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74

2019.01.25

설 특급 프로젝트 | 여행 계획 미리 짜기 - 김도균의 가성비행

에어캐나다로 북·중·남미와 유럽을 여행하면?

150만 원 안팎 항공권으로 ‘절반의 세계일주’ 가능

  • 김도균

    dgkim100@gmail.com

    입력2019-02-01 16:15:3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항공권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목적지나 날짜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언제 어떻게 구매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3배, 많게는 10배까지도 차이가 난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동일한 여행을 하는데 3배 비싼 항공권으로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억울할까. 장거리 비행에선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다. 그 돈이면 호텔 등급이 달라지고 여행 기간 내내 먹는 음식도 달라진다. 앞으로 남들보다 저렴하게 항공권을 구매하는 노하우에 대해 김도균 전 플라이트그래프 대표가 격주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이번 주엔 ‘절반의 세계일주’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주인공은 에어캐나다입니다. 에어캐나다로 세계일주에 버금가는 여행을 할 수 있는 항공권을 소개합니다.

    절반의 세계일주 여행 경로

    페루 리마, 칠레 산티아고, 쿠바 아바나(하바나)는 꿈에 그리는 여행지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또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가지 못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을 돌아보고 덤으로 캐나다 서부 밴쿠버와 동부 몬트리올을 여행한 뒤, 유럽 대표 도시 영국 런던으로 들어가 프랑스 파리에서 아웃하는 일정, 즉 남미·중미·북미·유럽을 모두 여행하고 오는 항공권입니다.

    서울→밴쿠버→산티아고/(육로)/리마→몬트리올→런던/(육로)/파리→아바나→서울 154만원

    3월 중순 출발로, 두 달 조금 못 미치는 일정의 항공권인데 단돈 154만 원이면 가능합니다. 보통 유럽이나 미국의 한 도시를 왕복하는 항공권 가격 정도입니다. 왜 이렇게 쌀까요. 어떻게 검색할 수 있는 걸까요.



    [shutterstock]

    [shutterstock]

    이제는 남미로 가는 항공권을 100만 원 안쪽으로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존하는 여객기로는 논스톱으론 갈 수 없어 무조건 어딘가를 경유해야 합니다. 결국 100만 원대 남미 항공권은 50만 원대 유럽 또는 미국 항공권과 유사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shutterstock]

    [shutterstock]

    리마→마드리드→리마 75만원

    이번에는 리마-마드리드 75만 원짜리 왕복 항공권입니다. 역시 에어캐나다 항공권으로 비수기 최저가입니다. 남미-유럽 왕복 항공권 중에서도 이보다 싼 가격에 가능한 도시의 조합은 얼마 없습니다.

    서울→리마→마드리드→리마→서울 125만원

    그런데 앞의 두 항공권을 한 장의 항공권으로 검색해봤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따로 사면 180만 원인데, 한 장으로 사니 125만 원이면 됩니다. 에어캐나다가 이걸 의도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이렇게 팔면 손해가 너무 크거든요. 

    이런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영국항공 타고 유럽에 갔다 이베리아항공을 타고 일본으로 돌아오는 경우, 핀에어로 유럽에 갔다 홍콩으로 돌아오는 경우, 에티하드항공을 타고 몰디브를 왕복할 때 아부다비에서 스톱오버하는 경우 등 항공사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항공권이 마법처럼 싸지는 현상은 꽤 많이 발견됩니다. 

    왜 그런지는 몰라도 좋습니다. 그저 이런 현상을 잘 이용하면 그만입니다. 아낀 항공권 금액으로 더 좋은 호텔에 묵거나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되는 거죠.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항공권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으면 도전의식이 안 생기죠. 지금까지 매트릭스 ITA 소프트웨어(matrix-ITA Software·ITA 매트릭스)라는 사이트의 검색 결과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온라인 여행사 사이트나 항공권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4구간 이상 되는 다구간 항공권은 검색이 잘 안 됩니다. 

    항공권 검색은 매우 복잡해 아무리 빠른 컴퓨터로 찾아도 ‘풀 서치’를 할 수 없거든요. 현존하는 모든 항공 검색엔진은 스스로 가지치기한 뒤 익숙한 경로를 검색해 결과를 냅니다. 당연히 더 싸고 좋은 항공권이 있어도 못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ITA 매트릭스나 구글플라이트를 이용하면 조금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항공사를 지정해 검색할 수 있거든요. 항공사를 지정한다는 것은 검색 범위를 좁힌다는 의미입니다. 특정 항공사를 더 많이, 더 깊이 검색하라고 알려주는 거죠. 그래서 다구간 검색은 ITA 매트릭스나 구글플라이트를 이용하면 다른 사이트에서 검색하지 못한 항공권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문제가 있습니다. ITA 매트릭스는 검색만 해줄 뿐 구매 가능한 사이트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구글플라이트도 가끔 어떤 사이트에서 사라고 알려주지만 정작 해당 사이트에 가보면 그 항공권이 검색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결국 ITA 매트릭스나 구글플라이트에서 검색되더라도 종종 구매가 불가능한데, 이번에 소개한 항공권이 그런 경우처럼 보입니다.

      다구간 항공권 검색 : 에어캐나다 홈페이지

    하지만 에어캐나다 홈페이지가 해결책을 줍니다. 에어캐나다의 다구간 검색은 독특합니다. 우측 상단에 ‘참고 : 모든 항공편을 선택한 후 총 가격이 표시됩니다’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항공편을 다 선택하면 그 후에 가격을 알려주겠다는 거죠. 

    다행히 우리는 ITA 매트릭스나 구글플라이트에서 이미 검색했습니다. 그 검색 결과대로 에어캐나다 홈페이지에서 선택하면 되는 거죠. 항공사 홈페이지는 대부분 다구간 항공 검색 결과가 영 신통치 않습니다. 존재하는 항공권을 못 찾아주는 것보다 깜깜이 검색이라 해도 있는 항공권을 구매할 방법을 제공해주는 편이 낫습니다.

    서울→리마→마드리드→리마→서울 125만원

    이렇게 ITA 매트릭스에서 검색된 항공편들을 똑같이 고르면 가격이 계산되고, 항공권을 살 수 있습니다. 200원 싼 가격이긴 하지만, 이는 환율 계산 차이일 뿐입니다. 가끔은 몇만 원 차이가 나기도 하고, 아예 500만 원 이상 되는 가격도 있는데요, 대부분 ITA 매트릭스나 구글플라이트가 정확한 좌석 현황을 반영하지 못해서입니다.

    [shutterstock]

    [shutterstock]

    서울→밴쿠버→산티아고/(육로)/아바나→서울 125만원

    이제는 응용편입니다. 먼저 서울 출발, 남미 왕복 여정입니다. 리마 왕복을 산티아고 인, 아바나 아웃으로 변경했습니다. 산티아고와 아바나는 멀지만 출·도착이 다른 여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경로에 위치한 캐나다 밴쿠버에 스톱오버를 추가했습니다.

    리마→몬트리올→런던/(육로)/파리→아바나 137만원

    남미-유럽 왕복 여정은 리마 출발, 런던 인, 파리 아웃, 아바나 도착으로 검색했습니다. 역시 캐나다 몬트리올에 스톱오버를 추가했고요. 137만 원입니다.


    서울→밴쿠버→산티아고/(육로)/리마→몬트리올→런던/(육로)/파리→아바나→서울 154만원

    앞의 두 항공권을 합쳐 하나로 검색했더니 154만 원입니다. 따로따로 사면 262만 원인데 말입니다. 

    이 항공권에는 숨은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쿠바는 얼마 전부터 미국에서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여행 목적으로는 미국 출발 항공편을 타고 쿠바에 갈 수 없습니다. 아직은 미국을 경유해 쿠바로 가는 여행을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원칙상 그렇다는 거고요, 다른 방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멕시코나 캐나다를 경유해 쿠바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남미나 쿠바가 모두 쉽게 가기 어려운 여행지라 이왕이면 가는 길에 함께 둘러보고 싶은데, 이게 녹록지 않습니다. 미국 경유가 불가능하니 선택지가 별로 없고 싼 가격의 항공권을 찾는 것도 좀처럼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이 항공권은 남미와 쿠바 아바나 사이에 유럽을 넣어 난제를 해결했습니다. 남미→유럽→아바나 여정이 더해지면서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공항세와 운임 10여만 원밖에 안 됩니다. 물론 남미-유럽, 유럽-아바나 모두 캐나다를 경유하고 덤으로 캐나다 여행이 가능하기도 하고요. 

    사실 154만 원은 쿠바(중미)와 남미만 여행하는 항공권으로만 따져도 정말 좋은 가격입니다. 유럽과 캐나다는 보너스입니다.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샀는데 사은품까지 주는 느낌이랄까요. 

    결국 154만 원에 남미, 유럽, 중미, 캐나다를 모두 돌고 필요한 곳에서는 출·도착이 다른 여정으로 얼마든지 여행 기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어, 말 그대로 세계일주에 버금가는 여행을 할 수 있는 항공권인 셈이죠.

    [shutterstock]

    [shutterstock]

    서울→리마→토론토→마드리드/(육로)/바르셀로나→아바나/(육로)/칸쿤→밴쿠버→서울 152만원

    앞의 항공권을 조금 다르게 응용해봤습니다. 남미에서는 리마만 가고 중미를 아바나 인, 칸쿤 아웃 여정으로 바꾼 겁니다. 유럽은 마드리드 인, 바르셀로나 아웃입니다.

    서울 출발 만 9일짜리 ‘마일리지 런’용 항공권

    마지막으로 ‘마일리지 런’용 항공권을 소개합니다. 만 9일 여정 중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4박을 제외하면 거의 비행 중이거나 비행대기 상태입니다. 

    마일리지 런이란 마일리지를 쌓고자 비행기를 타는 것을 말합니다. 이 항공권의 실제 탑승 마일은 3만7943마일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을 3~4번 왕복하는 정도의 거리입니다. 예를 들면 서울-헬싱키 왕복이 9322마일이니 서울-헬싱키를 4번 왕복하는 것보다 많습니다. 워낙 저렴한 항공권이다 보니 마일리지가 아주 많이 적립되지는 않습니다. 에어캐나다에선 1만1051마일이, 좀 더 후한 유나이티드항공에선 1만8465마일이 적립됩니다. 

    마일리지 런의 또 다른 목적 가운데 하나는 회원 등급을 따거나 유지하는 겁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인 마일리지 플러스의 회원 등급은 프리미어 실버/골드/플래티넘/1K로 나뉘고, 회원 등급에 따라 선호 좌석 무료 이용, 좌석 무료 업그레이드, 마일리지 보너스, 우선 체크인/탑승, 전용 보안 검색대, 우선 수화물 처리, 무료 라운지 이용, 무료 수화물 등의 혜택이 주어집니다. 

    각 회원 등급을 따려면 프리미어 자격 마일(PQM) 2만5000, 5만, 7만5000, 10만 마일을 충족해야 하죠. 그런데 이 항공권으로 탑승하면 PQM이 3만6386마일 인정됩니다. 1회 탑승으로 실버 등급이 되고, 2번 탑승하면 플래티넘 등급에 육박합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회원 등급 혜택 외에도 프리미어 실버 회원에게는 ‘스타 얼라이언스’ 실버 혜택이, 프리미어 골드/플래티넘/1K 회원에게는 ‘스타얼라이언스’ 골드 혜택이 제공됩니다. 스타얼라이언스 골드 혜택은 많은데 그중 하나를 예로 든다면 전 세계 1000개가 넘는 스타얼라이언스 라운지 또는 회원사 라운지를 동반 1인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9일 투자해 마일리지 런을 할 만합니다. 마드리드 4박 외에는 여행 경비도 별로 들지 않습니다. 물론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PP카드나 다이너스카드는 필수겠죠. 시간을 낼 수 있고, 체력만 받쳐준다면 한 번쯤 해볼 만한 여행입니다. 마드리드 왕복 항공권을 117만 원에 샀다고 생각하고 여행하면 꽤 유용한 혜택이 주어지는 회원 등급을 딸 수 있습니다.

    Tip 에어캐나다 미주+유럽 항공권

    • 중남미 목적지 에어캐나다가 취항하는 중남미 도시 가운데 선택, 출·도착 다른 여정 가능
    • 유럽 목적지 에어캐나다가 취항하는 유럽 도시 가운데 선택, 출·도착 다른 여정 가능
    • 캐나다 내 경유지 밴쿠버, 토론토, 몬트리올 스톱오버 가능
    • 여정 서울→(캐나다 내 경유지)→중남미 목적지 1(출·도착 다른 여정 가능)→(캐나다 내 경유지)→유럽(출·도착 다른 여정 가능)→(캐나다 내 경유지)→중남미 목적지 2(출·도착 다른 여정 가능)→(캐나다 내 경유지)→서울

    김도균은… 

    KAIST 수학 석사 출신으로 매력적인 항공권을 검색할 수 있는 플라이트그래프를 창업했다. 비록 플라이트그래프의 첫 도전은 실패했지만, 틈만 나면 상식을 깨는 마법 같은 항공권을 찾으며 다음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