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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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 높은 음색을 만드는 남자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4-04-08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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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조 높은 음색을 만드는 남자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3월 28일 ‘주간동아’ 930호에서 소개했던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정기연주회를 참관했다. 그날 대다수 청중의 시선은 오로지 2부, 공연 타이틀이기도 했던 ‘엘리아후 인발의 쇼스타코비치’에 모아졌다. 모처럼 내한하는 세계적 거장이 국내 최고 교향악단을 지휘해 들려줄 레퍼토리이다 보니 당연한 관심이었다.

    반면 1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레퍼토리는 20세기 전반에 활약했던 유대인 작곡가 에르네스트 블로흐의 ‘셀로모’. 첼로 애호가 사이에서는 굴지의 명작으로 통하지만 일반 애호가에게는 낯선 작곡가이자 생소한 곡이었다. 아울러 협연자의 인지도 또한 그다지 높지 않은 듯했다.

    그런 탓인지 공연이 끝나고 1부를 거론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거의 2부에 대한 찬탄 일색이었고, 열이면 열 입을 모아 인발의 탁월한 지휘를, 서울시향의 출중한 기량을, 그리고 그들이 함께 일군 강렬한 연주를 칭찬하느라 여념 없었다. 1부에 대해서는? 곡이 좀 어려웠다, 첼리스트 잘하더라 정도의 이야기만 간간이 들려올 따름이었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 감상과 소견으로는 1부가 2부보다 2배 정도 더 인상적이고 기억할 만했다. 물론 인발의 쇼스타코비치는 기대만큼 대단했다. 하지만 1부에서 접한 ‘셀로모’는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차라리 하나의 ‘발견’이라고 해야 할 정도였고, 그 중심에는 첼로 솔로를 맡은 이상 엔더스가 있었다.

    엔더스는 2008년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국립관현악단) 최연소 첼로 솔로이스트로 기용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1548년 창단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독일 굴지의 악단이자 ‘세계 오케스트라 순위’에서도 항상 ‘톱 10’에 드는 정상급 교향악단이다. 이 악단은 독특하게도 통상적인 악장 외에 ‘첼로 악장’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는데, 엔더스는 겨우 20세 나이에 그 막중한 책무를 맡았던 것이다. 더구나 당시 그 자리는 10년 동안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석이었다.



    독일인 아버지(오르가니스트)와 한국계 어머니(작곡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작곡가 윤이상에서 이름을 따왔다. 첼로에 입문한 때는 9세. 이후 미하엘 잔덜링, 구스타프 리비니우스, 린 해럴, 트룰스 뫼르크 등 현역 연주가이기도 한 저명한 스승들과 함께 공부했다. 2012년에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떠나 프랑크푸르트 음대 교수로 임용됐고, 현재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슈만과 윤이상의 곡들로 채운 그의 데뷔 음반 ‘미르테와 장미로(Mit Myrten und Rosen)’(소니뮤직 출시)를 들으며 그날의 경이로웠던 연주를 반추한다. 첫 음부터 귀를 번쩍 뜨이게 했던 격조 높은 음색, 힘차고 유유히 뻗어나가 홀 전체를 넉넉히 채우던 풍성한 음량, 그리고 한계를 모르는 듯한 훌륭한 테크닉까지…. 그의 소리는 마치 악곡 속 주인공인 솔로몬 왕의 음성인 양 기품 가득하고 그윽했으며, 그 표정 또한 폭넓게 변화하면서 솔로몬의 고뇌와 희열, 허무를 풍부하고 다채로우며 심도 있게 표현했다.

    장한나가 지휘에 주력하는 지금, 엔더스는 우리 첼로 애호가의 아쉬움을 달래줄 귀중한 존재라 하겠다. 더 나아가 그가 로스트로포비치와 마이스키에 못지않은 거장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란 생각까지 든다.

    격조 높은 음색을 만드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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