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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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미션’은 죽지도 않아

지목하는 자, 지목받는 자 태그 방식으로 순식간에 확산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14-09-29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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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돼 1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줬고, 지금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1970년대 국내에 널리 퍼진 일명 ‘행운의 편지’ 도입부다.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모를 이 편지에는 이런 내용을 무시하고 편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경고 문구가 쓰여 있었다. 여기에는 ‘미국 케네디 대통령도 이 편지를 받았지만 그냥 버렸다가 9일 후 암살당했다’는 황당한 내용도 담겨 있었다. 코웃음치고 넘어가기엔 뭔가 찝찝했던 사람은 편지에서 지정한 수만큼 다른 이에게 편지를 전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행운의 편지’야말로 스팸메일의 효시가 아니었나 싶다. 과거 7명이라는 숫자에 지쳐 편지 베끼기를 포기했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 같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이와 같은 다단계 릴레이가 유행하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한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공동 모금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은 사그라졌지만, 이밖에도 비슷한 형식의 소박한 릴레이로 SNS가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SNS 릴레이는 태그라는 간편한 방식으로 한꺼번에 다수에게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산 속도가 남다르다.

    요즘 누리꾼 사이에서 인기인 건 ‘감사 릴레이’와 ‘내 인생의 책 열 권 릴레이’다. 감사 릴레이는 기독교인 사이에서 시작됐다고 전해지는데, 이런 이벤트들이 그렇듯 출처는 불분명하다. ‘감사’라는 행위는 종교색을 배제해도 긍정적이기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로부터 태그된 사람이 인생에서 감사한 것 3가지를 적고, 다른 사람 3명을 태그하면 된다. 인생의 책 열 권 릴레이는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 10권과 그 책을 고른 이유를 적고 마찬가지로 3명을 태그하면 된다.

    요즘엔 ‘감사 릴레이’가 인기



    이런 방식이다 보니 온라인에서도 지목받은 자와 지목받지 못한 자 사이에 명암이 갈린다. 누군가는 여러 사람에게 지목받아 인기를 과시하는 반면, 지목받기를 기다리다 자체적으로 릴레이에 동참하는 이도 있다. 끝없이 릴레이 문화를 강요하는 사회가 피곤하다거나, 사적으로 전하면 될 말을 SNS에 공개적으로 올리는 건 온라인 공해라는 반응도 있다. 반면, 이 기회를 통해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모습, 왠지 낯설지 않다. 10여 년 전 인터넷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절 누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는데 스스로에 대한 ‘100문 100답’ ‘50문 50답’을 올리고 다음 타자를 정하던 놀이가 꽤 유행하지 않았던가. 자기표현 욕구와 복고 바람은 패션에만 한정되는 게 아닌 모양이다. 내년 이맘때엔 또 어떤 놀이가 유행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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