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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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만나는 ‘서예적 추상’세계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2-24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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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야 만나는 ‘서예적 추상’세계
    고암 이응노는 행복하고도 불행한 화가다. 화가로서 생전에 자신의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부와 명예를 얻었으니 행복한 작가였고, 동시에 조국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외면당했으니 철저히 불행했다. 그가 타계한 지 12년. 한국 화단은 이제야 이응노라는 이름을 이데올로기가 아닌 예술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9월15일부터 평창동 이응노 미술관에서 열리는 ‘60년대 이응노 추상화’전은 말로는 많이 들었어도 실제 볼 기회는 드문 고암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전시회다. 고암이 1962~67년에 그린 서예적 추상 62점을 전시한다. 모두 프랑스에서 대여해 온 미공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서예적 추상’은 고암의 경향이 콜라주에서 추상으로 변화한 시기에 그린 과도기적 작품들이다. 고암은 녹인 양초로 한지에 그림을 그린 후, 뒷면에 물감을 칠하고 다시 앞의 양초를 닦아내는 독특한 기법을 구사했다. 이러한 기법으로 그린 채색 작품들은 마치 오래된 비석 같은 느낌을 준다.

    이응노 미술관의 이순령 큐레이터는 “글씨체를 읽을 수 없는 비석 같은 형상에서 고암 특유의 고졸함이 엿보인다”고 출품작들을 설명했다.

    이제야 만나는 ‘서예적 추상’세계
    얼핏 보기에 글자가 풍화한 비석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이 추상화에 그린 대상은 산이나 사람, 또 자연물이다. 당시 고암은 “풍경에 점을 하나 찍었더니 사람이 되더라”고 구상에서 추상을 향해 가는 자신의 작품 성향을 설명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과도기를 지나 70년대가 되면서 고암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문자 추상들이 탄생한다.



    오는 12월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모두 3차로 나누어 각각 다른 작품들이 전시된다. 1차 전시는 10월14일까지, 2차 전시는 11월15일까지, 3차는 12월15일까지다.

    이번 1차 전시에는 23점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관람객은 한 장의 입장권으로 1, 2, 3차전을 모두 관람할 수 있다. 이응노 미술관측은 앞으로도 프랑스에 있는 고암의 작품을 공개하는 기획전을 계속할 예정이다(문의:02-3217-5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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