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충실성은 부동산시장을 바라볼 때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저자의 말처럼 사실충실성이 일상의 건강한 사고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부동산을 바라볼 때도 ‘과도하게 극적인’ 뉴스를 거르고, ‘공포론’에 가려진 숨겨진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필자가 지난 10년간 건설회사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숨겨진 ‘기회지역’을 찾아낸 것도 사실충실성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로막는 ‘본능 오류’를 하나씩 살펴봄으로써 편견에 가려진 대한민국 부동산의 참모습을 만나보자.
주택의 연령과 자치구별 시세에 주목
간극 본능은 ‘부자와 빈자’ ‘우등생과 열등생’ 등 사회 현상을 극단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분법적 사고에 물들어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오로지 두 개의 ‘극단’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간극 본능은 결국 ‘평균의 함정’에 빠뜨린다. 어느 집단을 비교할 때 ‘평균값’만으로 집단의 ‘간극’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를 일반화한다. 예를 들어 남성의 평균 키가 170cm이고 여성의 평균 키가 163cm라고 할 때 ‘모든 남성은 여성보다 키가 크다’고 단정하는 식이다.2016년 대구의 ‘평균 매매가 변동률’은 -2.4%를 기록했다. 이를 보고 대부분 대구는 ‘하락하는’ 시장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대구의 ‘주택고령화’를 고려할 때 단순 ‘평균 가격’이 아닌 ‘연령별 가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2016년 대구의 젊은 주택은 -3%를 기록한 고령주택과 달리 2.3% 상승세를 기록했다. ‘평균값’만 따졌다면 대구에서의 내 집 마련 혹은 투자 기회를 놓쳤을 것이다. 반면 주택 연령별로 나눠봤다면 2016년에 매수해 큰 차익을 남겼을 것이다. 로슬링은 ‘평균의 차이만을 주목하고 평균을 구성하는 분산(숫자의 흩어짐 정도)을 무시하면 오판을 불러온다’며 ‘평균의 함정’을 경고했다. 주택고령화 시대에 주택의 ‘연령별 분포’를 따져야 하는 이유다.


아파트 공화국에 가려진 주거문화의 진실

‘아파트 공화국’은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급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아파트 공화국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주거 양극화’ ‘마을공동체 파괴’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의 자가 점유율은 2008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 3년간 ‘아파트 입주량’의 꾸준한 증가로 2014년 53.6%에서 2018년 57.7%로 상승했다. 비록 ‘아파트 공화국’이지만 아파트의 자가 비율은 70% 수준으로 다세대나 단독주택 등 기타 주택을 압도한다(그래프3 참조). 결코 쉽지 않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좋든 싫든 아파트가 실현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아파트가 ‘주거환경’, 즉 삶의 질도 개선해주고 있을까.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아파트’가 가장 높은 주택만족도를 보였다. 면적, 시설, 침실 수 등으로 평가하는 ‘최저주거 기준 미달가구’ 역시 2018년 5.7% 수준으로, 2006년 16.6%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다만 주거환경 전반에 대한 만족도는 2018년 2.94점으로(4점 척도로 평가하며 ‘매우 불만족 1점~매우 만족 4점’), 2016년 3.08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다.

2020년 서울 부동산, 사이클에 유의해야


서울 아파트의 사이클은 2018년 3분기를 정점으로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선 ‘서울 아파트값 12주 연속 상승’ 보도가 넘친다. 여기에 직선 본능이 더해져 ‘과거 정부 규제 이후 폭등했으니 또 폭등할 것이다, 지금까지 30% 올랐으니 못해도 10% 이상은 오를 것이다’라는 예측이 난무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주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 통계를 보면 ‘상승’은 하고 있으나 전년 동기 대비 상승폭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그래프4 참조). 저점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가격이 부담돼 ‘제한된 수요’만 시장을 소폭 움직이고 있다. 2020년을 앞두고 서울의 ‘신고가’ ‘3차 폭등’의 직선 본능에 주의해야 할 때다.
주간동아 1208호 (p3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