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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장관 행적 속에 ‘검찰개혁’ 허울 보인다

“편파 인사로 살아있는 권력 수사 흐지부지”, 검찰개혁 미명 하에 ‘정치적 중립성’ 훼손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秋 장관 행적 속에 ‘검찰개혁’ 허울 보인다

9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입장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특히 문 대통령이 아들 군 특혜 의혹 논란에 휘말린 추 장관에 대한 신임을 나타낸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검찰 내부와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이 검찰 개혁을 추진할 명분마저 잃었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아직 아들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보좌관 청탁 전화’ 등 드러난 의혹들만으로도 이미 직무 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추 장관 아들 관련한 의혹 제기로 국민들의 실망이 커지고 있는데다 검찰 내부 신임도 잃었다”며 “검찰개혁의 목적도 방향도 다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나 공수처법 등 법과 제도는 이미 조국 전 장관 때 만들어졌고, 추 장관이 취임 후 한 일이라곤 두 번의 검찰인사로 검찰을 장악한 것 말고 없다. 추 장관이 주장하는 검찰개혁의 실체는 허상에 불과하고 자신과 지지 세력을 위한 방패막 논리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이런 와중에 추 장관 아들의 ‘황제 휴가’ 논란과 관련해 추 장관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문제의 본질과는 다소 동떨어진 ‘검찰개혁’을 잇따라 꺼내들자 정치권과 국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9월 13일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면서도 ”검찰 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제 운명적인 책무“라고 적었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비판 여론을 돌파하기 위한 방패막이처럼 써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추 장관은 과거에도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때마다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8월 단행한 검찰 인사 이후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된 검사들이 요직을 전부 차지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추 장관은 ”국민이 바라는 검찰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능력과 자질을 갖춘 분들을 발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직접수사 축소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시행령 제정안 등이 입법 예고된 후 검찰 내부에서 불만이 나오자 이때도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들이 있지만,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뚜벅뚜벅 가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후 한 일? 검찰 인사와 수사지휘권 발동 뿐”

검찰개혁의 명분을 쌓느라 정작 중요한 검찰 수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도 거세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추 장관의 편파적인 검찰 인사로 청와대와 청와대 관계자 연루 의혹 사건의 수사팀이 다 해체됐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검언유착 관련 혐의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지연된 것만 봐도 검찰개혁에 대한 의구심이 드러난다. 검찰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국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추 장관 아들 군대 휴가 미복귀 의혹 등에 대해 수사 중이었으나 1월과 8월 두 차례 단행한 검찰인사에서 수사팀이 전부 뿔뿔이 흩어졌다. 인사 전 검찰 내부에서는 핵심 권력이 연루된 사건인 만큼 수사의 연속성을 위해 수사팀에 대한 인사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교수는 “검찰 인사나 수사지휘권 발동이나, 그 저변에는 (추 장관이)어떻게든 ‘윤석열을 찍어내고 말겠다’는 목표의식이 깔려있다”고 분석했다. 

1월 23일 진행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는 청와대 관련 수사를 실무 지휘했던 차장검사 3명이 모두 지방으로 발령이 났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이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평택지청 지청장으로,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를 맡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여주지청 지청장으로 전보됐다. 

그러자 검찰 내외부에서 “문 정부 핵심 인사들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문책성 보복”이라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검찰개혁법령의 제· 개정에 따라 직접수사 부서 축소· 조정과 공판중심주의 강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해 형사부와 공판부의 확대를 추진한 것”이라며 “현안 사건 수사팀 존속 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추 장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인 6월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검찰의 하반기 인사와 관련한 질문에 “1월 문책성 인사에 이어 7월(실제 8월에 시행) 인사는 형사부나 공판부서 묵묵히 일하는 인재를 발탁, 전문검사 제도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답변했다.

‘정치적 중립성’ 훼손시킨 검찰개혁의 허울

 9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9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8월 27일 단행한 하반기 인사는 ‘친정부 인사 등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폭행 논란을 빚은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광주지검 차장으로 영전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추 장관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4차장과 구자현 법무부 대변인도 각각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영전했다. 그 밖에도 윤석열 총장 장모의 사문서 위조 혐의를 수사 지휘했던 최성필 의정부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2차장 자리에 올랐다. 

인사 외에도 직제개편을 통해 정권 관련 수사는 와해되다시피 했다. 추미애 법무부의 검찰인사 기조는 ‘특수부 축소, 형사·공판부 우대’로, 앞서 1월에는 라임사태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해체됐다. 또 8월 검차인사 직전에도 직제개편 과정에서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의 차장급 보직 4개(수사정보정책관·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공공수사정책관·과학수사기획관)가 모두 사라졌다. 

대검중앙수사부의 마지막 부장을 지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사람이 단행한 인사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며 “검찰개혁의 대전제인 ‘정치적 중립성’이 무참히 짓밟혔다”고 평했다. 특히 특수부를 축소하고 형사부와 공판부를 우대하는 방침에 대해서는 “객관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전 고검장은 “추 장관은 마치 특수부 검사들은 미리 정해져있고, 그들이 계속해서 전횡을 휘두른다고 몰고 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특수부에서 2~3년 근무하다가 형사부나 공판부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추 장관은 검찰조직을 이류, 삼류로 떨어뜨리기 위해 이러한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닌가 싶다”며 “검찰의 생명은 사실을 믿고 진실을 찾아가는 것인데, 법무부 장관이 나서서 편 가르기를 하는 판국에 어떻게 검찰개혁을 운운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성은 ‘수사의 독립성’과 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검찰이 얼마나 제대로 된 수사를 진행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다. 심재륜 전 대구고검장은 “(추 장관이) 검찰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검찰의 생태계를 다 파괴해버렸다. 검찰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어 버린 상태에서 여권을 향하는 검찰의 칼날은 무뎌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법무장관 본인이 한 인사라고 할 수도 없다. 장관 이름을 빌려서 청와대가 한 게 아닌가. 누가 봐도 윤 총장을 고립시켜 수사를 못 하겠다는 것이 자명하다”라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 답변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뉴시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단행한 ‘수사지휘권 발동’ 역시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7월 2일 추 장관은 헌정 사상 두 번째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채널A 사건 수사팀은 윤석열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하도록 하라’는 지시였다. 결국 이는 해당 사건에서 윤 총장을 사실상 배제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8월 5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장과 전 채널A 기자의 공모관계를 입증하지 못한 채 ‘강요미수 혐의’ 만으로 전 채널A 기자를 구속 기소했다. 법조계 한 인사는 “추 장관을 비롯해 여권 인사들, 대통령까지 ‘검찰개혁의 허울’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9월 들어 추 장관 아들의 ‘황제 휴가’ 의혹이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자, 이번에도 추 장관과 여권 인사들은 야당의 맹 공세를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정쟁의 일환’으로 치부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발언을 거론하며 병역 특혜 의혹에 휩싸인 추 장관 아들을 비호했다. 9월 16일 박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추 장관 아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 군인본분, 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며 “야당은 ‘가짜뉴스’로 국방의 의무를 다한 군 장병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혀 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야당은 추 장관이 신속히 본인 거취를 결정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월 17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방부 민원실에 남아있는 (추 장관 측의 민원 제기) 전화가 공개될 것이고, 당직사병 외에도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의 존재가 드러났다”며 “추 장관이 선택할 길은 사퇴하고 비뚤어진 권력관에 대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그것만이 명예로운 퇴진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1259호 (p24~27)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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