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2

2019.08.16

특집

미국에겐 北 미사일보다 中 미사일이 더 급하다?

미국이 INF 파기한 진짜 이유…중국의 항모 킬러와 괌 킬러 DF-21D 미사일 위협 때문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9-08-19 08: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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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레이건호와 스테니스호 등 항모 2척이 지난해 11월 남중국해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왼쪽). 중국이 건군절에 대함탄도미사일 DF-21D를 선보이고 있다. [US Navy, china.mil]

    미국 레이건호와 스테니스호 등 항모 2척이 지난해 11월 남중국해에서 훈련하고 있는 모습(왼쪽). 중국이 건군절에 대함탄도미사일 DF-21D를 선보이고 있다. [US Navy, china.mil]

    최근 미군 합동참모본부와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베트남명 쯔엉사 군도·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만들어놓은 인공섬들에 대한 대응 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스프래틀리 제도에 있는 환초, 산호초와 주변 바다를 콘크리트로 메워 인공섬 7곳을 만들고 이 가운데 3곳에 군사기지를 구축했다.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베트남명 다빈깐· 필리핀명 판가니반)의 경우 썰물 때만 수면으로 드러나는 산호초였지만 이제는 ‘섬’으로 완전히 변신했다. 중국 정부는 이 섬에 인민해방군 병력과 함께 레이더와 통신시설은 물론, 대공포와 지대공미사일도 배치했다. 또한 대형수송기와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와 격납고, 5000t급 이상 대형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구도 조성했다.

    中, 대함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국이 남중국해 미스치프 환초를 인공섬으로 만들어 군사기지를 조성한 모습. [CSIS]

    중국이 남중국해 미스치프 환초를 인공섬으로 만들어 군사기지를 조성한 모습. [CSIS]

    중국 인민해방군은 6월 30일 이곳을 포함한 인공섬들에서 여러 발의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시험발사했다.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ASBM 시험발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SBM은 고정된 지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일반 탄도미사일과 달리 움직이는 군함이나 항공모함을 격침하기 위해 개발된 탄도미사일이다. 고고도에서 거의 수직으로 낙하하며 목표물을 파괴하기 때문에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이 스프래틀리 제도 부근 인공 구조물에서 여러 발의 대함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중국해를 군사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약속과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가 8월 2일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공식 파기한 이후 미국 정부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INF는 미국과 옛 소련이 냉전시대를 종식하기 위해 내놓은 첫 단계 조치로, 1987년 12월 8일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합의한 핵 군축 협정이다. 이 조약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사거리 500〜5500km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은 846기, 옛 소련은 1846기 등 양국이 중·단거리미사일 2692기를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모두 폐기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서로 상대국이 INF를 위반했다면서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INF에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은 러시아가 2017년 실전배치한 SSC-8(러시아명 노바토르 9M729) 순항미사일의 폐기를 요구해왔다. SSC-8은 직경 0.533m, 길이 6~8m의 이동식으로 탄두는 1개이며 450kg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사거리는 500~5500km, 평균 사거리는 2500km이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이 배치한 유럽 미사일방어(MD)체계의 발사대 MK-41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아 올릴 수 있다며 이를 폐기할 것을 주장해왔다. 양국은 그동안 INF를 유지하기 위한 협상을 벌여왔지만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자 결국 INF에서 탈퇴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INF 탈퇴 이유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ASBM을 비롯해 중·단거리 핵미사일 전력이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중국은 수천 개의 중·단거리미사일을 동부와 남부지역에 배치해놓았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다오롄 전략 vs 항행의 자유

    중국 인민해방군의 DF-26 중거리탄도미사일 사정권. [CSBA]

    중국 인민해방군의 DF-26 중거리탄도미사일 사정권. [CSBA]

    중국 정부는 그동안 미군 항모전단이 자국 연안은 물론, 동·남중국해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자 이른바 다오롄(島鍊·Island Chain)이라는 가상의 선을 설정하고 이 선을 방어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제1 다오롄은 일본 열도-난세이 제도-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으로 이어지며, 중국 연안에서 1000km 떨어져 있다. 제2 다오롄은 중국 연안에서 2000km 거리인 오가사와라 제도-이오지마 제도-마리아나 제도-괌-팔라우 제도-할마헤라 섬으로 이어진다. 중국 전략의 핵심 목표는 제1 다오롄을 내해화(內海化)하고, 제2 다오롄의 제해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다오롄 전략을 ‘반접근·지역거부전략’(Anti Access/Area Denial·A2/AD)으로 명명하고 항모전단을 동원해 무력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여온 것이 이 때문이었다. 



    이에 맞서 중국은 눈엣가시인 미군 항모와 괌 기지를 모두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섰다. 중국이 실전배치를 완료한 세계 최초 ASBM은 DF(東風·둥펑)-21D이다. ‘항공모함 킬러’라 부르는 이 미사일의 제원을 보면 전장 10.7m, 무게 14.7t, 속도 마하 10에 사거리가 1800~3000km에 달하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더욱이 이 미사일은 바다뿐 아니라 지상 목표도 공격 가능해 일본 열도 전역은 물론, 오키나와 등에 있는 주일 미군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다. 특히 DF-21D는 수직으로 대기권을 뚫고 날아 올라갔다 마하 10 속도로 항모를 향해 떨어진다.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궤도를 바꿔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할 수 있어 요격이 매우 어렵다. 

    중국은 그동안 INF를 체결한 당사국이 아니라서 마음먹은 대로 중·단거리미사일을 개발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DF-21D에 이어 개량형인 DF-26까지 개발해 지난해 실전배치했다. 사거리 3000~4000km로 추정되는 DF-26은 미군 항모는 물론, 일본 열도 전역과 오키나와 등에 있는 주일 미군기지, 그리고 괌까지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DF-26은 ‘괌 킬러’로 불린다. 길이는 14m, 직경은 1.4m, 중량은 20t으로 추정된다. 핵 또는 재래식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탄두 중량은 1200~1800kg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산둥반도에 사거리 1000km의 DF-16 미사일도 실전배치했다. 경기 평택 주한 미군기지와 오키나와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DF-16은 핵무기를 포함한 1000kg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목표물 10m 이내에 착탄이 가능할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중국 정부는 또 대만을 겨냥해 사거리 600~1000km의 DF-15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다. DF-15는 90kt급 전술 핵탄두 1기의 탑재가 가능해 대만을 핵 공격할 수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보유한 중·단거리미사일은 최대 2650기로 추정된다. 

    중국의 의도는 남중국해는 물론 동중국해와 대만, 한반도까지 군사적으로 자국의 영향권에 두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 목표는 미국을 알류샨 열도-하와이-뉴질랜드를 잇는 제3 다오롄으로 밀어내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궁극적 목표

    지난해 4월 중국 인민해방군은 남중국해에서 관함식을 가졌다. [China.mil]

    지난해 4월 중국 인민해방군은 남중국해에서 관함식을 가졌다. [China.mil]

    미국 정부는 중국의 중·단거리미사일이 자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INF 체결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핵미사일을 마음대로 개발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는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도 “일본, 한국, 대만, 호주 같은 나라들이 중국의 위협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미국 태평양군사령부 사령관 재직 당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다양한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해왔는데, 중국이 INF에 가입했다면 이 중 90%가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해리스 대사는 “INF가 태평양에서 미국의 우위를 잠식하고 있다”며 “미국은 INF를 엄격히 준수하는 바람에 지상배치 전력이 전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INF를 파기한 만큼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고자 지상 배치 중·단거리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이 몇 주 안에 중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해 앞으로 18개월 안에 지상 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상 발사형 중거리미사일을 아시아지역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과 협의를 거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 후보지로는 한국, 일본, 호주, 괌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한국이나 일본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려는 것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푸총 중국 외교부 군축국장은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면 중국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국이나 일본, 호주 등 이웃나라는 자국 영토에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허용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해온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며 ‘한국과 일본 어느 나라든 미국의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는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INF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가운데 앞으로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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