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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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공룡 KT, 바람 잘 날 없네!

계파 난무 속 고위층 갈등설 불거져 … 비리 의혹 투서·휴대전화 재판매 압력으로 ‘잡음’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입력2004-08-13 17: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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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신 공룡 KT, 바람 잘 날 없네!
    올 8월로 민영화 3년째를 맞이한 거대 통신그룹 KT(한국통신)가 안팎의 시련에 직면해 있다. 과거 공기업 시절의 과오와 의혹, 민영기업으로의 체질 개선 중 터져나온 갈등, 미래 성장동력 부재로 인한 혼란. 주가는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고,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재계 순위 6위,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인 KT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다.

    문제의 원천은 KT 내부에 있다. 매출과 성장 가능성에 죽고 사는 민영기업이 됐지만 몸속 깊이 뿌리박혀 있는 공기업 체질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음이다. 주가가 떨어지고 이익이 덜 생겨도 국가기간통신망을 책임지는 KT가 아주 문 닫을 리는 없다. 위기 의식의 부재야말로 비생산적 파쟁(派爭)이 온존하고, 각종 이권 관련 구설이 끊이지 않으며, 미래 개척을 위한 전향적 리더십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한솔M.com 주식 고가 인수설도 나돌아

    서울지검 특수1부는 최근 국세청 고발에 따라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의 탈세 혐의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2000년 조 전 부회장이 KT에 한솔M.com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480억원의 양도소득세를 포탈했다는 것. 이 와중에 당시 공기업이던 KT가 5000억원대의 적자에 허덕이던 한솔M.com 주식을 시가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인수한 사실이 새삼 논란이 됐다. 검찰 수사의 초점이 KT의 ‘과다 지불’ 쪽으로 확대됐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한솔 측이 KT 관계자에게 금품을 뿌린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검찰은 당시 딜을 진행한 KT의 전 ‘실세’ 임원 S씨와 C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C씨는 “KT 문제가 아닌 한솔 탈세 혐의와 관련한 참고인 조사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어쨌거나 이로 인해 요즘 재계에는 수사와 관련한 온갖 루머가 난무하고 있다. KT의 한 인사는 “그 거래는 당시 이계철 사장조차 잘 모르게 S, C씨 둘이서 ‘말아먹은’ 일이다. KT라는 기업은 잘못이 없으며 검찰 조사를 피하거나 변명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S, C씨는 KT 내 호남 인맥의 리더로 꼽힌다. KT 고위관계자는 “S씨가 외부 영입인사로 ‘반짝 권력’을 구가한 쪽이었다면, C씨야말로 호남 인맥의 맹주이자 차세대 리더로 각광받는 존재였다. 2001년 이상철 사장이 취임하면서 정리될 것이란 소문이 돌았으나 이사장은 오히려 그를 중용했다. 여타 세력에 대한 견제인 동시에 호남 정권에 대한 배려 차원이었던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씨는 2003년 11월 결국 옷을 벗었다. 다른 호남 출신 임원들도 함께 대거 정리됐다. 업계는 물론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까지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에 대해 KT 고위관계자는 “계파 해체와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KT가 비로소 정치적 외풍을 타지 않게 됐다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들이 요즘 하나같이 C씨를 “무능력하고 비리가 많았다”며 강력 비난하고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속사정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계파의 난무는 오래 전부터 KT의 가장 큰 병폐로 지적돼왔다. 그렇다면 호남 인맥이 ‘척결’된 지금, KT는 마침내 조용한가. 그렇다고 할 수 없는 것이, 2003년 말부터 KT 이용경 사장과 KTF 남중수 사장 간의 갈등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이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KT 내에 별다른 인맥이나 계파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그에 비해 남사장은 오래 전부터 C씨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한 명의 차세대 선두주자로 주목받아왔다. 그런 만큼 두 CEO의 갈등설은 KT그룹으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KT 고위인사는 “무슨 갈등이 있고 계파가 있겠나. 누구는 누구 사람이니 뭐니 하면서 밖에선 말들이 많은 모양인데 다 사실이 아니다. 이사장을 밀어내기 위해 경쟁사들이 퍼뜨린 악의적 루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경쟁사 관계자는 “남사장은 이사장 못지않게 버거운 존재다. 왜 우리가 남사장이 KT CEO가 되는 데 일조하겠나. 이는 내부의 혼란을 외부의 적에게 돌리기 위한 술책일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실제로 이사장과 남사장 사이에 눈에 띄는 갈등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없다. 통신업계에 정통한 한 인사는 “KT 내에 상존하는 계파들이 여러 이유로 인해 없는 말을 만들어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 공룡 KT, 바람 잘 날 없네!

    KT가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상정하고 있는 휴대인터넷

    ‘KT 비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투서, 진정서, 고발장 등이 난무하는 것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그중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이 통신장비 업체인 G사, 채권추심 업체인 국민신용정보㈜ 사건이다.

    당초 KT의 주 협력업체 중 하나였던 G사는 KT와의 거래에 문제가 생기자 “KT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며 다양한 경로를 통해 투서, 진정서 등을 밀어넣었다. 회사 홈페이지에 KT의 ‘비리’를 적시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주 내용은 “KT가 호남 인맥을 갈아치우면서 과거 인사들과 자사가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엄청난 손해를 보았다”는 것. 올 초 정보통신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G사와 KT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일단락됐다. G사는 지난 4월 “업종을 통신장비가 아닌 토털 솔루션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G사 측은 “KT와 관련해 지금은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국민신용정보㈜ 건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의혹도 깊다. 두 회사 간 분쟁으로 인해 무려 10여 건의 민·형사소송이 제기됐다. 사건 연원은 200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신용정보와 분쟁으로 마라톤 소송

    당시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KT는 통신요금 체납관리 업무를 분리키로 하고 인수 가능한 신용정보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KT 퇴직자들로 구성된 ‘이미래종합통신’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 KT를 대행해 인수할 신용정보회사를 물색했다. KT가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자회사만 하나 더 늘린 ‘눈 가리고 아웅’식 구조조정이란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2001년 국민신용정보를 택해 KT, KT 퇴직 직원, 박광하씨 등 개인 주주들이 나서 회사를 인수했다.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KT 퇴직 직원 523명과 국민신용정보 간의 고용계약이 체결됐다. KT는 해당 직원들에게 퇴직을 종용하는 대신 국민신용정보에서 3년간 근무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KT 출신 임직원들과 여타 주주-임직원 간에 알력이 발생했다. 분쟁이 계속되자 KT는 2002년 10월 체납관리 위·수탁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대신 KT는 국민신용정보 소속 KT 퇴직 직원들을 A, B 등 두 개의 신용평가회사 임시직원으로 등록케 한 후 같은 업무를 보도록 조처했다. 편의를 제공한 A, B사에는 회수채권액 중 일정액을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사실상 대주주인 박광하씨는 “KT의 일방적 계약 해지와 부당한 3자 개입 등으로 수십억원의 손해를 보았다”며 각종 소송을 제기했다. KT와 KT 퇴직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도 맞고소를 했다. 노조와 박씨 사이에서 벌어진 소송 두 건은 모두 박씨가 승소했다. 박씨가 KT를 상대로 낸 ‘계약해지 무효 확인 소’의 경우 1심은 KT가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1심을 취소하고 항소를 각하한다. 손해배상 청구 진행을 권고한다”는 판결이 났다. 박씨는 다시 KT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KT 측은 “박씨는 지난 정권 실세들의 비호를 받는 인물이다. 그래서 국민신용정보 일을 맡겼다. 그런데 박씨가 우리와 한 약속을 깨고 지나친 욕심을 부렸다. 협상을 하려 애썼고, 심지어 청와대까지 나서 중재했지만 대화가 되지 않았다. 원만한 해결을 기대할 수 없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다. 애초 이 일을 벌인 것도 C씨”라고 주장했다.

    박씨의 주장은 다르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정치권 인사들과 일면식도 없다. 모함을 하는 거다. KT는 처음부터 약속을 어겼다. 퇴직 직원 400명을 보낸다고 해놓고 523명을 보낸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후에도 KT 출신 직원들을 교묘히 조정해 각종 사안을 놓고 여타 임직원들과 알력을 빚게 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불법과 탈법 행위가 있었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할 일이나, 설사 KT의 설명이 맞다 해도 과거 KT가 정치권력에 얼마나 쉽게 휘둘렸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통신 공룡 KT, 바람 잘 날 없네!

    2002년 KT 완전민영화를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당시 경영진.

    KT 경영진은 휴대전화 재판매(KTF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것)를 놓고 직원들과도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7월4일에는 전국 30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인권단체연석회의가 ‘KT 반인권적 차별행위 및 노동 감시 실태 증언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 행사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5월 발생한 KT 직원 3명의 사망 사건이었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측은 “회사 측이 지나친 스트레스를 줘 직원들이 사망했다”고 비난했다. 3명의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인 부산 통영영업국 거제지점의 김모씨(34)는 확인된 것만 9개의 휴대전화를 가개통해 죽기 전 3개월간 기본료와 할부금 체납액이 100만원에 이르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세 살인 딸 앞으로까지 휴대전화를 개통해놓았던 것. KT 측은 “한 달여 전 노조와 ‘무리한 판매 강요를 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직원들의 고충과 불만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 재판매와 관련해서는 협력업체들의 불만 또한 만만치 않다. 한 협력업체 재무담당 임원은 “몇 달 전 납품과 관련해 아는 KT 직원에게서 ‘휴대전화 100대만 팔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안 할 수 있나. 하지만 방법이 없어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 위탁했다. 한 대 팔 때마다 판매점 쪽에다 5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KT 직원 편의를 봐주느라 생돈 500만원을 날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 최근 KT와 큰 거래를 성사시킨 한 통신장비 업체에 연락을 해보았다. 회사 임원인 민모씨는 “노코멘트다. 답하기가 힘들다. 그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냐고 물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말하겠다”는 등 애매한 답변을 하며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KT가 이처럼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휴대전화 재판매에 매달리는 이유는 매출 압박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유선전화나 초고속 인터넷을 통한 매출 신장이 한계에 이른 지금, KT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휴대인터넷과 홈 네트워크 시스템, 위성DMB 사업 등이다. 그러나 이중 ‘돈’이 될 만한 확실한 신사업은 하나도 없다. 설사 얼마간의 수익 확대가 가능하다 해도 미래 성장동력이라 자신할 만한 아이템들은 아니다.

    “KTF와의 합병이 살 길” 업계 한목소리

    KT 관계자는 “민영화가 된 2년 전부터 정말 애타게 ‘10년 후 먹고살 길’을 찾고 있다. 하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업계에서는 “KTF와의 합병을 통한 무선 분야 진출만이 살 길”이라 입을 모은다. 유선시장은 한계에 도달했지만 무선시장은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KT-KTF의 합병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 회사 관계자들 또한 누가 합병에 대해 물으면 “우리는 그럴 생각도 없고, 그럴 시기도 아니다”라며 고개를 젓기 바쁘다.

    이와 관련, KTF 남사장은 “SK텔레콤(이하 SKT)과 하나로텔레콤(이하 하나로)이 합병하는 등과 같은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지 않는 한, 두 회사가 합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못박기도 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큰 것은 정부가 그러한 ‘초거대 통신사업자의 탄생’을 좌시할 리 없다는 것. 특혜 시비는 물론 독점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두 회사의 합병은 필연적으로 SKT와 하나로의 합병을 불러오게 된다. 그리 되면 그 외 통신사업자, 그러니까 LG텔레콤이나 두루넷 등의 생존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결국 KT-KTF-LG텔레콤이 한몸, SKT-하나로가 한몸이 돼 전체 통신시장을 양분하게 되리라는 예상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KT-KTF 그룹이 SKT-하나로 그룹보다 더 큰 ‘1위 사업자’가 되면서 각종 제재조치의 주요 표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까지 KT와 KTF는 SKT가 무선 분야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는 점을 부각해 다양한 이득을 취해왔다.

    하지만 현재의 통신시장 상황으로 봤을 때 KT와 KTF의 합병은 필연적인 것으로 보인다. 남사장도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특정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고 나머지 사업자가 15%씩 나눠먹는 독점시장이 형성되는 것보다, 오히려 두 개의 사업자가 60대 40으로 시장을 나누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더 유리하다”는 뜻을 밝혔다.

    모 증권사의 통신전문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못하게 하건, 후발 사업자들이 반발을 하건 KT는 살아남기 위해 KTF와 합병하고 무선시장 쪽으로 영토를 넓혀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통신산업 전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 이 사안은 정보통신부나 다른 사업자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직 KT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KT 경영진의 결단과 리더십이다. 시장과 정부의 불안과 걱정을 불식할 수 있는 안을 들고 나와 업계 전체를 재편해야 한다. 몸만 민영화하면 뭐하나. 머릿속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안 망한다’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위기의식을 느껴야만 KT도 살고 통신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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