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2007.08.14

이타적 자궁과 생식의 쌍곡선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08-08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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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체의 소유’라는 개념은 상당히 근대적인 것입니다. ‘몸’은 사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죠. 서구에서 신체는 오랫동안 ‘신의 소유’였으며, 공자도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존 로크는 ‘시민정부 2론(Two Treatises, 1680)’ 두 번째 논문(통치론)에서 “각자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소유물과 신체를 취급할 자유(liberty)를 갖는다”며 사람들은 ‘자연법’의 범위 안에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규율할 수 있다고 논증했습니다.

    로크는 ‘신체의 소유권’에 ‘노동’을 가함으로써 ‘사유재산권(property)’이 발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생명(life)’과 ‘사유재산권’, 그리고 그것을 취급하는 ‘자유’는 신성불가침하다는 것이죠.

    ‘주간동아’가 이번 주 커버스토리로 다룬 대리모, 난자매매, 장기매매는 사형제도, 인간복제, 낙태 등과 달리 생명윤리 논쟁의 변방에 머물러 있습니다. 자신이 ‘소유한’ 신체를 남에게 넘기거나 빌려주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로크가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을 목격했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요. ‘사회계약론’에 근거해 ‘사람은 소유물과 신체를 취급할 자유를 갖는다’고 주장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로크는 신체를 훼손하거나 남에게 양도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을 슬며시 끌어옵니다. 인간은 전지전능한 조물주의 피조물로, 태어나면서부터 신의 뜻에 따라 ‘생명’을 보존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물주가 내린 신체의 관리자인 인간은 몸을 훼손하거나 매매하거나 자살(안락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로크의 생각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선 배타적으로 신체를 소유할 수 있지만, 조물주와의 관계에선 제멋대로 훼손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인간복제, 유전자 조작과 변형, 배아줄기세포 연구, 낙태, 안락사, 뇌사 판정과 장기 적출, 난자와 대리모 거래 등은 신학·철학·과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논쟁거리입니다. 특히 종교계는 이들 행위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식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려는 욕구로, 또는 아이를 갖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이타적으로 난자를 제공하거나 이타적인 대리출산(altruistic surrogacy)에 나서는 여성들마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이타적으로 자궁을 빌려주거나 난자를 기증하는 일이 법적으로 보호받거나 지원받으면서 수월하게 이뤄져야 할까요? 아니면 장기기증과 다른 생식의 문제인 만큼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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