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8

2000.08.24

환경사랑 길라잡이 ‘7편 7색’

  • 입력2005-09-26 12: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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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사랑 길라잡이 ‘7편 7색’
    한국 내셔널트러스트운동본부가 동강을 살리기 위해 주변 문희마을 2만평을 매입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듣고 요코가와 세쯔코의 책 ‘토토로의 숲을 찾다’가 떠올랐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이웃 토토로’의 무대가 된 도쿄도(都) 사야마 구릉지대는 신주쿠의 개발로 점차 개간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위기감을 느낀 일본시민들은 90년 ‘토토로의 고향 기금위원회’를 결성하고 이듬해 8월 360평의 잡목림을 사들이면서 ‘토토로의 숲 제1호’를 탄생시킨다.

    다음엔 한국으로 돌아와 박그림씨의 ‘산양똥을 먹는 사람’을 읽어보자. 그는 설악산에 드나들다 산양 쫓아다니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산양은 1968년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됐고 98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됐지만 수렵과 밀렵, 등산객의 범람으로 이제 전국적으로 15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박그림씨는 산양의 흔적을 쫓아다니면서 실제로 산양똥을 먹고, 산양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사람들에게 똥을 나눠주기도 한다. 산양이 사라진다는 것은 설악산의 훼손이 절망적이라는 것이고, 그 산에 사는 다른 동물들도 씨가 마르고 있다는 증거다. 설악산의 훼손상태를 고발한 생생한 사진과 글에서 박그림씨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끼게 된다.

    설악산 여행을 마치고도 아직 여력이 있다면 김재일씨의 ‘생태기행1·2’를 권한다. 두레생태기행의 회장인 저자는 “생태기행이란 시민들이 자연생태계 탐방을 통해 자연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고, 생태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교육여행”이라고 설명한다. 중부권과 남부권으로 나누어 소개한 두 권의 책에서 저자는 자연을 즐기는 쪽보다 배우고 보전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 생태기행의 의미를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환경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이 불타올랐다면 왜 환경이 중요한지, 그리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공부해 보기로 하자.



    영국의 환경-개발 컨설턴트 노먼 마이어스가 쓴 ‘가이아의 기업’은 “환경과 경제 사이의 갈등은 화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뒤집는다. 오히려 환경은 비용이 아니라 최대의 기회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경영자들이 재생지를 사용하는 것이 새 펄프로 만든 종이보다 훨씬 더 비싸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종이의 직접생산비용만 감안한 것이고 간접적인 환경 관련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새 종이를 만들기 위해 벌목, 수송, 제작비용뿐만 아니라 산림 고갈과 하천유역의 침수까지 비용으로 계산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노먼 마이어스가 기업의 입장에서 환경문제를 풀어갔다면, 마리아 미스와 반다나 시바의 공저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의 관점에서 환경을 다룬다. 두 저자는 “페미니스트는 여성의 해방을 추구하지만, 근대화와 개발과 진보가 자연세계를 오염시키는 원인이라는 것도 묵과할 수 없다. 환경재난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며, 환경파괴에 대항해 싸우는 여성이라면 여성과 자연에 대한 폭력 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이 책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

    좀더 시야를 넓히려면 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환경과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 이후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제시된 계획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젠다 21’의 필자들은 주로 독일계 지성들로 이들은 국제환경정책이나 환경친화적 생산방식, 생태교육, 국민보건제도 등에서 구체적이고도 실현 가능한 방법들을 제시했다는 점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환경을 역사적 시각에서 접근한 앨프리드 W. 크로스비의 ‘생태제국주의’(지식의 풍경)는 서구문명이 팽창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옮겨간 잡초, 동물, 병원균, 미생물이 어떻게 신대륙의 토착종을 몰아내거나 절멸시켰는지 설명한다.

    순간의 분노보다는 냉철한 지식으로 무장하는 것이 긴 호흡에서 환경운동을 지속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 믿으며 여름이 끝나기 전 한 권이라도 깊이 읽게 되기를 바란다.

    ▷토토로의 숲을 찾다/ 요코가와 세쯔코 지음/ 이후 펴냄/ 224쪽/ 8500원

    ▷산양똥을 먹는 사람/ 박그림 지음/ 명상 펴냄/ 240쪽/ 8500원

    ▷생태기행 1·2/ 김재일 지음/ 당대 펴냄/ 각 332쪽/ 각 1만2000원

    ▷가이아의 기업/ 노먼 마이어스 지음/ 시대의 창 펴냄/ 272쪽/ 8000원

    ▷에코페미니즘/ 미스·시바 공저/ 창작과비평사 펴냄/ 404쪽/ 1만3000원

    ▷아젠다 21/ 비르기트 브로이엘 편저/ 생각의 나무 펴냄/ 380쪽/ 1만5000원

    ▷생태제국주의/ 크로스비 지음/ 지식의 풍경 펴냄/ 442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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