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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 스토리, “노무현 왕따 심판의지가 정계입문 계기”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 스토리, “노무현 왕따 심판의지가 정계입문 계기”

2020년 12월 30일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아DB]

2020년 12월 30일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동아DB]

2020년 12월 30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서구을)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박 후보자는 판사 출신의 3선(選) 의원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오랜 기간 활동했으며 2018년에는 사법개혁특위 간사를 맡았다. 박 후보자는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 당일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역사가 있어 왔다. 그 안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계신다. 그 속에서 답을 구하겠다”며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여권에서도 박 후보자에 대해 “전형적인 친문·친노 의원으로 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 밝고, 판사 출신으로서 검찰과 법원 등 법조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추 장관이 추진해온 검찰개혁의 명분을 그대로 이어갈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에도 초대 법무부장관으로 물망에 올랐었다.


사법연수원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 맺어

박 후보자는 충북 영동군 심천면 약목리 출신으로 장애가 있는 부모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 2007년 펴낸 에세이 ‘어머니의 손발이 되어’에는 1급 장애인이었던 아버지가 집을 떠난 뒤 1급 장애인이었던 어머니가 홀로 자녀들을 키우다 2005년 세상을 뜨기까지의 가정사가 솔직하게 담겨있다. 

박 후보자는 초등학교 시절 고향을 떠나 서울 관악구 봉천동 달동네에 정착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반항적인 학생이었던 그는 고2때(남강고) 집단 패싸움에 연루돼 퇴학 위기에 처하자 자퇴를 택했다. 그해 검정고시로 고등과정을 마쳤으며 군 제대 후인 1985년 연세대 법과대학 법학과에 입학했다. 박 후보자는 2007년 대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머니의 장애, 아버지의 행방불명, 달동네 등이 불만이었다. 그래서 반항아가 됐고 방황을 했다. 다행히 늘 어릴 때부터 가문을 강조하는 할아버지와 어머니가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보고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사법연수원 제23기를 수료했다. 사법연수원 시절 그는 연수원자치회에서 펴내는 잡지 ‘연수’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박 후보자는 당시 사법연수원생들이 뽑은 ‘존경하는 법조인’ 2위에 오른 노무현 당시 변호사를 인터뷰 한 것을 계기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연수원 수료 후에는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판사로 임용됐고 이후 서울지방법원, 전주지방법원 등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진보적인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원으로도 활동했다. 

그가 정계 입문을 결심한 건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서다. 당시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재직 중이던 박 후보자는 김민석 전 의원이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를 목적으로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하고 정몽준 캠프에 합류하자 이에 반발해 판사직을 그만두고 노무현 캠프에 합류했다. 당시 그는 한 언론사에 보낸 기고문에 ‘모두가 떠난단다. 묵묵히 대의명분을 지켜온 노무현을 왕따시키고 떠나야 한단다. 오냐. 그러면 내가 그에게로 가지. 내 비록 별 힘없는 일개 판관에 불과하지만, 배우고 익힌 대로 정의의 심판을 내려주지’라고 썼다. 

결국 이듬해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다. 박 후보자는 노 정부 출범 일등공신으로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2004년 제17대 총선에 나가기 위해 열린우리당 대전서구을 경선에 참여했다. 하지만 당시 지역 기반이 튼튼했던 고(故) 구논회 전 의원에 밀려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 뒤 구 의원이 암으로 작고하면서 2007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는데, 이번에도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이듬해인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드디어 통합민주당 후보로 대전광역시 서구을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통합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을 맡으며 다음 선거를 준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법무법인 인강 대표)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절치부심 끝에 박 후보자는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전 서구을에 또 도전장을 내고 이 지역 유력 정치인이던 자유선진당 이재선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이재선 후보와 다시 한 번 격돌해 재선에 성공했고 제21대 총선에서는 단수공천을 받아 3선 의원으로 거듭났다. 박 후보자를 알고 있는 대전시의 한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서구을 지역구를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키면서 상대인 거물 정치인을 무너뜨렸을 정도로 뚝심이 셌다. 그 덕에 계파 정치가 힘든 대전에서 ‘박범계 사단’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

박범계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정계 및 법조계에서 활동 중인 사법연수원 23기 출신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박 후보자의 연수원 동기로는 대표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렬 전 부장판사,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용석 변호사 등이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최근까지 박 후보자와 잘 알고 지낸다는 한 변호사는 “(박 후보자과) 정치적 신념이 같진 않지만, 박 후보자의 호탕한 성격이나 고집 등은 동기생들 중에 단연 으뜸”이라며 “그가 검찰개혁의 임무를 맡게 된다면 그 동안 추미애 장관 체제에서 있어온 절차상의 문제는 더 이상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수원 동기생은 박 후보자의 직설적인 성격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박 후보자가 법원행정처장에게 “  ‘의원님들, 한번 살려주십시오’라고 해보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말이 심했다”고 평했다. 박 후보자의 해당 발언은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  ‘살려달라고 해보라’는 이번 발언은 가히 막말의 최고봉”이라며 “국회의원의 허세 발언 끝판왕이다. 분명 이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다들 약을 먹었나. 왜들 이러는지”라며 쓴 소리를 했다. 

차기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거세다. 김소연 전 국민의힘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박 후보자 측근으로 분류되는 지역 인사들의 비위사실과 사법처리 결과, 자신이 직접 겪은 박 후보자과의 일화 등을 폭로하는 글이 주를 이룬다. 김 전 위원장은 박범계 후보자가 발탁해 민주당 소속 시의원에 당선됐지만, 박 후보자 측근 그룹의 금품요구 의혹 등을 폭로한 뒤 바른미래당, 미래통합당 등으로 당적을 바꿔 지난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제기하고 있는 박 후보자 관련 문제들이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을 통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추미애 버금가는 강성

2016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천막 농성장에서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박범계 후보자.  [동아DB]

2016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 천막 농성장에서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박범계 후보자. [동아DB]

박 후보자가 법무부와 검찰 간 대결 구도를 봉합하고,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을 반전시킬 적절한 카드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상충한다. 박 후보자 성향이 추미애 장관 못지않은 강성으로 비춰지고 있는 만큼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더욱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섞여 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앞서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을 교체하더라도 박범계 등 또 다른 강성인물을 법무부장관으로 앉혀 무리수를 계속한다면 정권의 명을 재촉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 후보자의 직설적이고 거친 언변은 그동안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것과 관련해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자, 박 후보자는 페이스북에 “아 대통령님!”이라고 탄식하는 글을 남겨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앞서 2020년 10월 22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검찰 총장에게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동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고 호통 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윤 총장은 박 후보자에게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닌가. 과거에는 나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나?”라고 맞받아쳐 화제를 모았다. 

윤 총장의 말대로 박 후보자는 2013년, 윤 총장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징계를 받자 페이스북에 자신을 ‘범계 아우’로 칭하며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는 글을 올려 윤 총장을 치켜세운 바 있다. 박 후보자과 윤 총장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지만 1963년생인 박 후보자는 윤 총장보다 세 살 아래다. 

한편 검찰개혁의 공이 박 후보자에게 넘어온 상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혼선에 따른 책임은 청와대 고위 참모진들이 지게 됐다. 12월 30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종호 민정수석, 김상조 정책실장은 개각에 맞춰 동시에 사의를 표명했다.





주간동아 1271호 (p6~8)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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