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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 열악한 우편집배원, 가축방역사 미달사태

채용공고 내면 뭐 하나 지원을 안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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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공고 내면 뭐 하나 지원을 안 하는데

전북 정읍에서 한 가축방역관이 
방역 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전북 정읍에서 한 가축방역관이 방역 작업을 하는 모습. [뉴스1]

나랏일 하는 것이 상당수 청년의 꿈이 된 세상이지만 나랏일도 나랏일 나름이다. 업무 강도가 높고 급여는 쥐꼬리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몇 년간은 정식 공무원이 아닌 계약직으로 근무해야 한다. 어려운 일에 낮은 보상을 주는 상황이니 구직자가 대부분 고개를 돌리고 만다. 대표적인 예로 우체국의 집배원과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가축방역사가 있다. 국민 편의와 식품 안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직업이지만 비용 감축 등의 이유로 홀대를 받다 보니 인력 부족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충원은 시작했지만

지난해 7월 집배원 원영호(당시 47세) 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경기 안양시 안양우체국 어귀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에 숨졌다. 9월에는 광주 서구 서광주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이길연(당시 53세)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그해 8월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사고로 부상을 입었지만 우체국 측으로부터 출근을 독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유서에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라고 적혀 있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우정노조)과 전국집배노동조합(집배노조)은 “두 집배원이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 업무와 자살에 인과관계가 있는 만큼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1월 17일 공무원연금공단은 두 집배원 유족의 유족보상신청을 승인했다. 

지난해 10월 국민의당 최명길 전 의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는 2012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집배원 218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원인은 질병이 144명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34명), 교통사고(27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24명만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집배원은 하루 평균 14~15시간 우편물을 배달한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이 2016년 4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집배원의 근무환경을 조사한 결과 집배원 한 명이 매일 취급하는 우편물 양은 평균 1032.3통이었다. 일이 많으니 제때 퇴근이 어렵다. 집배원은 매달 적게는 53.5시간, 많게는 66.4시간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 심한 경우 100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한 사례도 있었다. 

모두 바쁘니 휴가를 가겠다는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한다. 우정노조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 1위는 ‘동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40.4%)였고, 2위가 ‘업무량 과중’(30.7%)이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우정사업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우정사업본부 소속 공무원 직군별 연가 사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집배원의 2016년 평균 연가 사용 일수는 5.81일에 불과했다. 일반 행정직 공무원의 평균 연가 사용 일수가 10일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당국은 인력 충원에 나설 계획이다. 우정사업본부 측은 “올해 정규직 집배원 300명을 시작으로 3년 안에 1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순차적으로 집배원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와 우정노조는 1월 17일 긴급노사협의회를 열고 주5일제 단계적 시행에 합의했다. 집배원 근무체계를 월~금요일(통상팀)과 화~토요일(소포팀)로 나눠 각각 주5일제를 보장하겠다는 것. 3월부터 6월까지 전국 24개 우체국에서 시범운영한 후 하반기부터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집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의 인력 충원 계획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원하는 증원량은 3년간 4500명. 노조 측은 “4500명 충원이 이뤄져야 주5일 근무는 물론, 우정사업본부에 산적한 다른 노동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규직 충원만으로는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각 지방 우체국은 계약직 채용에 나섰다. 집배원은 정규직인 집배공무원 외에도 상시계약직, 별정우체국집배원, 재택집배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각 지방우정청과 우체국은 상시계약직을 주로 채용한다. 상시계약직 집배원은 3~5년간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면 면접 등을 거쳐 정규직 공무원인 ‘집배 9급 공무원’이 될 수 있다. 급여 조건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기본급여는 민간 물류업체와 큰 차이가 없지만 운전수당, 경영상여금, 가족수당, 상시출장여비 등 공무원이 받는 수당을 일부 받을 수 있다. 한 우체국 관계자는 “(상시계약직으로 일하며)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경쟁률 높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것에 비하면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돈도 벌고 비교적 쉽게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길처럼 보이지만, 모집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없는 지역이 있다. 경기 경인지방우정청이 대표적이다. 지역 우체국 집배원 정원은 3749명이지만 현재 근무인력은 3600여 명으로 100명가량 부족하다. 이에 우체국에서 상시계약직 집배원 모집공고를 냈지만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 

경기 화성우체국은 지난해 2월 5명을 모집했지만 응시자가 2명에 그쳤으며, 같은 해 8월 7명을 모집할 때도 지원자 2명만 찾아왔다. 이외에도 총 8번의 모집공고를 냈지만 전부 정원 미달이었다. 경기 남양주우체국은 지난해에만 5차례 모집공고가 정원 미달됐고, 경기광주우체국도 4차례 미달을 기록했다.


다 같은 집배원이 아냐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가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가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 요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집배원들은 공무원 전환이 확실하다 해도 열악한 근무여건이 알려진 상태라 지원을 꺼리는 것이라 보고 있다. 경기지역 한 집배원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집배공무원이 된다고 하지만,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계약직으로 고된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정원을 늘려야 한다면 정규직을 채용하고 집배원의 처우를 개선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가축방역관이나 가축방역사도 집배원만큼이나 구인난을 겪는 직군이다. 조류독감(AI), 구제역 등 다양한 가축전염병 때문에 수요는 많지만 처우가 좋지 않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드문 것.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이 지난해 1~3월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가축방역관 채용의 문제점 파악과 개선과제 도출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축방역관이 총 811명 더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6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가축전염병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가축방역관 35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가축방역관은 가축전염병을 예방하고 병이 발생하면 전염을 막는 일을 한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규정에 따라 가축전염병 예방에 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수의사 중에서 선발한다. 문제는 가축방역관을 하겠다고 나서는 수의사가 드물다는 것. 행정안전부는 인력을 확보하고자 수당을 인상하기로 했다. 당초 월 15만 원이던 의료업무수당을 광역지방자치단체 소속은 25만 원, 시·군 소속은 최대 월 50만 원까지 올렸다. 이외에도 전문직위수당을 신설하고 인사상 가산점 부여도 추진 중이다.


“처우가 이 모양인데 누가 하겠나”

조류독감(AI)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가축방역사가 현장에 파견된다(왼쪽). 집배원들이 오토바이 대신 이용할 전기차.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문제를 해결하고자 전기차를 도입했다. [뉴스1]

조류독감(AI)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가축방역사가 현장에 파견된다(왼쪽). 집배원들이 오토바이 대신 이용할 전기차.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안전문제를 해결하고자 전기차를 도입했다. [뉴스1]

하지만 이 같은 지원책에도 가축방역관은 여전히 인기가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시도별 가축방역관 충원 실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가축방역관 334명 채용에 665명이 지원해 평균 2 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7개 시도 가운데 방역관 수요가 많은 전남, 전북, 강원은 지원자가 총 모집정원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충남, 경남은 최종 합격자 수가 모집정원보다 적었다. 충북의 경우 11개 시·군별로 가축방역관을 모집했지만 청주와 제천, 단양을 제외하고 다른 곳은 모두 지원자가 모집정원에 미달했다. 충주와 보은은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수의사들은 지원자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한 수의사는 “개업이 가능하다면 굳이 가축방역관을 할 필요가 없다. 작게나마 개업하면 아무리 못해도 가축방역관보다 월 100만~150만 원은 더 벌고 일도 덜 고된데 누가 지원하겠느냐”고 말했다. 충청지역 한 가축방역관은 “돈도 돈이지만 일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진급이 빠르지도 않다. 다수를 차지하는 축산직에 밀려 5급 위로는 언감생심”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인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소속의 가축방역사는 처우가 더 열악하다. 가축방역사는 농가를 돌며 가축의 방역 상태를 확인하고 전염병이 발생하면 현장 초동방역 업무를 맡는다. 이외에도 AI 방역을 위해 철새를 포획하고 시료를 채취하는 일도 가축방역사가 맡는다. 

일은 힘들지만 이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다.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의 지난해 임직원 수는 총 786명. 이 중 716명이 무기계약직이다.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급여도 낮은 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년 공공기관 임금정책 평가’ 자료에 따르면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같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의 평균 연봉은 약 6260만 원. 하지만 같은 기간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개된 무기계약직 가축방역사의 평균 연봉은 3523만 원이었다. 

이들은 진급에서도 손해를 본다. 2016년 기준 가축방역사의 92.5%가 하위직인 6, 7급이었다. 7급 방역직이 6급으로 승진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8.8년. 반면 일반직은 평균 3년, 검역직은 3.7년 만에 승진했다. 열악한 처우를 버티지 못하는 가축방역사들은 결국 직장을 떠난다. 한 가축방역사는 “일이 고되니 초년에서 중견 정도 되는 방역사의 이직(사직)률이 10%는 된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8.02.07 1125호 (p15~17)

  •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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