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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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과거 스크린 통해 복원

  • 입력2005-06-10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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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과거 스크린 통해 복원
    영화가 역사적인 사건으로부터 소재를 가져온 것은 오래되고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읽는 것은 새로운 시도다. ‘역사와 문화 제2호’(푸른숲 펴냄)는 ‘영화 속의 역사’ ‘역사 속의 영화’라는 주제로 특집을 마련하면서 둘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시작했다. 김수진씨(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는 “영화는 특유의 장치가 발휘하는 ‘진실효과’(verisimilitude)를 통해 죽어 있는 과거를 ‘살아 있는’ 과거로 복원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기억을 사회적으로 생산하는 중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 시도는 역사학계에 새로운 역사학 방법론을 제시할 뿐 아니라, 영화인들에게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영화가 어떻게 역사 쓰기를 실천하고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에 흥미로운 작업이다. 김수진씨는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과 독일 여성감독 헬마 산더스-브람스의 ‘독일, 창백한 어머니’를 비교한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6·25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지만 전쟁을 아버지와 아들의 시선(아름다운 시절)으로 보는지 어머니와 딸의 시선(창백한 어머니)으로 보는지에서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김태승 교수(아주대·중국사)는 장이모의 ‘인생’과 강문의 ‘햇빛 쏟아지던 날들’(두 작품 모두 1995년 발표)에 나타난 문화혁명을 대비한다. ‘인생’이 문화대혁명 시기 공동체적 가치의 과잉 충전으로 말미암아 매몰된 개인적 가치를 부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햇빛 쏟아지던 날들’은 역사와 권위를 해체하고 조롱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갔다는 점에서 강문을 한 수 위로 평가했다.

    이상빈씨(한국외대 외국문학연구소·불문학 박사)는 99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예술적 미학적 방식으로 유태인 대학살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면,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클로드 란츠만의 ‘쇼아’는 생존자들의 여과되지 않은 관점을 보여줌으로써 보다 충실하게 대학살을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그 밖에 주경철 교수(서울대·서양사학)의 ‘디즈니 만화영화의 문화사’, 박단 교수(한성대·프랑스사)의 ‘하얀 외침 검은 태양을 통해 본 1930년대 프랑스 노동자와 이민 노동자’ 등 기존 영화평론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영화 읽기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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