사이징 기업의 해고자가 정신적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사무공간 및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그 해고자의 업무 능력과 핵심 능력, 선호도 등을 파악해 재취업 또는 창업 등 새로운 진로를 효과적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적인 컨설팅 서비스다. 특정 기업에서 고용조정을 실시하는 경우 해고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회사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고, 남아 있는 근로자들 역시 사기가 크게 떨어지기 쉽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전문적인 서비스 업체의 도움으로 해고자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일반화된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다운사이징 물결이 일기 시작한 80년대부터 거의 모든 대규모 기업이 효과적인 고용조정 방안의 하나로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67년 세계 최초로 아웃플레이스먼트 개념을 창안, 현재 전세계에 204개의 지사를 갖고 있는 DBM의 한국 지사(DBM 코리아) 김규동 대표는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75%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상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아웃플레이스먼트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도입되지 않은 상태.

    현재 국내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는 98년 한국에 진출한 DBM코리아(대표 김규동)를 비롯, 다음해 진출한 아데코 코리아(대표 최정아), 그리고 CBS(대표 김웅태) 등이 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이 그동안 이들 업체를 주로 이용했고, 국내 기업 가운데는 포항제철 판매 자회사 ㈜포스틸, 공기업 한국통신 정도가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밖에 현재 제일제당은 퇴직 예정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곳은 DBM코리아. 이 회사 한재용 부사장은 “그동안 48개 기업 800여명에 대해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퇴직 후 4개월 이내에 재취업 또는 창업한 사람의 비율이 73%이고, 이들 중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79%, 나머지 21%는 창업을 택한 사람이다. 반면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의 성공률은 고작 15%에 불과하다”고 소개했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가 뜬다
    DBM 코리아는 2월5일 노동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 계약을 따냈다. 해외 매각을 앞두고 구조조정이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대우자동차의 사무직 퇴직자 300명에 대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제공 계약이 그것이다. 국내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계약사상 최대 규모다.

    대우차 사무노위 최종성 위원장은 “인력조정이 불가피하지만 무작정 길거리로 내모는 식이어서는 곤란하고 그야말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모색하다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얘기를 듣고 회사측에 제안해 이 서비스를 도입하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최위원장은 이어 “그동안 회사 내에 노동부 지원을 받는 취업지원센터가 있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면서 “앞으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전사회적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노동부가 뒤늦게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대우차 사무노위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다. 대우차 사무노위는 그동안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여야 의원들뿐 아니라 장영철 노사정위원장을 면담, 정부 차원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도입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노동부가 2월2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를 실시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보고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구조조정이 일상화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사간에 해고의 고통을 줄이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들은 이제부터라도 고용조정을 위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고, 정부도 기존의 실업대책으로는 미진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대한 재정적 지원 방안 마련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해야”(한국노동연구원 최영기 부원장)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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