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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즐겁다

‘왕초보’에게 해외연수는 고통뿐

‘왕초보’에게 해외연수는 고통뿐

‘왕초보’에게 해외연수는 고통뿐
IMF 사태로 인해 한풀 꺾인 듯하더니 해외어학연수를 떠나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 학교를 휴학하고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직장까지 그만두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

“웬수 같은 영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내고 말리라!” 하는 비장한 각오로 떠나지만, 돌아올 때 보면 천차만별이다. 꽤 영어실력이 늘어서 돌아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 영어에 오히려 주눅만 잔뜩 들어서 오는 사람도 많다. 모처럼 돈 들여서 하는 연수가 이처럼 좌절감만 안겨주는 이유는 충분한 준비 없이 갔기 때문이다. ‘연수 전 준비학습’이야말로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해외 어학연수의 이점은 무엇인가. 모든 일상생활을 영어로 해야 하는 ‘영어환경’ 속에서 ‘영어를 접하고 사용하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영어기초력’이 들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영어 환경’도 스트레스만 쌓이는 ‘고통의 환경’이 될 수밖에 없다. 해외 어학연수는, 국내에서 갈고 닦은 영어실력을 ‘진짜 영어환경’ 속에서 실제로 ‘사용해보며’ 숙달시키러 가는 경우에는 성공하고, 잘 못하는 영어를 ‘배우러’가는 경우에는 대부분 실패한다. 기초 실력이 별로 없는 상태로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온 C군의 사례가 그렇다.

“하루종일 영어로 대화하며 신나게 회화를 연습하겠지 하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수업도 주로 문법 독해 작문만 하는데다가, 밤새우며 숙제를 해내기에도 정신이 없었다. 대화상대라 해봐야 함께 간 한국학생들이나, 괴상한 발음으로 엉터리 영어를 지껄여대는 다른 나라 연수생들뿐이고, 현지 미국인 학생들과 사귈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장소만 미국 땅일 뿐이지 한국에서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별로 나은 것 같지도 않고, 하루하루 별 소득 없이 시간만 가는 게 그렇게 답답할 수가 없었다.”

기초력이 부족한 상태로 어학연수를 간 사람의 전형적인 예다. 어학연수를 가려면 우선, 가끔씩 사전을 뒤적여 가며 영자신문을 이해하는 정도의 독해력은 돼야 하고, 또한 CNN이나 AFKN 뉴스를 듣고 절반 정도는 뜻을 짐작하는 기본실력은 있어야 한다. 좀 엄격하다 싶지만 이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이라면 무작정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에 국내에서 좀더 기초실력을 쌓는 것이 낫다.



또 일부 대기업 입사에서 어학연수 경험자들에 대해 가산점을 적용하는 것도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어학연수를 자칫 이력서를 쓰기 위한 형식적인 것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다. 기초력 없는 어학연수는 외화 낭비일 뿐이다. 어학연수를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먼저 영어엔진을 탄탄히 다듬은 다음에 가야, 제대로 돈 값을 하고 온다는 말이다.



주간동아 2000.09.21 252호 (p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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