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홍민, 구자철, 박주영 선수(위부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기본 목표다. 여기에 한국 축구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 진출’을 2차 목표로 내세운 ‘홍명보호’가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최종 담금질이 한창이다. 23명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태극전사는 5월 12일부터 경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순차적으로 모여 훈련에 돌입했다. 홍명보호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를 상대로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른 뒤 30일 장도에 오른다. NFC에 이어 2차 캠프를 차리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6월 10일(한국시간) 가나를 상대로 한 최종 리허설을 마치면 곧바로 결전 장소인 브라질에 입성한다.
홍명보 감독은 5월 8일 월드컵 본선에 데리고 갈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A대표팀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홍 감독은 그동안 14경기(5승3무6패)를 치르며 이번 최종 엔트리를 포함해 총 8차례 선수단을 꾸렸다.
선수 선발 소신? 고집? 논란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에 나선 7기 멤버 중에선 18명이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미드필더 8명과 공격수 4명은 그리스전 명단 그대로다. 그리스전을 통해 홍 감독은 일찌감치 최종 엔트리의 밑그림을 완성한 셈이다.
20세 이하(U-20) 대표팀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사령탑을 거친 홍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에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안겼다. 홍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으로 발탁된 가장 큰 배경도 올림픽 동메달 획득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좋은 기억이 족쇄가 되고 있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2년 전 런던에서 홍 감독과 영광을 같이한 18명(와일드카드 3명 포함)의 선수 가운데 12명이 브라질월드컵에 동행한다. 골키퍼 정성룡과 이범영, 수비수 윤석영, 김영권, 황석호, 김창수, 미드필더 기성용, 박종우, 김보경, 지동원, 공격수 구자철과 박주영이 2012년에 이어 2014년에도 홍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다. 이 중 구자철, 김보경, 윤석영, 김영권, 이범영은 U-20 대표팀부터 월드컵까지 4개 대표팀에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황제 훈련’ 논란을 일으켰던 박주영과 ‘홍명보의 아이들’로 꼽히던 윤석영, 김창수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박주호(마인츠), 이명주(포항)가 부상 등을 이유로 제외되면서 홍 감독은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은 ‘홍명보의 아이들’ 위주로 뽑았다는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이번 대표팀 23명 가운데 현재 해외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17명이나 된다. 역대 대표팀 중 해외파 비중이 가장 높다.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10명, 2006 독일월드컵과 2002 한일월드컵 때는 7명씩이었다. 특히 골키퍼(3명)를 제외한 20명 필드플레이어 가운데 국내 무대인 K리그에 소속된 선수는 이용, 김신욱, 이근호 단 3명뿐이다. K리그 최고 골잡이로 꼽히는 이동국(전북)은 물론 이명주도 선택하지 않으면서 홍 감독은 ‘K리그를 무시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고 있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만 25세로 역대 대표팀 중 가장 젊다. 또 ‘월드컵 경험자’는 5명(박주영 2회, 이청용과 김보경, 기성용, 정성룡은 각 1회)뿐이다. 2010년 9명, 2006년 10명, 2002년 6명의 월드컵 경험자가 최종 엔트리에 들었던 것을 떠올리면 어려진 나이만큼 경험도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각에서 또 다른 불안감을 내비치는 이유다.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출전할 축구 국가대표팀이 5월 12일 오전 경기 파주 국가 대표 트레이닝센터에 1차 소집됐다. 홍명보 감독이 훈련에 앞서 선수들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하고 있다(왼쪽). 브라질월드컵 베스트 11 예상도.
2013년 6월 25일 NFC에서 열린 국가대표 사령탑 취임 기자회견. 홍 감독은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을 내세웠다. 다분히 ‘홍명보의 아이들’을 의식한 듯, “과거 활약은 잊었다”면서 객관적으로 선수를 선발할 것을 천명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뽑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왓포드에서 별다른 출전 기회를 갖지 못했던 박주영을 뽑으면서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겠다던 원칙을 스스로 깨버렸다. 엔트리가 아닌 ‘엔트의리’라는 말까지 등장한 것은 홍 감독 스스로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홍 감독은 “내가 원칙을 깬 게 맞다”고 인정하면서 정면 돌파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따가운 시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고려대 4학년 당시 1990 이탈리아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뒤 2002 한일월드컵 때 주장으로 4강 신화를 일구는 등 현역 선수로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은 홍 감독은 통산 136경기 A매치에 출전, 한국 선수로는 역대 최다 기록을 갖고 있다. 2006 독일월드컵 때는 코치로 월드컵 무대를 밟아 개인적으로 이번이 6번째 월드컵 무대가 된다. 한국 축구사에서 홍 감독처럼 월드컵과 깊은 인연을 가진 사람은 찾기 힘들다.
사령탑 성공 스토리 추가 기대
홍 감독은 2009년 U-20 대표팀 사령탑으로 데뷔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18년 만에 8강으로 이끌었다. 이어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동메달을 따내며 지도력을 입증했다. 현역 시절부터 빼어난 활약을 펼친 홍 감독의 ‘사령탑 성공 스토리’는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이어졌다.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진두지휘한 홍 감독은 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는 1승2무로 8강에 오른 뒤 4강에서 홈팀 영국을 제치는 쾌거도 달성했다. 4강에서 브라질에 패했지만 3·4위전에서 숙적 일본에 2-0 승리를 거두고 한국 축구사상 올림픽 첫 메달이라는 값진 열매를 따냈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후 2013년 1월 휘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에 몸담으며 잠시 해외에 머물렀던 홍 감독은 당초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하다 한국 축구의 부름을 받고 지난해 6월 마침내 성인 국가대표팀 지휘봉까지 잡았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을 통해 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홍 감독은 가장 최근인 3월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원정 월드컵 첫 8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홍 감독은 걸어온 길이 남다른 만큼,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호불호가 너무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에 대해 결코 흔들림이 없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박주영의 병역 기피 논란이 불거지자 “(박주영이) 군대에 가지 않겠다면 내가 대신 가겠다”고 감싸 안으며 직접 여론 무마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축구계 일각에서는 “홍명보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최종 엔트리 결정 권한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감독은 결과로 얘기하면 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뿐이다. 이를 무엇보다 잘 아는 사람도 홍 감독 자신이다.
홍 감독에겐 앞으로가 중요하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와 관련한 논란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유독 이번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뒷말이 무성한 것 역시 사실이다. 상처를 입고 출발한 ‘대한민국 축구의 아이콘’ 홍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