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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새싹

버려진 땅에서도 작물 재배하는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이 극서, 극한지에서도 잎채소 키워내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버려진 땅에서도 작물 재배하는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농업이 1차 산업이라지만 ‘엔씽(n.thing)’에게는 이것도 다 옛말이다. 스마트팜 농업 솔루션 스타트업 엔씽은 농업기술에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을 접목했다. 외부와 차단된 컨테이너 안에 작은 농장을 꾸리고,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도록 내부를 자동화했다. 물과 전기가 안정적으로 적정하게 공급된다면 사막 한가운데나 시베리아 벌판에서도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엔씽은 국내는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등 중동 주요 도시에 스마트팜 ‘플랜티 큐브’를 공급하고 있다. 플랜티 큐브는 컨테이너 안에서 환경을 통제해 농작물을 기르는 설비다. 

엔씽의 기술은 세계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20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가전제품 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스마트시티 부문 혁신상을 받는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 가운데 CES 혁신상을 받은 곳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일부 대기업뿐이다. 최근 들어서야 국내 스타트업도 하나 둘 상을 받기 시작했다. 

엔씽이 스마트시티 부문에서 상을 받게 된 것은 플랜티 큐브의 집적도 때문이다. 플랜티 큐브는 노지 재배에 비해 적은 지역에 더 많은 작물을 심을 수 있다. 농토에서 작물을 재배하려면 수평으로 늘어놓아야 한다. 반면 스마트팜에서는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도심 자투리땅에서도 대규모 농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농업의 한계에 도전하는 김혜연 엔씽 대표를 11월 25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소프트웨어 쓰려고 하드웨어 만든 셈

원래 정보기술(IT) 계열 전공자로 알고 있다. 어떻게 농업 스타트업에 진출하게 됐나. 

“2010년쯤 우연히 농업 관련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회사였다. 당시 참여한 프로젝트는 우즈베키스탄에 농장을 수출하는 것으로, 해외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토마토 재배 관리를 해주는 식이었다. 토마토를 2번 수확할 때까지 농장에 파견돼 있었다. 첫 수확기에는 한국에서 전문 재배사를 초빙해 갔고 작황도 좋았다. 하지만 두 번째 수확기가 문제였다. 전문 재배사가 개인 사정으로 귀국하게 됐다. 사람 1명 빠졌을 뿐인데 말 그대로 흉작이었다. 그때 농업에서도 하드웨어만큼이나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재배사 역할을 대신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 했다. 원격제어 시스템을 통해 비닐하우스 내 온도와 습도, 물의 양을 조절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빛을 조절하지 못해 온도 조절이 어려웠다.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원하는 하드웨어가 없어 이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의 스마트팜을 개발했다.” 



정말 사람이 아예 손을 대지 않고도 작물을 재배할 수 있나. 

“일단 플랜티 큐브에서는 씨를 심고 각 부분에 옮겨 심는 일과 수확은 사람이 해야 한다. 그 외 부분은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다. 농업이 매우 큰 분야라 세부 분야마다 자동화 정도가 다르다. 요즘은 모든 분야의 농업이 천천히 자동화돼가고 있다. 농업을 종류별로 구분하자면 곡류를 기르는 농업과 토마토 등 과채를 기르는 농업, 상추 등 잎채소를 기르는 농업이 있다. 이 중 곡류를 기르는 농업은 거의 자동화됐다. 특히 미국 등 재배 규모가 크고 1년에 2번 이상 수확이 가능한 지역은 사람의 손이 작물에 닿는 일이 거의 없다. 자율주행 트랙터나 콤바인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농약도 드론으로 뿌린다. 국내에서도 쌀농사의 경우 심고 수확하는 일은 대부분 기계를 이용한다. 과채는 현재 주로 비닐하우스나 온실에서 기른다. 빛 외에 물, 온도 같은 환경을 거의 기계로 조절한다. 엔씽이 집중하는 것은 상추, 허브 등 잎채소다. 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작물이기 때문이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환경인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에 가장 잘 어울리는 농산물이다. 게다가 자라는 속도도 빨라 수익을 내기 쉽다.” 

사업 아이디어는 중앙아시아에서 얻었는데, 진출은 중동시장에 먼저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중앙아시아는 비닐하우스에서 과채를 생산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문제는 경제규모다. 소득 수준이 낮아 자국 내에서 과채가 잘 팔리지 않는다. 과채를 생산해 러시아 등 주변 지역에 수출하는 것이 중앙아시아 국가의 농업 목적이다. 반면 중동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가 많다. 신선한 채소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과채는 주로 비닐하우스나 온실에서 생산되는데, 중동은 이런 시설원예가 부적합하다. 빛에너지 차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동은 태양빛만으로도 온실 온도가 60도 넘게 올라가는 지역이다. 이런 이유로 빛까지 차단해 관리하는 컨테이형 스마트팜에 대한 수요가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도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플랜티 큐브를 총 1만 대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땅보다 스마트팜에서 재배해야 더 맛있는 채소

김혜연 엔씽 대표가 수경재배 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김혜연 엔씽 대표가 수경재배 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컨테이너 하나에서 어느 정도 재배가 가능한가. 

“로메인 상추 기준으로 1년에 3t을 재배할 수 있다. 노지와 비교하면 적게는 40배, 많게는 100배까지 높은 생산성이다. 한국에서도 시험적으로 스마트팜 재배 작물을 팔고 있다. 소규모 농장에서 잎채소와 허브를 길러 하이엔드 레스토랑, 프리미엄 브랜드에만 한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생산 규모가 커지면 가격 경쟁력도 충분히 갖출 수 있다.” 

높은 생산성 외 다른 장점도 있나. 

“일단 채소 품질이 더 좋다. 잎채소 품목으로 예를 들어보자. 노지에서는 환경 제어가 안 된다. 혹여 태풍이라도 오면 한 해 농사를 다 망친다. 너무 덥거나 추워도 마찬가지다. 잎채소는 더우면 흐물흐물 녹아 죽고, 추우면 찬 서리에 얼어 죽는다. 물론 온실이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방법이 있고, 온도와 물까지는 제어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컨테이너형 스마트팜은 빛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이처럼 맛있는 채소를 기르는 최적의 환경을 유지하기 때문에 노지에서 자란 채소에 비해 품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의 관리를 받아가며 운동하고 식단을 조절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빨리 몸을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게다가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수경재배 방식의 스마트팜이 더 낫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일단 환경보호부터 설명하자면 스마트팜은 농사에 필요한 물 소비는 물론, 비료로 인한 오염도 줄인다. 식물은 무기물만 섭취한다. 땅에 심고 물을 주는 것도 땅에 있는 무기질을 물에 녹여 식물이 섭취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땅에 무기질이 모자라면 비료를 통해 보충한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물 낭비와 환경오염이다. 식물은 땅이 머금은 수분만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주는 양에 비해 식물이 흡수하는 물은 소량이다. 하지만 수경재배의 경우 식물에게 필요한 정도의 물만 제공하니 오히려 물을 아낄 수 있다. 스마트팜에서는 식물이 증산 작용으로 내뿜는 수분까지 재활용하기 때문에 노지 재배에 비해 수분을 95%가량 덜 쓴다. 게다가 무기질도 물에 녹여 공급하면 되니 오물 등으로 비료를 만들 필요가 없다.” 

장점은 많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 아닌가. 

“스마트팜의 핵심은 자동화와 환경 제어 기술이다. 이 가운데 환경 제어는 이미 한국이 세계적 수준이다. 비닐하우스나 유리 온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시설원예’라 하는데 한국은 시설원예 재배 면적이 전 세계 3위다. 땅이 좁은 것을 감안해 집적도로만 따지면 세계 1위 수준의 기술력이다. 지금도 곡류나 과수원을 제외하면 국내 농가는 전부 시설원예로 바뀌는 중이다. 과거에는 토마토, 딸기 같은 과채류도 노지 재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비닐하우스 기술이 들어오면서 시설원예 전성시대가 열리게 됐다. 스마트팜의 씨앗은 이때 태동했다고 본다.”


한국에 뿌리내린 스마트팜의 씨앗

장기적으로 봐도 스마트팜은 국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인가. 

“국내에는 반드시 스마트팜 솔루션이 필요하다. 땅이 좁은 것도 있지만, 농사지을 사람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곡류는 자동화가 거의 다 됐고, 과채는 전부 시설원예로 전환됐으며, 그나마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한 부분은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다. 반면 잎채소 재배 농가는 아직 시설화,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5~10년 지나면 농사지을 인력이 크게 부족할 것이다. 과거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같은 과채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과채는 99% 이상 시설원예로 재배한다. 잎채소도 노지농업에서 곧 스마트팜으로 대체될 것이다.” 

엔씽이 잎채소에 집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인가. 

“국내시장도 중요하지만, 애초 해외시장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시작한 사업이다. 잎채소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채소의 소비 방식 때문이다. 일단 곡류는 소비지보다 생산지 중심의 작물이다. 수확물의 질이 비교적 오랜 시간 유지되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도 운송, 소비할 수 있다. 과채와 잎채소는 수확 후 운송 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생산지보다 소비지 중심의 작물이다. 서울 양재나 경기 과천 등지에 대규모 시설농업단지가 조성돼 서울에 과채를 공급하는 것도 신선도 때문이다. 잎채소는 그중에서도 가장 예민한 작물이다. 수확 후 빠르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빛과 온도까지 제어할 수 있어야 1년 내내 제대로 재배할 수 있다. 아직 관련 기술이 많지 않고, 스마트팜으로 환경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는 만큼 생산량을 관리하기도 쉽다. 반대로 말하면 환경 제어만 가능하면 세계 어느 도시든 스마트팜을 설치해 잎채소를 공급할 수 있다. 추후에는 해외시장에 과채 재배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정부의 스마트팜 우대 정책으로 다양한 업체가 생기고 있다. 엔씽이 가진 차별점이 있다면. 

“농장 관리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이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까지 설계했으니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컨테이너로 만든 것도 강점이다. 수경재배형 아파트식 스마트팜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컨테이너형과 대규모 창고형이다. 후자는 큰 창고에 재배시설을 깔아놓고 농장을 만든다. 농장이 크면 클수록 환경 컨트롤이 어렵다. 식물도 온도와 습도 변화를 줘야 잘 자란다. 자연 상태에서는 밤에 기온이 떨어지고 낮에 올라간다. 이 같은 온도 변화를 스마트팜에서도 재현해야 하는데, 농장이 크면 온도 변화를 작물에 고루 주기 어렵다. 두 번째 약점은 병충해다. 보통 스마트팜은 무농약 농법을 고집한다. 외부와 격리돼 있으니 병충해가 침투할 가능성이 현저히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병충해가 발생하면 그 농장의 작물은 전부 못 쓰게 된다. 반면 컨테이너형 스마트 팜은 환경 제어가 쉽고, 한 번 오염되더라도 다른 컨테이너로 옮지 않으니 1개 동만 손해를 보면 된다. 테스트도 편하다. 어떤 환경이든 컨테이너 1개 동을 옮겨 시험재배를 해볼 수 있다. 단, 재배 규모가 작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엔씽은 이를 극복하고자 컨테이너를 모듈화했다. 같은 환경 제어 프로그램으로 작동되는 컨테이너를 병렬구조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현재 안전성과 생산성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부한다.”






주간동아 2019.12.06 1217호 (p34~37)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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