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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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즌송이 핫해졌다, 달라진 케이팝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12-3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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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0일 첫 리패키지 EP ‘제로: 피버 에필로그(ZERO : FEVER EPILOGUE)’를 발매한 에이티즈. [사진 제공 · KQ엔터테인먼트]

    12월 10일 첫 리패키지 EP ‘제로: 피버 에필로그(ZERO : FEVER EPILOGUE)’를 발매한 에이티즈. [사진 제공 · KQ엔터테인먼트]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는 1994년 곡이다. 그러나 연말만 되면 세월을 뛰어넘어 차트와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스테디셀러다. 이르면 11월부터 차트에 등장하는 통에 거의 밈(meme)이 됐을 정도다. 규모는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2010년 발매된 아이유의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feat. 천둥 of MBLAQ)’가 대표적으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이런 배경에는 사실 겨울 신곡과 시즌송의 상대적 약세가 이유로 자리한다.

    케이팝 시장으로 좁혀 이야기하자면 12월에 들어서면 가요계는 사실상 한 해를 마무리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중론이다. 연중 치열하게 작품을 쏟아내는 케이팝 시장이지만, 12월에 굵직한 작품을 내놓는 아티스트는 드물다. 통상 연말연시는 정규 음반 활동이 아니라도 바쁜 시기고, 대중과 팬의 이목도 평소처럼 매주 음악방송에 집중하기보다 연말 시상식으로 쏠린다. 사실 많은 시상식이 일정 등 이유로 12월 발매된 음반의 경우 다음 해 심사 대상으로 넘기고 있다. 게다가 다음 시상식 때면 너무 오래된 음반처럼 느껴지거나 잊히기도 해 유리할 것이 없다.


    극소수만 살아남은 겨울 시즌송

    그나마 12월 발매되는 건 겨울 시즌송이다. 그런데 다른 시즌만큼 시즌송이 ‘핫’하지도 않다. 겨울 이미지를 가장 잘 담아내는 결정적 이벤트는 역시 크리스마스인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은 노래가 이듬해 1월까지 인기를 끌기는 쉽지 않다. 서두의 머라이어 캐리나 아이유의 경우는 사실 해를 거듭해도 자연스럽게 떠올릴 만큼 대중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기고 살아남은 극소수 노래가 크리스마스 시즌송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봄이나 여름에도 해마다 다시 찾는 시즌송 히트곡이 있다. 특히 여름에는 유명 걸그룹의 여름 노래를 위시해 한 해 가요계를 대표할 만한 대형 히트곡이 쏟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봄에는 해마다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봄 관련 신곡이 두루두루 흥행하는 편이다.

    그에 비하면 겨울 시즌송은 사랑스럽고 따스한 이미지와 달리 꽤나 각박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12월 발매되는 케이팝은 차라리 팬 서비스에 가까운, 어깨에 힘을 뺀 노래인 경우도 흔하다. 이런 곡은 종종 대중적 히트를 겨냥한 노래들에 비해 마음껏 달콤하거나 느끼한 무드를 내는 데 집중하기도 한다.



    올해는 조금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12월 초까지도 컴백 라인업이 화려했다. 시작은 첫 리패키지 EP ‘제로: 피버 에필로그(ZERO: FEVER EPILOGUE)’를 발매한 에이티즈다. 에이티즈는 ‘멋(The Real) (흥: 興 Ver.)’으로 특유의 과격한 과잉미의 정점을 찍었다. 격렬하고 공격적인 캐릭터에 힘을 더한 에버글로우(‘Pirate’), 전곡 작사·작곡한 정규 앨범을 낸 송민호(‘탕!♡’)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전력을 담아낸 결과물을 내놓았다. 또 대형 신인으로 12월 데뷔한 아이브도 있다. 스트레이키즈(‘Christmas EveL’)는 시즌송 외형을 취하고는 있으나 크리스마스 이미지가 조금 있을 뿐, 특유의 종잡을 수 없는 콜라주 같은 내용으로 겨울 시즌송의 전형을 모조리 비켜나갔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로 연간 활동 패턴이 바닥부터 흔들려온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겨울 시즌송을 대하는 케이팝산업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남은 올겨울과 내년, 어떤 곡이 차가운 날씨를 뚫고 대중을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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