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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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직, “불명예 퇴진 못한다”

2002 월드컵 조직위원장 교체 파문…“정치적으로 대응, 명예롭게 죽을 각오”

  • 입력2005-08-08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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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직, “불명예 퇴진 못한다”
    조세형 민주당 상임고문 2002 월드컵대회 새 조직위원장 내정’. 7월22일자 신문은 일제히 박세직 위원장의 교체를 기정사실로 보도했다.

    지난해 말부터 나돌던 박위원장의 중도퇴진설이 갑자기 유포되기 시작한 것은 20일 오후. 진원지는 대한축구협회였다. 조중연 축구협회 전무(조직위 집행위원 겸직)가 “문화관광부를 통해 박위원장 해임을 위한 임시위원총회가 소집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문을 열면서 파문이 확산됐고, 여당측도 조세형 내정자의 이름을 흘리며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그러나 7월22일 토요일 오후 3시, 평창동 올림피아 호텔에서 만난 박세직 위원장은 일련의 과정을 털어놓으며 “불명예 퇴진은 절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언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았나.

    “그동안 정치권에서 월드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재선임된 마당에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지 못했다. 임기 3년을 새로 시작한 지 6개월도 안 됐고 업무상 특별한 하자 없이 퇴진을 종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직도 포기하고 조직위에 상근하는 내게 이럴 수 있나.”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직접 퇴진을 종용했다고 하는데….

    “지난 5월 박장관이 이홍석 차관보를 보내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때는 오래 했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완곡한 요구였다. 그 뒤 6월 초 박장관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나의 퇴진이 정부 방침이라며 협조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께도 보고가 됐으니까 그렇게 얘기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확인하지는 않았다.”

    박장관이 거론한 퇴진 이유는 뭔가.

    “정몽준 축구협회장과의 불화, 조직위 활동의 미비, 리더십 부족 등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불화가 아니라 이견일 뿐이며 구체적으로 드러난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따지자 박장관도 할 말이 없는 듯했다. 그런데 7월 초 다시 문화관광부 산하 월드컵문화시민협의회(현 회장 이영덕) 회장이 곧 임기만료되니 그 자리로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이틀 후 위원총회를 열어 불신임결의를 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조직위원장 자리가 필요해 억지로 나를 밀어내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말이 들려오지만 믿고 싶지 않다. 정회장의 민주당 입당과 이 문제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지만, 나 대신 민주당의 핵심적인 정치인을 데려온다는 것은 월드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제(21일) 강원용 이어령 민관식 선생 등 11명의 원로들로 구성된 ‘2002월드컵 원로 자문위원단’이 긴급히 모여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래서 만장일치(찬성 8명, 3명은 외유)로 ‘정치적인 이유로 박위원장을 도중 하차시켜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청와대에 보냈다. 대통령께서 이 건의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기다리고 있다. 한편 조직위 위원들에게 나의 거취에 대해 의사를 타진해볼 생각이다.”

    문화관광부는 이번 일과 여권공조를 연관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데, 자민련은 어떤 입장인가.

    “김종필 명예총재와 이한동 총리를 직접 만났다. 그분들이 관계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나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장관이 ‘정치적으로 왔으니 정치적으로 그만두라’고 요구한다면, 나도 정치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위원총회에서 해임이 결의될 거라고 생각하나.

    “위원 과반수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위원장은 20일 이내에 총회를 열어야 한다. 문화관광부 직원이 직접 서명을 받으러 다닌 것으로 안다. 서명을 거부한 사람들이 내게 알려줘 이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그 전에 대통령의 뜻이 중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명예로운 전사냐, 상처 없는 후퇴냐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박위원장의 마음은 이미 ‘명예로운 전사’ 쪽으로 기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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