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6

2001.01.04

배꼽 잡고 책 읽는 사이‘이야기꾼’다 됐네

  • 입력2005-03-04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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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서 ‘교과서 같다’는 말은 앞뒤가 꽉 막혀 융통성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덧붙여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것의 상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답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비틀어보는 방법을, 그것도 배꼽을 잡아가면서 가르쳐주는 책이 있다.

    하버드대 출신 영문학자 리처드 아머가 쓴 ‘코믹 역사북 시리즈’(시공사 펴냄)는 널리 알려진 역사를 풍자와 역설로 뒤집어버린다. 총 8권의 시리즈 중 ‘모든 것은 이브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것은 돌멩이와 몽둥이로부터 시작되었다’ 등 2권이 1차로 출간됐다. 저자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풍자적으로 풀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이 시리즈를 추천한 윤구병씨(변산공동체학교장)는 “아머는 위선적이고 가증스러운, 학문을 빙자한 사기놀음에 똥침을 놓는 사람이다. 아머 같은 사람이 세 사람만 있었다면 우리 인문학은 서태지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을 것”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코믹 역사북 시리즈’가 비틀어가며 역사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면, 피에르 제르마의 ‘세계의 최초들 1·2’(하늘연못 펴냄)는 사물의 기원을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한다. 그러나 단순 나열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물음을 가지고 숨겨진 역사를 파헤쳤다는 것이 흥미롭다. ‘흔들의자와 부부침대의 유래는?’ ‘전당포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나?’ ‘가장 오래된 제왕절개 수술은?’ 등등 교과서에 안 나오는 지식들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이 책을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고 잠들기 전에 무수한 발견과 창의의 비밀을 캐내듯 읽었다고 한다.

    전 ‘과학동아’기자였던 전용훈씨의 ‘물구나무 과학’(문학과지성사 펴냄)도 그냥 묻어둘 수밖에 없었던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풀어준다는 점에서 교과서가 하지 못한 역할을 다한다. ‘대추나무를 시집보내는 내력’ ‘엄마 손이 약손인 까닭’ ‘아이들을 오줌싸게로 만드는 도깨비불의 정체’ ‘초상화들이 대개 왼쪽 얼굴인 이유’ 등 우리 문화의 풍속과 관련된 37가지 과학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정도를 독파한다면 어느 자리에서도 화제가 달리지 않는 이야기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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