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8

2001.01.18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서해의 해금강’

  • 입력2005-03-09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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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서해의 해금강’
    백령도는 가깝고도 먼 섬이다. 가장 가까운 육지인 황해도 장연땅과의 거리는 불과 10여km. 바다 저편의 빤히 바라보이는 뭍에서는 인기척이 들릴 듯하고, 동틀 무렵이면 ‘장산곶의 닭울음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올 법’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백령도는 인천항에서 무려 200km의 뱃길을 헤쳐가야 되는 머나먼 섬이다. 시속 40노트의 초쾌속선으로도 약 4시간이 넘게 걸리는 뱃길이다. 더욱이 인천 앞바다의 올망졸망한 섬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뒤로는 허허로운 망망대해를 한참동안 내달리는 탓에 그곳까지의 여정은 유달리 고단하고도 지루하다.

    수평선만 보이는 바다를 한나절 가까이 달려온 여객선은 대청도에 잠시 들렀다가 마침내 백령도의 용기포에 닻을 내린다. 하지만 길고 지루한 뱃길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보다도 먼저 느껴지는 것은 접적지역(接敵地域) 특유의 긴장감이다. 어디서나 군부대와 병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데다 섬의 북쪽 해안에서는 북녘땅이 손에 잡힐 만치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섬의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다 보면 그런 긴장감 따위는 자신도 모르게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백령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모두 바닷가에 몰려 있다. 특히 북녘땅의 장산곶과 마주보는 두무진 해안은 ‘서해의 해금강’이라고도 불릴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이곳에는 숱한 세월 동안 모진 비바람과 파도에 씻기고 깎여나간 선대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등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수백m나 늘어서 있다.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과 맑고 푸른 바다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우뚝 솟아오른 기암과 깎아지른 암벽이 마치 대군(大軍)을 호령하는 장수의 모습처럼 위풍당당하다. 두무진(頭武津)이라는 지명도 ‘우뚝한 바위들의 형상이 장수들의 머리와 같다’는 데서 생겨났다고 한다. 백령도에 다녀온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을 하나만 꼽으라면 대부분 이곳을 꼽는다.

    여객선이 드나드는 용기포 남쪽의 사곶해수욕장은 전세계적으로도 두 곳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이라는 점에서 특이한 곳이다. 폭 200m의 경사 완만한 백사장이 3km 가량 이어지는데, 규조토(硅藻土)로 이루어져 있어 콘크리트 바닥처럼 단단하다. 그래서 자동차가 지나다녀도 될 뿐만 아니라 비상시에는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백사장 뒤편에는 울창한 송림이 둘러쳐져 있어 여름철이면 해수욕을 즐기려는 육지 사람들의 발길이 제법 잦은 편이다.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서해의 해금강’
    두무진, 콩돌해변 등 천혜의 명소 … 심청전 무대, 까나리 액젓 유명 중화동의 ‘콩돌해변’도 백령도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 하나다. 이곳에 깔린 돌의 크기며 색깔이 누런 콩과 매우 흡사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데, 걸음을 옮길 적마다 들려오는 ‘뽀드락 뽀드락’ 하는 소리와 발바닥에 전해오는 감촉이 매우 유쾌하고 시원하다.



    ‘심청전’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는 백령도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황해도에 딸린 섬이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이후 황해도의 옹진반도가 휴전선 이북지역이 되자 경기만(京畿灣)에 흩어진 여러 섬과 함께 경기도 옹진군이 되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편입된 지금도 백령도의 원주민들은 황해도 특유의 말씨와 풍습을 지니고 있으며, 전쟁 때 피난온 사람들도 황해도 출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백령도는 섬인데도 불구하고 어민은 전체 주민의 약 9%에 불과한 반면, 농민은 약 47%나 된다. 이는 “한해 농사로 삼년을 먹을 수 있다”고 할 만큼 땅이 비옥하고 경지정리도 잘 되어 있는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어로수역과 어로시간의 규제로 말미암아 고기잡이보다는 농사짓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서해의 해금강’
    그러나 백령도 주변의 바다는 오염원이 거의 없는 청정해역이라 다른 지방의 해산물보다 이곳의 해산물은 깨끗하면서 맛도 아주 좋다고 한다. 까나리 광어 우럭 전복 등이 많이 잡히는데, 특히 까나리가 유명하다. 멸치의 사촌쯤 되는 까나리는 깨끗이 씻은 다음 소금에 절여 액젓으로 가공되는데, 백령도의 어느 포구나 갯마을에 가더라도 까나리 삭히는 플라스틱 통이 수백개씩 늘어선 광경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백령도는 해안경관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심청전’과 관련된 전설이 서려 있어 오래 전부터 관광지로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에는 뱃길도 불편한데다가 군사적인 이유로 출입과 관광이 제한된 탓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했다. 그러나 지난 1992년에 시속 40노트의 쾌속선이 취항한 이후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들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항에서 10시간도 넘게 걸리던 뱃길은 4시간으로 짧아졌고 검문검색과 출입제한도 크게 완화돼 누구나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출입이 가능해진 덕택이다.

    하지만 백령도는 아직까지도 여느 관광지처럼 편하게 돌아보기는 어려운 곳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섬 안에서의 교통편이 여간 불편하지 않다. 또한 안개가 짙거나 파도가 높은 날이면 짧게는 하루 이틀, 길게는 열흘이 넘도록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백령도 여행의 일정은 좀 여유있게 잡는 게 좋다. 그래야 여정(旅程) 내내 마음졸이거나 조바심치지 않고 그곳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인정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다.

    천연활주로를 끼고 있는 사곶의 한국통신 옆에 위치한 사곶냉면집(836-0559)은 냉면 맛이 좋기로 소문난 집이다. 냉면의 면발과 고명, 상차림은 조금 투박하지만 냉면 맛 하나만큼은 일품이다. 까나리액젓으로 간을 맞춘 육수의 맛이 아주 진하면서도 뒷맛은 깔끔하고 담백하다. 수육의 육질도 기름기가 적당해서 부드럽고, 메밀을 듬뿍 넣어 쫄깃한 황해도식 막국수도 이집의 별미다. 두무진의 선대횟집(836-0755)도 백령도에서는 알아주는 맛집이다. 그 밖에도 진촌리에는 각종 음식점이 몰려 있고, 대부분의 민박집에서는 손님이 요구하면 식사를 차려준다.

    진촌리에 문화모텔(836-7001) 이화장(836-5101) 그린파크(836-5551) 등의 장급여관이 여럿 있다. 그리고 사곶에는 이순영(836-0452) 김옥선(836-0375) 최동녀씨(836-0560)댁, 두무진에는 선대횟집(836-0755) 이원배(836-0369) 김화숙씨(836-3150)댁 등의 민박집이 있다.

    ▶교통

    ·인천→백령도: 세모해운(884-8700)의 데모크라시5호와 페가서스호, 진도운수(888-9600)의 백령아일랜드호가 동계(10월21일∼이듬해 3월14일)에는 하루 2회(7:40 12:40) 출항한다. 소청도와 대청도를 경유하며, 백령도까지는 4시간∼4시간30분 가량 소요된다. 백령도발 인천행 여객선의 출항시간도 동일하다.

    ※백령도행 여객선은 기상악화, 선박수리 등의 이유로 결항률이 아주 높다. 그러므로 배를 타러 부두로 나가기 전에 인천항(888-8052)이나 용기포항(836-5252), 각 여객선사에 출항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백령도 내의 교통편: 백령도를 한 바퀴 돌아오는 마을버스(836-5737)가 뱃시간에 맞춰 하루 3회 가량 운행한다. 단체관광객이나 여름철에는 백령여행사(836-6662)의 관광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 밖에도 렌터카(836-7890)와 김만섭(836-0117) 장익태(836-0016) 손동일씨(836-0201) 등의 개인택시가 있다. 개인택시는 대체로 콜택시처럼 불러서 이용하는데, 요금은 기본요금에다 구간별로 협정요금이 추가된다.

    ※ 지역번호 : 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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