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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어요! [SynchroniCITY]

초스피드로 변하는 사회, 메모가 꼭 필요하죠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기록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어요! [SynchroniCITY]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다이어리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GETTYIMAGES]

‘다꾸’(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다이어리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GETTYIMAGES]

현모 신년이 좋은 점 중 하나가 다이어리를 새로 산다는 거예요. 12월까진 너덜너덜해진 공책을 들고 다녔는데, 1월이 돼 새로 산 깨끗하고 빳빳한 공책을 쓰니 기분이 좋네요.

영대 현모 님은 다이어리를 쓰시는구나.

현모 ㅋㅋ 저는 좀 유치하지만 다이어리를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것도 좋아해요. 요즘 말로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라고 하죠. 저 완전 문덕(문구 덕후)이거든요. 얼마 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스티커, 수첩, 메모지 등을 진짜 몇 시간 동안 구경했는지 몰라요.

영대 ㅎㅎㅎ 저랑은 관련 없는 분야군요.



현모 근데 요새 별의별 제품이 다 있어요. 하루 24시간, 1년 8760시간을 1시간 단위로 촘촘하게 쪼개서 작성하는 스터디 플래너, 일명 타임트래커 같은 것도 나오고요, 아예 날짜별로 구획이 나뉘어 있지 않아 자기가 직접 달력을 그려서 사용하는 불렛(Bullet·불릿: 총알) 저널 같은 것도 인기랍니다.

영대 와, 저는 휴대전화에 중요한 일정만 겨우 입력하는 정도인데….

현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다꾸’ 잘하는 분들을 보면 다이어리를 한 권만 쓰는 게 아니라 용도별로 지정해 몇 권씩 쓰는 분도 있는데, 저는 그 정도 수준까진 아니고 딱 한 권만 사용해요. 앞으로 예정된 일정은 휴대전화에 입력하고, 그걸 실제로 소화하고 나면 다이어리에 적는 거죠. 일상의 기록 차원에서요.

영대 그러니까 플래너를 작성하시는 게 아니라 일지를 작성하시는 거네요.

현모 그죠. 남편은 매년 프랭클린 플래너를 사서 해야 할 일들을 미래시제로 기입해두는데, 저는 반대예요. 이미 한 일들을 매우 사소한 것까지 과거시제로 빼곡히 적어놓죠. 실용성을 따지면 시간관리의 효율을 위해 계획 세우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지만, 저는 왜 그런지 지나간 역사의 저장이나 아카이브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사진이나 영상도 마구잡이로 내버려두지 않고 장난 아닐 정도로 꼼꼼하게 외장하드에 순서대로 정돈해요. ㅋㅋ 시간소모가 꽤 된다는….

영대 과거든, 미래든 일상을 전혀 기록하지 않고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저는 들으면서 반성하게 되네요.

현모 영대 님은 기억력이 좋으신가 보죠. 저는 혹시 나중에 기억을 못 할까 봐 그러는 측면이 크거든요.

영대 예전이라면 모를까, 이젠 나이가 들어서 딱히 기억력에 자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뭔가 부끄러워요.

현모 헉! 내 이야기를 누가 볼까 봐서요? 아이들이 보면 안 되는 내용은 암호로 쓰세요. ㅋㅋㅋ

영대 아뇨, 아뇨. 그냥 나 자신이 보는 게 민망하다고 해야 할까.

현모 엥!? 혼자만 보는 건데도? 너무 보잘것없이 느껴져서요?

영대 하, 그것도 아니고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굳이 지나간 걸 돌아보거나 어떤 지면 또는 공간에 담아두려 하지 않는 거 같아요. 비슷한 맥락에서 전 셀카도 거의 안 찍고, 제가 나온 방송을 모니터링하거나 제가 쓴 책도 다시 읽지 않아요. 어쩔 수 없이 홍보 행사가 있을 때 들춰 보긴 하지만요.

현모 와, 어떤 심리인지 궁금하네요. 현재에 집중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런가?

영대 모르겠어요. 그러고 보면 아이들 어릴 적 모습도 다른 아빠들처럼 적극적으로 남기지 않은 거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왜 그러지? ㅋㅋㅋ

현모 그 대신 아내분이 남기셨겠죠. 아니, 그럼 옛날 사진첩 같은 것도 안 보세요?

영대 그런 건 재미있게 보죠. 이때 어머니가 이러셨구나, 동생이 이랬네 하면서…. 근데 그건 다른 가족이 등장해서 그렇지, 저 혼자 나온 건 아예 안 들여다봐요.

현모 갑자기 조심스럽게 드는 생각인데,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게 조금 어색하고 불편한 건가요?

영대 오호, 맞아요!

현모 흠, 얼마 전 글쓰기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체를 만났어요. 주어진 주제, 소재와 관련된 내 이야기를 밖으로 끄집어내 적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마음을 치료하는 활동을 하더라고요. ‘저널 세러피’라고도 하던데, 그 과정이 공략하는 지점과 약간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보면 일기는 정말로 나와 나 자신이 정직하게 대면하는 순간이잖아요.

영대 그죠. 뭐 그렇다 해도 아무 문제없이 살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이게 내가 가진 다른 문제의 기저 원인일지도 모르죠.

현모 전 먼 훗날 후손이 못 보게 불태워버려야 할 정도로 별것도 아닌 지질한 내용까지 쓸데없이 솔직하게 쓰는데. ;;; 한창 회사생활을 할 때는 오히려 바쁘고 정신없어서 속마음을 펼쳐내지 못한 걸 보면 저도 명상을 접한 이후 차츰 편해지고 일상화한 거 같긴 해요.

영대 흥미롭네요. 그리고 저도 요새는 뇌 용량이 다해가고, 스케줄 관리 차원에서도 메모의 필요성을 점점 느끼긴 해요.

현모 영대 님은 그래도 평론을 하셔야 하고, 직업적으로 글도 많이 쓰시니까 개인적인 부분 말고 자료 조사 목적의 메모는 틈틈이 하지 않으세요? 디지털로든, 아날로그로든.

영대 놀랍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메모를 안 해요. 왠지 메모도 완벽하게 다듬어서 해야 할 것만 같고.

현모 정말요? 책을 그렇게 많이 내셨는데요?

정보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모 욕구 또한 늘고 있다. [GettyImages]

정보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모 욕구 또한 늘고 있다. [GettyImages]

영대 그러게요. 예전에 논문 쓸 때는 참고문헌이나 인용구 같은 걸 꼼꼼히 다 챙겼는데, 논문을 끝내고 난 후부터는 챙기는 게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현모 와 신기하다. 저는 ‘작가’가 되려면 무조건 평소에 메모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럼 원고를 쓸 때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들만 쓰시는 거예요?

영대 지금까지는 그랬던 편이에요. 심지어 누군가를 인터뷰할 때도 녹취 없이 스스로 복기하기도 했고요. 따로 적어봤자 시간이 지나서 보면 더는 그 감정에 공감되지 않을 때도 있고, 그 순간 가장 최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는 쪽이라고나 할까. 물론 지식적으로 그때 그때 필요한 정보는 검색하지만요.

현모 그것도 대단하시네요. 저는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온갖 소소한 아이디어나 표현, 참고할 콘텐츠 같은 것을 깨알같이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 창에 담아놓거든요. 한 번은 지지난해였나, 휴대전화 기종을 바꾸면서 그 내용들이 싹 날아가는 바람에 몇 달 동안 충격과 상실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적도 있어요. 저 나름 집필을 위해 차곡차곡 오랫동안 모아둔 거라 복구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안 됐고, 결국 포기하기까지 한참이 걸렸죠. 그 일로 출간 의욕도 완전히 꺾였고요. ㅜㅜ

영대 에구. 그렇게 잃어버린 건 너무너무 아깝지만, 그래도 그런 습관은 참 유용한 거 같아요. 제가 아는 작사가들도 그런 식으로 아이디어 조각들을 자주 모아두더라고요.

현모 사실 제가 적어둔 것 중에는 누가 보면 개그맨이 꿈인 줄 알 만한 내용도 상당수라는…. 낄낄.

영대 ㅋㅋ 저도 도무지 실천을 못 해서 그렇지 내심 숙제이긴 했으니, 올해는 꼭 메모 습관 들이기를 목표로 잡아야겠네요. 특히 사적인 부분보다 콘텐츠 수집 위주로요.

현모 저도 책이나 영화, 일상에서 단상과 대화를 통해 얻은 지식들을 더 체계적으로 분류해 메모해두고 싶어요. 전반적으로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욕구가 자꾸 커지는 이유도 정보 양이 늘어나서 그런 거 같아요.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없던 분야도 생겨나는 데다, 유튜브니 팟캐스트니 하는 방송에 쉬지 않고 노출되니까 그 방대한 인풋(Input)을 깔끔하게 보관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영대 그것도 말이 되네요.

현모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매주 싱크로니시티를 연재하는 건 둘 다에게 참 소중한 기록이에요.

영대 완전 동감! 그나마 이게 있어서 우리가 훗날 되돌아보며 당시 뭘 보고 듣고 느꼈는지 추억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현모 방탄소년단의 피플스 초이스상(People’s Choice Awards 2021) 3관왕 수상을 축하합니다.

영대 잉? 갑자기요?

현모 말했잖아요. 역사에 집착한다고. ㅋㅋㅋ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주간동아 1322호 (p57~59)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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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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