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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흑역사, 이번엔 다를까

과거 지방선거,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 차이 커

여론조사 흑역사, 이번엔 다를까

여론조사 흑역사, 이번엔 다를까
#1. 2010년 6월 2일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5월 24일과 25일 ‘조선일보’와 YTN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16개 시도지사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서울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가 49.9%였고,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31.2%였다. 이 조사는 서울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유권자 약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을 한 것으로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4.4%p였다. 지방선거 일주일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가 오차범위의 2배가 넘는 18.7%p 격차로 앞선 결과였다. 그러나 일주일 뒤 투표함 뚜껑을 열어보니 오 후보와 한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0.6%p에 불과했다. 

경기도지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거 일주일 전 조선일보와 YTN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 49.4%,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 29.7%였다.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를 훌쩍 뛰어넘어 20%p 가까운 지지율 격차가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4.41%p 차에 불과했다. 

강원도지사의 경우 조선일보와 YTN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 48.2%, 민주당 이광재 후보 27.7%였지만 실제 투표는 이광재 후보 54.2%, 이계진 후보 45.6%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2.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을 20일 앞둔 3월 23일, KBS와 연합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3월 20〜22일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였다. 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 45.8%,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 28.5%였다.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오 후보가 오차범위(±4.4%p=8.8%)의 2배 가까운 17.3%p 격차로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됐다. 종로구 정당 지지율에서도 새누리당이 42.5%로 더불어민주당 16.1%에 비해 2배가 훌쩍 넘는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정세균 당시 후보는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제가 증명해 보이겠다”며 “이 여론조사 숫자를 꼭 기억해달라”고 반발했다. 20일 뒤 총선에서 정 후보는 52.6% 득표로 39.7%에 그친 오 후보를 12.9%p 차로 크게 이겼다.

현재까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여당 압승, 야당 참패’는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오차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 지지율 격차가 한동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대 지방선거와 총선 등에서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가 달랐던 사례는 적잖다. 여론조사 흑역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비켜갈 수 있을까.  


여론조사 맹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여론조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민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같은 날 같은 모집단에서 추출한 표본으로 실시한 조사라 해도 오전이냐 오후냐, 평일이냐 주말이냐에 따라 조사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를 명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오차율은 100번 조사하면 95번은 오차범위에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의미다. 즉 95% 신뢰수준에 ±5%p인 조사에서 A후보가 50%, B후보가 30%라는 결과가 나왔다면 같은 방법으로 100번 조사하면 95번은 A후보가 50±5%, 즉 45~55%라는 결과가 나온다는 뜻이고 B후보는 30±5%, 즉 25~35%에 위치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위 두 사례에서 보듯 지방선거와 총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오차율을 벗어난 결과가 꽤 된다. 오차범위를 벗어난 투표 결과가 나온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의 차이는 당연하다. 여론조사는 조사 대상 모집단을 100으로 놓고 설계한 조사인 데 반해, 투표 결과는 투표 참여자가 모집단 100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체 유권자가 1000만 명일 때, 이 가운데 1000명을 뽑아 A, B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 조사를 실시했다고 치자. A후보가 40%, B후보가 30% 지지율을 얻었고, 30%는 지지후보 없음 또는 무응답했다. 일반적으로 조사 결과를 공표할 때 A후보가 B후보보다 10%p 앞섰다고 얘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실제 투표에서도 A후보가 B후보보다 10%p 앞설까. 실제로는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여론조사 결과처럼 지지후보 없음으로 답한 30%가 투표장에 나오지 않고, A와 B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유권자가 모두 투표장에 나왔다면 A후보 40%, B후보 30% 득표율을 기록할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때 투표율은 전체 유권자 가운데 투표 불참자 30%를 제외한 70%, 즉 700만 명이 된다. 즉 모집단이 700만 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A후보는 1000만 명일 때 40%, 즉 400만 표를 얻은 셈이 돼 실제 득표율은 57.1%로 높아진다. 그에 비해 B후보는 700만 명 가운데 300만 표를 얻은 게 돼 42.9% 득표율로 나타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특히 지방선거에서는 여론조사 때 무응답층보다 훨씬 많은 유권자가 기권한다. 2014년 지방선거 투표율은 56.8%였다. 유권자 100명 중 43명이 투표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대선 투표율 77.2%보다 20%p 이상 투표율이 낮고 2016년 20대 총선 투표율 58.0%보다도 떨어진다.


투표일 직전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까닭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한 뒤당 사무실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동아DB]

2016년 4월 13일 20대 총선 당시 서울 종로구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후보가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한 뒤당 사무실에서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동아DB]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유효투표수 가운데 최다 득표자를 당선인으로 정한다. 즉 당락을 정할 때 모집단은 유효투표수가 된다. 여론조사 때 성별, 연령별 유권자 수에 맞춰 보정한 뒤 지지율을 산출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때문에 세대별 투표율 차이에 따라서도 당락이 엇갈릴 가능성이 상존한다. 일례로 여론조사에서 20대와 30대층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해 전체 지지율에서 앞섰다 해도 실제 투표에서는 투표율이 높은 60대 이상 유권자가 선호하는 후보가 당선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선거 당락은 유권자가 아닌, 투표자가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은 투표일 일주일 전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대해서만 공표를 허용한다. 투표일 직전에 실시한, 민심과 가장 맞닿아 있을 것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뭘까.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통한 선거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여론조사 결과 공표는 두 가지 정치적 효과가 나타난다. 하나는 대세론을 유포함으로써 경쟁 후보 지지자들의 투표 포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C후보가 오차범위를 뛰어넘는 압도적 표차로 D후보를 앞서가고 있다’는 보도를 투표일 전날 유권자가 접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만약 D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라면 ‘내가 한 표 찍어준다고 압도적 표차를 뒤집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할 개연성이 높다. 앞서가는 후보나 정당에서 큰 지지율 격차를 강조하는 것은 한 표 찍어줘도 뒤집기 힘들다는 ‘사표 심리’를 부추기기 위함이다. 

반대로 투표일 직전에 ‘F후보가 E후보를 오차범위에서 뒤쫓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F후보 지지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가 F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면 결과가 바뀔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심리가 작동해 투표율이 올라갈 공산이 크다. E후보 진영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확실한 우세로 몰아가기 위해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적극 투표를 독려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지지율 격차가 큰 지역에 비해 투표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깜깜이’ 선거는 가짜 여론조사 막는 안전판

자동응답 방식에 비해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높다.[동아DB]

자동응답 방식에 비해 전화면접 방식 여론조사는 응답률이 높다.[동아DB]

이처럼 투표일 직전 여론조사 결과는 미묘하게 표심을 흔드는 효과가 있다.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에도 여론조사 공표 금지는 투표일 직전 가짜 여론조사 결과로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안전판 구실을 한다. 

또 한 가지. 오차범위를 벗어나 D후보를 큰 격차로 리드한 C후보는 무조건 당선할 수 있을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C후보 지지층 사이에 ‘내가 굳이 투표장까지 가서 찍어주지 않아도 당선하겠지’라는 이완된 마음이 생겨 투표율이 떨어지고 지지율 격차는 크게 좁혀질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선 것으로 알려진 오세훈 후보 지지층은 투표장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은 반면, 한명숙 후보 지지층은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향해 지지율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는 게 중론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틀린 것이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지지층의 투표 성향 차이가 결과 차이로 이어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6·13 지방선거는 여당 압승, 야당 참패 기류가 강하다. 공표 금지 마지막에 실시된 방송 3사 여론조사에서는 여당이 17곳 광역단체장 가운데 14곳을 앞선 것으로 나왔다. 이 결과는 투표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그 비밀은 투표율에 달려 있다. 여당 지지층이 적극 투표에 나선다면 ‘여론조사 결과=투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여당 지지층은 방심하고 야당 지지층은 위기감에 결집한다면 여론조사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받아들게 될 수도 있다.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선거는 참고 지표에 불과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당락이 갈리는 것이 아니라, 선거 당일 투표장에 가서 기표한 뒤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집어넣는 투표자가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다.


선거 여론조사 독해법
여론조사는 모집단을 전수조사하기 힘들 때 샘플조사를 통해 전체 모집단 여론을 짐작하기 위해 실시한다. 그렇기에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집단 특성이 고르게 반영되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샘플을 추출하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샘플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선거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의 성별, 지역별, 연령별 분포에 치우침이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영역별 여론조사 목표를 할당하고 이에 맞춰 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응답자 특성을 고려해 여론조사 목표를 정하고 이에 맞춰 조사하더라도 어떤 조사 방법을 택했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화면접 방식이냐, 자동응답 방식이냐에 따라 응답률 차이가 크다.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오고 그에 맞춰 버튼을 눌러 의사 표시를 해야 하는 자동응답 방식에 비해 면접원이 ‘잠시만 시간을 내달라’ ‘1분이면 된다’라며 응답자의 반응을 살펴가며 답변을 받는 전화면접 방식이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더 높다. 응답률이 높으면 신뢰도가 높고, 응답률이 낮으면 신뢰도가 낮다는 공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응답률이 낮으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려는 사람의 의견이 과대 표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비율에 따라서도 여론조사 결과에 차이가 날 수 있다. 여론조사업계 일각에서는 유선전화 조사 비중이 높으면 보수적인 결과가, 무선전화 조사 비중이 높으면 진보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무선전화 보급 대수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넘어서면서 무선번호를 이용한 안심번호 조사가 가장 객관적인 표본 추출 방식으로 선호되고 있다. 다만 여론조사 때 응답 집중도는 유선전화에 비해 무선전화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유선전화는 한자리에 멈춰 있는 상태로 안정적으로 답변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선전화의 경우 이동하면서 응답하기도 해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거 여론조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먼저 △표본 크기에 따른 오차율을 감안하고 △유무선전화 비율과 △응답률까지 고려한 뒤 △조사한 날 민심의 한 단면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여론조사 결과는 최종 결과물이 아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유권자의 투표권 행사에 참고하도록 제시하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주간동아 2018.06.13 1142호 (p26~28)

  •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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