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0

2022.03.11

MZ세대 특화 플랫폼 전력투구하는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우리은행이 ‘e스포츠 마케팅’에 진심인 이유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22-03-1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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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우리WON뱅킹 고등LoL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한 아현산업정보학교 학생들. [사진 제공 · 우리은행]

    지난해 11월 27일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열린 ‘우리WON뱅킹 고등LoL리그’ 결승전에서 우승한 아현산업정보학교 학생들. [사진 제공 · 우리은행]

    온라인 롤(LOL: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에 진심인 대학생 김선우(21) 씨는 얼마 전 친구로부터 귀가 솔깃해지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추천받았다.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경기에서 골드킹(게임에서 골드를 가장 많이 모은 선수)에 투표하거나, 승리팀을 예측해 맞히면 골드리워드 100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앱이었다. 이벤트 참여 후 쌓인 포인트는 게임 아이템으로 즉시 교환 가능해 “롤 게임 좀 한다”는 20, 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다.

    이 앱은 바로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우리WON뱅킹’. 평소 계좌 이체 때나 앱을 열어보던 김 씨도 LCK 이벤트를 알고부터는 수시로 우리WON뱅킹에 접속한다. 김 씨는 1라운드와 2라운드 5주 차, 6주 차, 7주 차에 내리 응모해 ‘WON하는 LCK 골드 교환소’에서 LOL 게임 아이템 코드를 교환받았다. 최종 목표는 LOL 스킨을 얻는 것. 레벨에 따라 얻는 포인트도 달라지는데, 레벨을 올리고 싶으면 우리은행 적금, 주택청약종합저축 등 상품에 가입하거나 우리WON뱅킹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참여하면 된다. 김 씨는 “경기가 열릴 때마다 좋아하는 선수도 응원하고 승부 결과에 따라 게임 포인트까지 받을 수 있어 소확행으로 딱이다”라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신

    우리은행이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주요 경기 현장 이벤트 부스에서 결승전 티켓 제공 이벤트 등 MZ세대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주요 경기 현장 이벤트 부스에서 결승전 티켓 제공 이벤트 등 MZ세대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e스포츠 대표주자인 LOL과 협업한 배경에는 미래 잠재 고객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확보 전략이 깔려 있다. LOL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으로 한국 리그인 LCK 역시 9년째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2019년 1월 서울 종로구 롤파크에서 처음 LCK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해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LCK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우리은행 측은 “e스포츠를 대표하는 LCK와 파트너십이 젊고 역동적인 우리은행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MZ세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미래 고객을 유치하고 고객 저변을 넓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금융업계 최대 화두는 MZ세대 확보다. MZ세대가 우리 사회 트렌드세터(trend setter)로 자리매김하면서 MZ세대를 대표하는 디지털 문화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의 중심이 MZ세대로 향하는 이유는 개인 소득 증대와 더불어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로부터 상속 또한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오픈인베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의 2030년 소득은 2020년 대비 약 5배,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 이후 출생자)는 2배로 늘어나고 상속에 따른 밀레니얼 세대의 자산은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을 향한 금융업계의 구애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욱이 속도와 간편성을 무기로 금융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사 차원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금융사들이 가장 공들이는 작업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변신이다. ‘금융’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올드함에서 벗어나 전용 브랜드를 구축하고, 이를 금융 플랫폼으로 만들어 기존과 차별화되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타사 서비스를 따라 하거나 기계적으로 상품을 만들어내는 관행에서 벗어나 각자 차별화된 콘텐츠로 세대별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WON뱅킹은 MZ세대를 겨냥한 대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WON하는 LCK’ 서비스가 우리WON뱅킹 메인 화면(바로가기 메뉴)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승기 누가 잡을까

    우리WON뱅킹은 세대별 특성을 반영한 각기 다른 메인화면을 제공한다. MZ세대를 위한 펀(fun) 타입과 시니어 세대를 위한 이지(easy) 타입, 그리고 기본 메인화면인 베이직 타입 등 총 3가지가 있다. 이 중 펀 타입은 나만의 목표를 직접 설정하고 달성률을 확인할 수 있는 관리 서비스 ‘WON챌린지’가 우선적으로 노출된다. 또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폰꾸(휴대전화 꾸미기) 등 꾸미기에 진심인 MZ세대 취향을 적극 반영해 앱 메인 화면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우리WON뱅킹 바로가기 메뉴에서는 편의점 배달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My편의점 아이콘을 터치하면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물건을 배달받을 수 있는데, 이는 은행권 금융 플랫폼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서비스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식료품 및 생필품 등을 1만5000원 이상 주문해 결제할 경우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My편의점 서비스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그 주인공은 바로 최근 신설된 우리은행 디지털그룹 내 ‘MZ마케팅팀’이다. MZ마케팅팀은 과장급 팀장을 포함한 모든 팀원이 MZ세대로 구성돼 있다. ‘MZ세대를 이해하는 건 오로지 MZ세대뿐’이라는 생각으로 꾸린 조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디지털 부문 조직 개편을 통해 ‘MyData(마이데이터)사업부’도 신설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위해서다.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소비자 동의하에 은행이나 보험사, 신용카드 등에 흩어진 소비자 개인정보를 한 사업자가 모아서 그에 따른 소비자 맞춤형 상품이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한 정책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비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최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2월 15일 기준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누적 가입자수는 1840만 명(중복 포함)에 달한다. 서비스 제공에 활용된 데이터양도 125억 건이나 된다. 마이데이터 승기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향후 금융업계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허가를 받은 곳은 우리은행을 포함한 은행 10곳과 신용카드사 7곳, 핀테크사 19곳 등 총 52개사다. 이 중 서비스를 시작한 곳은 은행 6곳(우리·KB국민·신한·하나·NH농협·IBK기업은행)을 포함해 17개 업체에 이른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면 개인별 맞춤 자산관리는 물론이고 고객 관점의 신용평가 및 대출심사, 데이터 기반의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금융업계에서 놓쳐서는 안 될 주요 신사업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우리WON뱅킹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면 체크카드, 신용카드, 페이 등 결제수단과 상관없이 모든 지출 내역이 앱 메인 화면에 주르륵 뜬다. 해당 화면을 한 번 더 터치하면 최근 지출 내역 외에도 “당신은 카페 애호가, 카페를 10번 방문했어요” “지출이 늘었어요, 한 번 체크해보세요” 등 개인 맞춤형 문구와 함께 개인별 소비 내역이 뜬다. 가계부를 따로 쓰지 않아도 소비 습관을 바로 잡기에 유용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은행은 MZ세대 맞춤형 서비스, 마이데이터 등 초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우리WON뱅킹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현재 550만 명에서 1000만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부와 함께 신설된 혁신기술사업부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와 금융을 결합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대표적으로 AI(인공지능) 기반 챗봇을 활용한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우리금융은 AI를 통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콜센터 일부 상담 업무를 AI 응대 시스템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5월에는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AI뱅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I뱅커는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과 음성의 합성을 통해 특정 인물의 외모나 자세, 목소리 등을 반영해 가상 은행원을 구현하는 시스템이다. 현재 직원 연수프로그램(AI교수)이나 은행 내 방송(AI아나운서)에 AI뱅커가 활용되고 있다. 조만간 스마트 키오스크 화상상담 업무에 적용하는 등 활동 범위를 점차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똑똑한 MZ세대, 금융상품도 진화해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2021년 11월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서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개최하고 그룹사 MZ세대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금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2021년 11월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사에서 디지털혁신위원회를 개최하고 그룹사 MZ세대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우리금융]

    지난해 12월 23년간 숙원이던 ‘완전민영화’를 달성한 우리금융그룹은 은행 외에도 계열사별 디지털 전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앞서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2월 11일 창립기념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이자 최고 금융그룹이던 역사적 자부심을 되찾아야 한다”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재창업한다는 각오로 모든 역량을 디지털 대전환에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Z특화 테크 컴퍼니(Tech Company)’ 추진을 위해 구성된 우리금융 내 태스크포스팀(TFT)에서는 다양한 도전과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로 구성된 이들은 기존 딱딱한 조직문화에서 탈피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TFT에서는 AI, 블록체인, UX/UI 등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차별화된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으며, 주요 그룹사가 참여하는 2000억 원 규모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편드를 조성해 핀테크 업체들과 적극적인 지분투자 및 합작법인(JV) 등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양한 자산(주식, 부동산,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MZ세대 트렌드를 반영하고,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TFT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 일환으로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주요 계열사 자동차금융 서비스를 모은 통합 플랫폼 ‘우리WON카’를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해당 플랫폼에서는 △나의 대출한도 △우리원픽(Pick) △우리차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먼저 ‘나의 대출한도’는 조회 한 번으로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의 금융상품을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다. 금융상품은 신차대출, 중고차대출, 신용대출, 전환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결과 화면에 고객 조건에 맞는 최적의 금융상품을 제시해 여러 곳에서 조회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

    ‘우리원픽’은 고객에게 간단한 질문을 통해 받은 답변을 기준으로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한다. 또 ‘우리차고’는 본인 명의의 차량번호를 등록하면 차량 정보, 내 차 시세, 정기검사 일정 등 차량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금융은 향후 자동차 정비와 주차 등 생활밀착형 차량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MZ세대 유인 전략이 성공하려면 본업인 상품 개발 역시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MZ세대는 금융 기술 이해도가 높아 금융사들이 이에 맞는 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소현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일반적으로 삶의 질이나 실용성, 공정성, 다양성,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특히 금융 기술과 연관성이 높은 암호화폐 관련 지식이 풍부하고, 암호화폐 보유 정도도 다른 세대보다 매우 높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따라서 금융사들은 MZ세대를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 금융상품 유용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기술 기반의 초개인화, 넛지(nudge) 등을 활용해 MZ세대가 스스로 쉽게 금융 소비를 결정할 수 있게끔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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