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thanks) 드리는(giving) 행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추수감사절. [GettyImages]
현모 지난해에 저희가 뭐 했죠?
영대 기억 안 나세요? ㅋㅋ 현모 님 아파트 헬스장에서…. ㅋㅋ
현모 아아아!!! ㅎㅎㅎ 카페에서 못 먹던 시기라 테이크아웃을 해 같이 사이클 돌리며 마셨죠.
영대 에너지 후드티를 선물로 주셔서 방송에서도 입고. ㅋㅋㅋ
현모 정말 좋은 친구로군요.
영대 미국에 있을 때는 제 생일이 추수감사절(Thanks giving Day)이랑 겹쳐서 친구들이 항상 기념해주곤 했는데, 한국에 오니 그런 건 없네요.
현모 그래도 아이들은 추수감사절에 대한 기억이 있을 텐데, 뭐 하자고 안 해요?
영대 뭐 딱히. 칠면조가 맛있는 고기는 아닌 걸로 유명하잖아요. ‘Thanksgiving’은 햄 먹는 날이라는 게 그래서 생긴 말이고. ㅋㅋ
현모 그건 그렇죠. 근데 저는 올 추수감사절이 유난히 특별했어요. 미국에서 손님이 와 저녁에 미국식으로 전통적인 추수감사절 식사를 했고요. 문자 그대로 감사(thanks)를 드리는(giving) 행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게 됐거든요.
영대 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보니까 요새 무슨 감사 명상 같은 걸 매일 하시던데 그건가요?
현모 맞아요. 명상 선생님이 유튜브로 12일 감사챌린지를 시작해서 친구들과 함께 매일 하고 있어요.
스트레스 받을 때 감사하는 마음을 떠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 좋은 감정이 해소된다. [GettyImages]
현모 하루에 어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명상을 리드해주세요. 대상이 가족, 친구, 동료 같은 사람일 때도 있고, 자연일 때도 있어요. 심지어 힘든 상황에 대해 감사하는 날도 있었어요.
영대 기도와 비슷한 거 같네요. 저도 아이들 어렸을 때는 자기 전 꼭 침대 머리맡에서 기도를 해주곤 했는데. 아시겠지만 기독교에서 기도는 꼭 ‘하나님 감사합니다’로 시작하거든요.
현모 와, 좋은 아빠다! 맞아요. 교회에 다닌다면 감사를 올리는 게 일종의 습관처럼 익숙하긴 할 거예요. 저희 시아버지는 감사 일기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3000일 넘게 아직도 쓰고 계세요.
영대 거의 10년을 이어오신 거잖아요!
현모 그러니까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프거나 여행을 가거나 상관없이 늘 하셨대요. 그래서 저도 따라해보려고 감사노트를 사긴 했는데 솔직히 실천은 못 했어요.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의식적으로 감사를 느끼는 효과를 제대로 체험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다 이번에 확실히 깨닫게 됐어요.
영대 해보니까 어때요?
현모 앉아 있다 자세를 고쳐 앉을 때 우선 허리부터 곧추세우잖아요. 감사함이 바로 그런 내면 상태의 척추 역할을 한대요. 어떠한 부정적 감정이 생겼을 때 그게 우울함이든, 외로움이든, 실망감이든, 분노든, 억울함이든 감사함을 통해 그것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직장 상사가 괴롭힌다, 혹은 누구랑 싸웠다, 아니면 어디선가 내 험담을 들었다 이럴 때 우리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그 사람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스트레스를 어떻게 없애야 할지를 고민하고 거기에 매몰되지만, 그럴 때 가만히 감사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리고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안 좋은 감정이 해소돼요.
영대 정말 그런 거 같네요. 감사가 스트레스를 떨치는 일종의 지름길이군요.
현모 특히 저는 최근에 괜한 시달림이라고 해야 할까, 제 마음을 힘들게 하는데 컨트롤할 수는 없는 골치 아픈 요인이 좀 있었거든요.
영대 알죠, 알죠.
현모 원래 같으면 굉장히 예민하게 그것에 대해 궁리하고 걱정했을 텐데, 신기하게도 딱 눈 감고 다른 것들에 감사하고, 표현하고, 나누다 보니 날카롭던 가시들이 스르르 무뎌지더라고요. 정말 수월하게 지나가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영대 약간…, 연결을 강화하는 거 같아요.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 서로 더 잘 연결된다고나 할까.
현모 오, 맞아요. 우리가 갈등에서 벗어나 제한된 자아가 아닌 무한한 자아로 나아갈 때 비로소 단절을 벗고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영대 그리고 그 대상이 꼭 무언가 대단한 것, 성취, 성과가 아닌, 작고 뻔하고 일상적인 것일 때 더 의미 있는 듯해요. 밥을 먹을 때 식사기도를 하고 먹는 것과 하지 않고 바로 먹는 것의 기분이 다르듯이, 아무리 반복적이고 당연한 일도 잠깐 멈춰서 그것을 인지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커다란 차이를 만드는 거 같거든요.
현모 맞습니다. 하루에 1분이 됐든, 10분이 됐든 24시간의 연속된 흐름 가운데 잠시 거기에 점을 찍어주는 것이 필요한 거죠. 마치 매년 365일 중에 생일이 돌아오면 “그래 오늘이 내가 태어난 날이구나”라고 인식하고 챙기는 거처럼요. 고마운 것들에 대해서도 그냥 당연하게 넘기지 말고 자꾸만 상기하고 되새기며, 가능하다면 말로 하거나 쓰거나 해야죠.
영대 대화하다 보니 갑자기, 요새 살짝 안 하고 있었는데 애들한테 감사기도 좀 다시 열심히 해줘야겠네요.
현모 추수감사절 얘기를 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꼭 문자 그대로 추수에 대해서만 감사하자는 건 아니잖아요. 올해 그날 점심때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과 추수감사절을 기념했어요. 그중 제일 나이 많은 언니가 근사한 식당을 예약해 푸짐하게 밥을 사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지난 1년도 친구가 돼줘서 고맙다.” 무척 예쁜 말이었어요. 보통 우리는 밥값을 내면서도 “지난번엔 네가 샀으니, 네가 나에게 뭘 해줬으니, 내가 제일 연장자니, 내가 승진했으니 내가 살게” 이런 식의 이유를 갖다 붙이는데, 그 말은 그저 내 존재 자체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어요. 이런 대화를 통해 관계가 더욱 소중해지고, 아름다워지죠. 이런 말은 괜히 빙빙 돌려서 엉뚱하게 내뱉기보다 정확하게 고맙다고 얘기하는 편이 좋은 거 같아요.
영대 현모 님, 감사해요. 저랑 매주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떠들어줘서요.
현모 저도요. 제가 유일하게 전화통화를 오래 하는 분이잖아요. 감사해요.
영대 이 기사를 위해 지면을 내준 ‘주간동아’ 측에도 감사합니다.
현모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도 감사드려요.
영대 찍어주신 인쇄소 분들에게도 감사드리고요.
현모 흠, 밤새우자는 건가요. ㅋㅋ
영대 아, 맞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된다고 하셨죠.
현모 나마스테(Namaste). 내 영혼이 당신의 영혼과 함께하는 것에 감사한다는 의미래요.
영대 오호~, 나마스테!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