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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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의 역설

‘예스맨’ vs ‘인크레더블’

  • 이명재 자유기고가

    입력2009-01-13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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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긍정적으로 살기 어려운 시대의 역설

    영화 ‘예스맨’ 중 한 장면.

    영화 ‘예스맨’에서는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싫어”라고 한다. 그리고 보통 그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매사에 부정적인 ‘노맨(No Man 혹은 ‘노먼’)’으로 키워진다고 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칼 알렌(짐 캐리 분)은 누구의 질문이나 요구든 ‘노’라고 답할 준비가 돼 있는 남자다. 그런 그가 이른바 ‘인생 역전 자립프로그램’에 가입하면서 인생이 확 뒤바뀐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르쳐주는 변신의 비결은 간단하다. 모든 일에 ‘Yes’라고 대답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알렌은 늘 ‘예스’라고 말했고 그의 인생은 과연 즐거움의 연속으로, 예전의 지루한 일상 대신 유쾌한 일상으로 바뀌었다. ‘긍정적 사고가 행운을 부르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인생은 행복해진다는 것.

    영화 ‘예스맨’은 미국에서 선풍을 일으킨 자기계발서 ‘긍정의 힘’의 영화판 버전이라고 할 만하다. 현대인은 긍정보다 부정을 선택한다. 기쁨보다 걱정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러한 걱정과 근심이 미래를 준비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차세대 리더로 급부상하고 있는 조엘 오스틴 목사는 이 책에서 “긍정을 선택하라. 기쁨을 선택하고 걱정을 버리라”고 설파한다.

    ‘긍정의 힘’이나 ‘예스맨’은 긍정적 사고가 인생을 바꿔놓는다는 얘기를 한다는 점에서 서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실적인 자기계발, 처세술에 대해 얘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긍정의 마법’이 결국 도달하는 곳은 일종의 판타지의 세계나 다름없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크레더블’이 그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영화의 주인공은 왕년에 슈퍼 히어로였지만 지금은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밥’이다. 과거의 그는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의 외침에 총알같이 달려갔다(혹은 날아갔다). 그러나 지금 그가 하는 일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심사 창구에 앉아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 요청에 대해 가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노’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이 시대 영웅의 조건은 사실 늘 ‘예스’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아닐까. 하늘을 날고 몸을 엿가락처럼 늘이고 트럭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는 사람이어서 영웅이 아니라, 누구의 부탁이나 하소연도 거절하지 않고 긍정적인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슈퍼 히어로’라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밥의 직업이 보험업이라는 건 무척이나 은유적이다. 그는 가입자들에게 매번 ‘예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예스’를 남발하면 회사의 손해가 되고, 그건 결국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중 밥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긍정적 사고에 대한 예찬을 한국식으로 얘기하자면 ‘하면 된다’쯤 될 것이다. 그런 제목을 단 영화도 있었다.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이 나쁠 건 없다. 경제 위기로 사람들이 위축되고 불안해하는 지금이야말로 그런 투지가 정말 필요한 때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구호처럼 복창된다면 곤란하다.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렸다’는 70년대 흘러간 주문의 재림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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