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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96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조만간 베이비붐 세대(1955~63년 출생)를 넘어 세계 최대 인구층이 된다. 청소년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 문장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알 수 없는 위화감을 준다. 이 위화감을 설명할 방법을 찾다 드디어 좋은 비교 대상이 떠올랐다.
‘지구에는 약 76억 명의 인간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두 발로 직립보행하며 닭과 소, 돼지 등 가축을 먹고 채소와 해산물도 먹으며 곡류와 과실도 먹는다.’
이처럼 당연하게 느껴왔던 사실들이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으로, 마치 외계의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분석처럼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묘한 뉘앙스는 관련 기사 제목들에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밀레니얼 세대와 일하는 법’
‘이 시대의 마케팅,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는 10가지 키워드’
‘밀레니얼 세대를 몰라 몰락한 비즈니스’
아마도 밀레니얼 세대를 관찰하고 분석했던 기성세대의 눈에 우리는 꽤나 예측하기 어려운 골칫거리로 보였던 듯싶다. 재미있는 점은 밀레니얼 세대가 항상 고용할 노동자나 지갑을 열 소비자로 대상화돼 있다는 것인데, 노동자나 소비자로서 우리 세대가 정말 그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주변의 밀레니얼 세대 친구들이 저마다 얼마나 다르고 다양한 사람인지를 떠올리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그들의 사소한 이야기가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보다 많은 것을 알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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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아보카도, 두 번은 낫토로 아침을 먹어. 무척 좋아하지만 매일 먹기엔 비싸니까 딱 그 정도만.”
남자는 트위터에 아보카도, 낫토를 볶은 귀리우유와 함께 먹어볼 것을 추천했다. 인스타그램에는 그것들을 반쯤 먹다 자연스럽게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해시태그는 #아침밥 #건강식 #슈퍼푸드.
그는 프리랜서로 광고 콘티를 그리며 월 300만 원 전후의 수입을 얻지만, 20년 동안 꾸준히 저축해도 빚 없이 서울에 집 한 채 살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 이후 내 집 마련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반백 살이 다 돼 돌아오는 행복이 무슨 소용이람.
남자는 반년 돈을 모아 이번 여름휴가 때 하와이에 갈 예정이며 그때쯤 연애를 시작한다면 연인과 함께 갈 용의가 있지만, 그가 비혼주의자라는 사실을 말할지 말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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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 연년생 남매를 키우고 있는 여자의 언니가 득달같이 달려와 이제 어쩔 생각이냐고 다그쳐 물었다.
“아침 9시 반 출근에 야근 없이 6시 정각 퇴근하는 회사가 흔한 줄 알아? 그 정도 연봉에 여자가 눈치 보지 않고 결혼할 수 있는 회사가 어디 흔한 줄 아느냐고. 아니, 다니면서 애만 낳아도 교육 혜택이 얼만데….”
“언니, 낳을지 안 낳을지도 모르는 애한테 주는 혜택에 현혹되지 마. 그건 지금의 나한테 다 허상일 뿐이야. 그리고 그 회사 더 다니면 나는 몸도, 인성도 무너져서 누군가와 결혼하기에 부적합한 인간이 될 수도 있어.”
여자는 3년을 일했으니 적어도 3개월은 아무 생각 없이 놀면서 스스로에게 보상을 해야겠다고 딱 잘라 말했다. 말문이 막힌 언니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이불 속으로 몸을 말고 들어가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행복한 표정의 BJ(방송자키)가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입안 가득 넣고 먹는 먹방과 맛집 탐방 동영상을 보며 요식사업을 해볼까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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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거야. 배우고 싶은 것을 다 배울 거고, 가고 싶은 곳에 반드시 갈 거고, 지금 제일 관심 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일 거야. 내가 원하는 건 단지 그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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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거의 모든 종류의 게임을 하는데, 한 슈팅게임에서는 꽤 유명해 가끔 아프리카 방송을 켜고 게임을 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유명 게임 BJ처럼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들이 보내준 별풍선으로 PC방비와 그날의 술값 정도를 충당할 수 있다.
“야, 전문적으로 해봐, 전문적으로.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 버는 것만큼 효율적인 일이 어딨어?”
하지만 남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나는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이렇게 사는 게 좋아.”
얼마 후 남자는 연애를 시작했는데 데이트 비용이 없어 게임 아이템과 아이디를 차례로 팔았다. 꽤 큰돈이 됐고 그 돈으로 여자친구와 술을 원 없이 먹었지만 그마저도 다 떨어지자 헤어지고 말았다. 남자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생각해보다 관두고 게임 아이디를 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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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아버지는 사랑하는 딸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했다.
“그게 직업은 아니잖니.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야. 그건 돈하고 별개의 문제란다.”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아닐지라도 시간이 흐르면 허무해질 거야. 나는 네가 그렇게 공허한 삶을 살면서 후회하길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꼭 어떤 직업일 필요는 없잖아요. 재미있는 일을 하고 살면 되지, 그게 생산적일 필요까지야….”
조곤조곤 딸을 타이르던 아버지는 도저히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으며 머리끝까지 화가 나 돌아가버렸고, 여자는 셀카를 한 장 찍었다.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순식간에 ‘좋아요’ 수백 개가 눌렸다. 여자는 그것이 정말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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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매번 헤어지는 시간이 아쉬워 결혼했고, 그래서 퇴근 후 서로가 가장 빠르게 귀가할 수 있는 곳에 집을 구했으며, 장 보고 요리하는 시간이 아까워 모든 식사를 배달음식으로 해결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둘이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여자와 남자는 육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계산해본 뒤 아이는 낳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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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몇 년 후 여자는 다시 블로그를 시작한다. 그녀는 육류와 달걀, 우유까지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 ‘비건’이 됐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비건 음식점이나 식단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비건이 됐을 때 신체에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간헐적 비건이 주는 효과를 소개했다.
“자신의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세요. 더는 자기 자신을 해치지 마세요.”
사람들은 여자의 자기관리 방식과 삶을 대하는 태도에 열광했고, 언제든 그 경험과 정보에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여자는 그것이 즐거웠다.
이와 동시에 여자는 식품적 비건에 머물지 않고 동물권 차원의 문제로 관심을 확장했다. 가축의 잔인한 사육과 도살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그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글을 올리면서 몇몇 관련 단체를 후원했다. 가죽과 모피 옷을 입지 않았고, 그것을 입지 말자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아가 활동에까지 직접 참여하기 시작했다.
“알레르기가 생기는 불행을 겪지 않았다면 저는 평생 이런 참혹한 것들을 모르고 살았을 거예요.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에 둘러싸인 채 이런 게 행복이지, 생각하며 살았겠죠. 그게 케이크를 먹지 못하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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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은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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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를 낳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
“모든 걸 다 얻은 기분이었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잃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었고.”
여자는 한동안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이번에는 남편에게 물었다.
“이 애가 나를 속상하게 하면 누구 편을 들 거야?”
남편은 속없이 웃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나는 우리 가족편이야.”
여자는 더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쳤다.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을 거야! 내 인생은 내 것이고 내 남편은 내 거야!”
남편은 그제야 사태를 파악하고 언제나 여자가 1순위일 것을 맹세했다.
[뉴스1]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남자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인쇄매체가 사라져가는 시대의 시인은 어떤 기분인가요?”
“글쎄요.”
“참담한 기분일까요?”
“아니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그럼 영원한 문학의 힘을 믿으시는 건가요?”
“그렇다기보다 저도 이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라서요. 그냥 시가 좋아서 시를 쓰는 거지, 시대까지는 관심이 없어서….”
우다영 작가는 …
1990년 서울 출생. 2014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소설집 ‘밤의 징조와 연인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