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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개인소득세 제로’ 텍사스, 테크 기업 몰린다

오라클 필두 본사 속속 이전… 삼성전자·AMD·델 집결 ‘실리콘힐스’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법인세·개인소득세 제로’ 텍사스, 테크 기업 몰린다

‘실리콘힐스’ 중심지인 미국 텍사스주 주도 오스틴. [위키피디아]

‘실리콘힐스’ 중심지인 미국 텍사스주 주도 오스틴. [위키피디아]

미국 남부에 위치한 텍사스주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카우보이다. 텍사스주에서는 1800년대부터 드넓은 평원에 소를 방목해 키웠다. 당시 소떼를 불러 모아 이동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을 카우보이라고 불렀다. 카우보이는 소떼를 북쪽으로 몰고 가 높은 값에 팔았다. 서부영화에서 보듯이 이 과정에서 카우보이는 인디언과 도둑들의 공격에 맞서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텍사스는 원래 스페인 땅이었다. 1821년 스페인 식민지였던 멕시코가 독립하면서 미국인 이주를 받아들였다. 이후 텍사스 이주민들은 민병대를 만들어 멕시코와 치열한 독립전쟁을 벌인 끝에 승리했고 1836년 텍사스공화국을 세웠다. 당시 텍사스 민병대는 자신들을 상징하는 별 하나를 깃발에 크게 그려 넣고 싸웠다. 이 때문에 텍사스는 ‘외로운 별(Lone Star)’로 불린다.

17년 연속 ‘비즈니스 위한 최상의 주’ 1위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오스틴에 건설하고 있는 기가 팩토리. [테슬라]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오스틴에 건설하고 있는 기가 팩토리. [테슬라]

텍사스공화국은 1845년 미국 연방 일원으로 편입돼 28번째 주가 됐다. 텍사스는 면적이 69만6241㎢로 미국에서 알래스카에 이어 두 번째로 넓고, 인구는 2900만 명으로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많다. 텍사스 주민은 대부분 목축업과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종사해왔다.

텍사스가 ‘카우보이의 고향’에서 ‘테크(tech: 기술) 기업의 본거지’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인 오라클이 지난해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텍사스 주도인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고, 실리콘밸리 시대를 이끈 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 역시 미국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텍사스 휴스턴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세계 2위 규모 데이터센터 기업 디지털리얼티도 올해 초 오스틴으로 본사 이전을 결정했다. 오스틴에만 6500여 개 IT(정보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다. 벤처캐피털 기업 8VC와 소프트웨어 기업 퀘스천프로 등도 오스틴행을 결정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10월 실리콘밸리에 있는 본사를 오스틴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애플, 알파벳(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도 주요 시설을 텍사스에 세우거나 확장하고 있다. 애플은 10억 달러(약 1조1780억 원)를 들여 내년 완공을 목표로 7000여 명이 근무할 수 있는 별도 캠퍼스를 오스틴에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도 오스틴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17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해 제2의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오스틴에서 25㎞ 떨어진 테일러시에 건설할 계획이다.



텍사스가 테크 기업은 물론, 각종 첨단 제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기업 활동에 좋은 환경 때문이다. 미국 경영 전문 격월간지 ‘치프 이그제큐티브(CHIEF EXECUTIVE)’가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최악의 주(Best and Worst States for Business)’ 순위에서 텍사스는 올해까지 17년 연속 ‘최상의 주’ 1위를 차지했다. 이 잡지는 최고경영자(CEO)들이 텍사스의 비즈니스 환경 가운데 조세정책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텍사스는 비즈니스 환경에 관한 각종 조사에서 최근 수년간 1위를 휩쓸고 있다. 지난해 말 비영리기관인 미국 컴퓨팅기술산업협회(CompTIA)가 뽑은 ‘최고 기술 도시’에서 2년 연속으로 텍사스 오스틴이 1위, 댈러스가 2위를 차지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텍사스만큼 기업을 유치하고자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가 미국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관료주의와 환경·노동 규제도 거의 없다.

세금은 적게, 좋은 일자리는 많이

미국은 주마다 개인소득세율이 다른데, 캘리포니아가 13.3%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는 하와이(11%), 오리건(9.9%), 미네소타(9.85%) 순이다. 반면 텍사스를 비롯해 플로리다, 네바다, 워싱턴, 알래스카 등 9개 주는 개인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또 텍사스는 주 차원의 법인세가 없다. 최고 1% 영업세(franchise tax)만 물릴 뿐이다. 물론 모든 주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연방정부 법인세(21%)는 별도다. 텍사스는 기업의 단기 재고자산 세금 면제, 신규 건설사업이나 개발사업 투자 기업 세금 감면, 부동산 및 재산 증가분 세금 감면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미래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연구개발 투자 금액 세금 감면, 맞춤형 직업교육 자금 지원, 중소기업 인큐베이팅 펀드 등도 도입했다. 텍사스는 세금을 적게 거두는 대신, 기업을 더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는 목표다. 실제로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의 투자로 하이테크 일자리 2000여 개를 비롯해 수천 개 간접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본다.

텍사스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스틴에만 명문 UT오스틴(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등 25개 종합대와 각종 연구소가 있다. 이 지역 경제활동인구의 47%가 대졸자다. 게다가 각종 공과금과 집세 같은 생활물가도 싼 편이다. 원유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땅이 넓은 덕분이다. 미국 주요 도시를 비행기로 3~4시간 내 갈 수 있는 교통여건도 갖췄다.

최근 텍사스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다. 각종 기업이 몰리자 일자리를 찾아 인력들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10년 이후 7년 동안 텍사스의 순유입 인구는 86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50개 주 가운데 단연 1위다. 은퇴자가 선호하는 플로리다주도 제쳤다. 같은 기간 뉴욕 (84만7000명), 일리노이(54만 명) 등에선 수십만 명이 빠져나갔다. 텍사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고용률, 재정 건전성은 미국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텍사스 컨설팅업체 와이텍사스의 에드 커티스 CEO는 “최근 추세를 볼 때 올해 텍사스로 옮겨오는 국내외 기업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텍사스 인구도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고 예상했다.


캘리포니아 이을 ‘미국의 미래’

오스틴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

오스틴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삼성전자]

텍사스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오스틴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들과 연결되는 ‘실리콘힐스(Silicon Hills)’가 뜨고 있다. 실리콘힐스는 실리콘밸리의 산업적 특성과 빅테크 기업이 대거 입주한 오스틴 서부 구릉지대를 합친 신조어다. 삼성전자와 미국 반도체업체 AMD,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사 델을 비롯해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오스틴에 자리 잡았다. 테일러시와 오스틴 광역권에는 자동차기술, 나노기술, 항공우주제조업 관련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오스틴은 미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스타트업 허브다. 또 오스틴에는 240여 개 생명과학 기업이 있으며 인력 1만5000명이 생물공학, 의료기기, 진단, 제약, 연구 등에 종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리콘힐스 인구 증가율이 미국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스틴은 1800년대 초 콜로라도 강변에 백인들이 들어와 ‘워털루’라고 이름을 짓고 개척한 곳이다. 이후 1839년 개척자 스티븐 오스틴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을 바꿨다. 오스틴은 1984년만 해도 인구 56만 명에 불과한 작은 도시였지만 현재는 2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18세에서 44세 사이 젊은 인구가 미국 전체 인구에서는 36%인 데 반해, 오스틴에서는 43%를 차지하고 있다. 오스틴은 인구의 중간 나이가 34.9세로 미국 전체 38.2세에 비해 젊은 도시다. 생활 여건도 좋다. 지난해 미국 지역사회 및 경제연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오스틴의 평균 생활비지수는 99.3으로 미국 평균(100)보다 약간 낮고, 뉴욕(237.4)이나 샌프란시스코(196.6)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다. 이에 따라 오스틴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테크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를 떠나는 기업 수가 점점 늘고, 반대로 오스틴에는 많은 기업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틴을 중심으로 실리콘힐스의 발전 추세를 볼 때 텍사스가 향후 20~30년 안에 인구·경제 규모 면에서 캘리포니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구 3700만 명으로 미국 최대 주인 캘리포니아는 지난 10년간 인구 증가율이 6.1%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텍사스는 인구 급증으로 올해 선거구 조정에서 인구 비례인 연방 하원의원 의석이 2석 추가된 반면, 캘리포니아는 170년 만에 처음으로 1석이 줄었다. 민주당 텃밭이자 큰 정부 모델로 규제가 많은 캘리포니아와 공화당의 홈그라운드로 작은 정부와 친기업정책을 내세운 텍사스가 경제 성적에 따라 자리바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미국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던 캘리포니아 시대는 가고, 텍사스가 앞으로 ‘미국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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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17호 (p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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