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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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株 내일 흐려도 내년은 맑음

미국 부진 속 아시아 중심 신흥시장 급성장 … 증시 연간 상승률 중국 112%, 브라질 38%

  •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 애널리스트 hkkim@truefriend.com

    입력2007-10-24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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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株 내일 흐려도 내년은 맑음

    세계의 유명 다국적기업 150여 개가 몰려 있는 상하이 푸둥지구.

    2007년 글로벌 증시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의 초강세와 선진국 증시의 상대적 부진’이다. 이머징마켓을 대표하는 브릭스(BRICs) 증시는 2007년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하며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다.

    10월12일까지 연간 상승률을 살펴보면 중국 증시는 112% 급등했다. 브라질은 38%, 인도 증시는 33% 상승했다. 12% 상승에 그친 러시아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선진국 증시에 비해 나쁘지 않을 뿐 아니라 2006년 이미 70% 급등한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이에 반해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10% 상승에 그쳤고, 영국 FTSE100 지수도 8%라는 소폭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2006년 말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의 강세는 세계 경제성장의 축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중국을 축으로 한 개발도상국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한 세계경제 성장률만 따져봐도 아시아 국가들의 기여도가 이미 미국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경제 영역에서 미국의 위상 저하는 정치적 리더십의 약화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1991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던 1차 걸프전 당시 주요 서방국가들은 대부분 다국적군이라는 형태로 미국 뒤에 줄을 섰다. 그러나 2003년 2차 걸프전이 시작됐을 때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 노선에 반기를 들었다. 심지어 우리나라까지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졌다.

    이처럼 서방국가들이 큰 입장차를 드러낸 이유는 한마디로 경제 영역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이 점은 미국 주가가 2004년 이후 4년 연속 세계 증시의 평균 상승률을 밑돌고 있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의존도 높을수록 주가는 약하다

    물론 올해 나타난 미국 증시의 강세는 조금 달리 해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 등 이머징마켓의 호황에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 증시의 장기 트렌드 역시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주가상승률도 이머징마켓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큰 방향에서 상승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종목들을 살펴보면 아시아에 영업 기반을 가진 다국적기업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우지수란 5000여 개 종목이 상장된 미국 증시 가운데 핵심 3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표다. 이 30개 종목 가운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종목은 7개. 이들 모두 신흥시장의 호황에서 수혜를 본 다국적기업들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니웰, 3M, 보잉,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등이 그 주인공이다. 반면 30여 종목 중 선진국형 업종인 정보기술(IT)이나 헬스케어, 금융업종에 속하는 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흥미로운 점은 다우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 미국 내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이다. 다우지수에 속한 30개 종목 중 올해 주가상승률 1~10위 기업의 평균 미국 내수시장 의존 비율은 46.1%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11~20위 기업은 58.6%, 21~30위 기업은 무려 63.8%로 상승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주가는 부진했던 셈이다.

    2007년 한국 증시, 중국파 압승

    편의상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들을 국내파, 미국파, 중국파로 나눠보자. 국내파는 금융·유통 등 국내에 기반을 둔 종목군, 미국파는 IT 등 미국 (선진국) 수요에 의존하는 종목군, 중국파는 조선·해운 등 아시아 신흥시장 수요에 의존하는 종목들이다.

    이중 중국과 관련된 기업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2007년에만 무려 284% 급등했고, 한진해운은 125%나 올랐다. 중국 경제가 활황세를 기록하면서 전 세계 물동량이 중국을 중심으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해운업 호전에 따른 신규 발주로 조선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파에 비하면 국내파의 수익률은 초라했다. 금융업종을 대표하는 국민은행은 연간 0.8% 상승에 그쳤고, 신세계도 17.4%의 상승률에 머물렀다.

    미국파는 초라한 정도가 아니라 나락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16%라는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종합주가지수(KOSPI)가 40% 이상 상승하는 강세장에서 오히려 크게 하락한 것. 이는 하이테크 제품의 주요 수요처인 미국 경제의 부진에 기인한다. 한국 증시에서 나타나고 있는 중국파의 득세, 미국파의 부진은 글로벌 증시에서 나타나는 이머징마켓과 선진국 간 주가 차별화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하다.

    중국 주식의 미래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 H지수’는 4월 말 이후 6개월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China Play’로 일컬어지는 중국 특수에 대한 기대가 국제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홍콩 H지수의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28배까지 치솟을 정도다. 아무리 성장성이 뛰어난 시장이라도 주가가 조정 없이 오르기만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일정 정도 조정을 받은 뒤 중국 관련주들이 다시 부각할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앞으로도 중국 쪽에 기반을 둔 종목을 선택하는 게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물가 상승과 관련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서 물가 부담으로 인한 긴축 우려는 본질적인 부분이 아니다.

    향후 2~3개월의 짧은 시계(視界)에서는 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이 우선적인 고려 사항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3개월간 중국 관련주(또는 펀드)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1년 정도로 투자 기간을 넓혀 본다면 여전히 중국 관련주들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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