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의 주인공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신도 암매장 사건의 수사 책임자 수원지검 이경재 강력부장과 8월17일 신도 살해를 교사한 혐의로 구속된 Y종교단체 교주 조모씨(55).
피해자 9명 중 2명 사체 발견
이 강력부장은 서울지검 강력부 평검사 시절이던 1994년 1월, 조씨를 이 단체의 헌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해 6년여간(2000년 8월15일 출소) 감옥에서 썩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 후 1년8개월간 이 종교단체의 피해자 가족들과 언론이 제기한 조씨의 살인교사 혐의를 파고들던 이검사는 끝내 이를 증명하지 못하고 95년 9월 대전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95년 3월에는 Y종교단체 신도 소모씨(84년 실종 당시 20세)의 사체를 발견하고 소씨를 집단구타해 숨지게 한 이 단체 소속 신도 4명을 살인혐의로 기소했으나, 이들이 조씨의 살인교사 혐의를 극구 부인해 추가 기소에는 실패했다. 그 후 흐지부지됐던 Y종교단체 신도 살해 암매장 사건은 세인들 사이에서 잊혀져가는 듯했다.
이번에 조씨의 살인교사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 종교단체의 전 신도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64)가 검찰조사 과정에서 “조씨의 지시에 따라 9명을 살해 후 암매장했고, 그 장소는 내가 모두 알고 있다”고 진술했기 때문. 8월13일 김씨를 긴급체포한 검찰은 다음날 김씨가 신도 2명이 묻혀 있다고 지목한 경기 안성시 금광면 금광저수지 부근에 대한 발굴작업에 나서 일단 이 종교단체의 전 신도 지모씨(실종 당시 35세)의 유해를 찾는 데 성공했다. 지씨는 Y종교단체 관련 실종자 가족들이 90년 이전까지 교주 조씨의 지시를 받고 배교자를 처단하러 다닌 행동대장이었다고 지목한 인물로 90년 8월 실종됐었다. 지씨는 실종되기 전 신도를 살해 암매장하도록 교사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교주 조씨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는 이 강력부장이 95년 소씨 살인혐의로 구속했던 4명의 신도들이 살인을 지시한 사람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수원지검 이경재 부장검사.
이 강력부장은 “내가 이 사건을 담당했었고, 이 사건에 대해서 가장 잘 알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제보가 우리 부로 들어온 것 같다”며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에는 확실한 물증과 경험이 없으면 뛰어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10년 동안 계속 이 사건을 추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8월17일 구속된 Y종교단체 교주 조모씨.
재미있는 대목은 김씨와 이 강력부장이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 1995년 3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이 강력부장은 Y종교단체 전 신도 소씨 살해 암매장 사건을 수사하면서 김씨와 윤모씨(사망), 라모씨가 조씨의 지시를 받고 말을 듣지 않는 신도를 살해한다는 정황증거를 잡고 이들에 대해 수배령을 내린 적도 있다. 결국 8년 만에 이 강력부장은 김씨의 얼굴을 보게 됐고, 그에게 모든 사실을 자백받을 수 있었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김씨와 J씨, 라씨 이외에도 살인과 암매장에 관련된 3∼4명에 대해 수배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8년 만에 조씨를 구속한 이 강력부장은 “나는 수사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도와준 것밖에 없으며 모든 것은 강력부 소속 검사들이 한 것”이라며 “앞으로 사체 발굴 작업을 계속하고 추가 혐의를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추적60분 담당 PD도 끈질긴 미련

용의자들의 진술에 따라 시신 발굴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검찰이 ‘추적60분’ 팀에 이 중대한 사안을 고의로 흘렸을까, 아니면 반대로 김씨나 다른 인물로부터 제보를 받은 ‘추적60분’ 팀이 이 사건을 추적했던 이 강력부장에게 비디오테이프를 전달하고 취재 소스를 받은 것일까.
‘추적60분’ 팀은 이에 대해 “절대 검찰과의 공조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강력부장도 “오해를 살 만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추적60분’ 팀과는 그 어떤 공조도 없었다. 조씨가 긴급체포될 것을 KBS측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심지어 조씨를 긴급체포하려던 직원이 KBS 카메라맨을 몰래카메라를 찍는 일반인으로 잘못 알고 테이프를 빼앗는 해프닝도 벌어졌는데 무슨 소리냐”고 덧붙였다.
KBS ‘추적60분’ 팀이 밝히는 이번 Y종교단체 관련 내용 보도의 전말은 이렇다. “Y종교단체에 대한 추적은 83년부터 시작됐고, 95년에도 관련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다. 다른 부서로 옮긴 당시 사건 담당 PD는 의문을 거두지 못하고 피해자들과 연락을 취하며 7년여 동안 교주 조씨의 살인교사 의혹을 추적해왔다. 그러던 담당 PD가 2002년 ‘추적60분’ 팀으로 컴백했고 때마침 그에게 결정적 제보가 들어왔다. 용의자들이 시신을 암매장한 장소를 찍은 비디오테이프를 제작했다는 내용이었다. 테이프 복사본 하나가 이 종교단체측에 전달됐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지난해 출감한 후 다시 교세를 늘려가던 조씨와 그에 반대하는 세력 간의 내부갈등이 커지면서 비디오테이프 가운데 하나가 사건을 추적하던 담당 PD에게 전해졌다.”
결국 검찰과 마찬가지로 KBS측도 95년 사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PD가 추적 끝에 비디오테이프를 구하고,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양측 모두 “사건의 성격과 상대 단체의 성격을 고려해 제보자나 공조 여부에 대해 묻지 말아달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과연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조씨의 혐의에 대해 기소를 유지하고, 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제 공은 재판부에게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