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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불꽃처럼 피어오르고 사라진 밴드에 대한 봄날 아지랑이 같은 기록

음악 다큐 ‘인투 더 나잇’

불꽃처럼 피어오르고 사라진 밴드에 대한 봄날 아지랑이 같은 기록

[사진 제공 · 시네마달]

[사진 제공 · 시네마달]

음악 다큐멘터리 ‘인투 더 나잇’은 밴드를 다룬 일반 작품들과 궤도를 달리한다. 보통의 작품은 대개 이런 흐름을 거친다. ‘밴드가 있다 → 위기를 맞는다 → 갈등이 증폭된다 → 갈등을 해결한다 → 다시 빛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이런 흐름이 일반적인 이유는 밴드란 청년들의 성장 드라마에 가까운 활동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악기를 다루는, 즉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이들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든다. 처음에는 취미이자 놀이로 생각했던 일이 점차 직업이 된다. 친구 혹은 애호가의 모임이 점차 일종의 회사가 된다. 이는 스타트업 창립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밴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일정한 패턴을 갖는 경우가 많다. 

‘인투 더 나잇’은 밴드의 결성 과정에 집중한다. 노브레인, 더 문샤이너스를 거친 차승우는 한국 록계의 대표적인 기타리스트 가운데 한 명이다. 20대 초반에 이미 ‘청춘 98’ ‘청년폭도 맹진가’ 같은 명반과 명곡을 쏟아내며 차세대 기타리스트로 꼽혔다. 

홍대 앞이 배출한 록스타의 첫 순서로 늘 그의 이름이 거론된다. 음악과 패션, 외모, 무대 액션까지 모든 걸 갖췄다. 하지만 더 문샤이너스 해체 후 새로운 밴드의 출발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드러머 최욱노와 새 밴드를 결성하기로 한 그는 삐삐밴드, 원더버드를 거친 베테랑 베이스 연주자 박현준을 포섭한다. 이제 보컬리스트를 영입할 차례. 오디션과 지인의 소개로 많은 보컬리스트와 합을 맞춘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차승우의 오랜 팬이자 자신의 밴드를 해체한 후 마침 쉬고 있던 친구와 함께 하기로 한다. 

드디어 첫 공연이 잡히고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가진다. 하지만 겨우 완성한 라인업은 곧 삐걱거린다. 보컬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 것. 결국 세 멤버는 보컬 없이 연주 음악으로만 잡힌 스케줄을 소화한다. 우연한 기회에 미국과 영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조훈을 만나고, 차승우의 밴드 더 모노톤즈는 일사천리로 데뷔 앨범 ‘into the night’를 낸다. 이 앨범은 2016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록 음반’을 수상한다. 

흔한 인터뷰 하나 없이, 카메라는 건조하게 관찰한다. 장면 대부분이 합주실, 술집, 카페다. 날것의 연주와 날것의 대화에 멤버의 고민과 감정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대다수 밴드가 대중에게 감추고 싶어 하는, 답답하고 어두운 면이다. 어떠한 덧칠도 없다. 이런 솔직함을 통해 감독과 밴드는 그 과정에서 얻은, 지금의 당당함을 말하고 싶었을 테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장면에 있었다. 첫 보컬리스트와 함께 했던 데뷔 공연, 조훈과 함께 했던 첫 공연 등이다. 하지만 3월 28일 시사회에서 이 작품을 보는 내내 드는 기분은 뿌듯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직전, 드러머 최욱노에 대한 ‘미투’ 폭로가 있었고, 그는 즉시 퇴출됐다. 시사회는 관객과 대화 대신 남은 멤버의 사과로 마무리됐다. 

반성과 함께 개봉하기로 한 이 영화는 결국 극장에 걸리지 못했다. 새로운 베이시스트에 대한 미투 폭로가 그다음 날 이어졌다. 밴드는 그 즉시 해체를 결정했다. 영화 개봉도 취소됐다. 그날 밤 남은 멤버인 차승우, 조훈과 늦도록 술을 마셨다. 더 모노톤즈는 데뷔 앨범 선물로 라이터를 내놨다. 영화 시사회 때는 성냥을 나눠 줬다. 불꽃처럼 피어오르고 사라졌다.




주간동아 2018.04.11 1133호 (p71~71)

  • |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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