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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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급발진 현상,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나 99.99%는 오조작”

이호근 교수 “시청역 가해 차량 사고 후 서서히 정차… 기존 급발진 의심 사례와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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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7-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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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자 16명을 낸 ‘시청역 역주행 참사’의 구체적 원인은 아직 미궁에 빠져 있다.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 씨(68)는 7월 4일과 10일 두 차례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이 급발진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경찰수사와 목격자 증언, 참사 현장 인근 CC(폐쇄회로)TV 등을 토대로 사고 원인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운전자의 과실 또는 급발진 여부와 사고 차량이 역주행 후 고속으로 피해자들을 충돌한 이유 등에 쏠리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홍태식]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홍태식]

    “정확한 사고 원인, 경찰수사로 밝힐 수 밖에”

    주간동아는 7월 9일 자동차 전문가인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를 만나 현재까지 알려진 참사 당시 정황들을 바탕으로 사고 원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 교수는 “정확한 사고 원인은 경찰수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EDR(Event Data Recorder·사고기록장치), 영상 감정 등을 통해 밝힐 수밖에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까지 알려진 각종 정보를 종합해보면 차량 결함보다는 운전자 과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해 차량이 급발진을 일으켰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나.

    “현재로선 개연성이 낮아 보인다. 이번 참사 가해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주장하는 근거 중 하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더라도 ECU(Electronic Control Unit·전자제어장치) 고장으로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차량 시동을 꺼놓은 채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도 브레이크등은 들어온다. ECU 개입과 별개로 브레이크와 브레이크등이 전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급발진으로 의심된다는 기존 다른 사례들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우선 다른 사례를 보면 대부분 마지막 순간 차량이 속도를 이기지 못해 큰 충돌로 마무리된다. 반면 이번 사고에서 가해 차량은 인명 피해를 낸 후 교차로에서 서서히 정차했고 이 과정에서 브레이크등도 들어왔다. 브레이크가 정상 작동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고 주장하는데.

    “아직 객관적 증거가 없는 주장으로 보인다. 실제로 브레이크가 딱딱하게 밟히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페이드(fade) 현상이라는 게 있다. 브레이크를 장시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온도가 올라 빨갛게 달아오른다. 이 경우 아무리 페달을 꽉 밟아도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차량이 밀린다. 그러다 브레이크 오일까지 과열되면 내부 수분이 끓어 기포가 발생하면서 브레이크가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브레이크의 기계적 결함에 의한 것으로, 만약 가해 차량에 같은 문제가 생겼다면 마지막에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면서 정차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고 원인은 뭐라고 보나.

    “가해 차량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정차하고자 했으나,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아 사고가 일어난 것 아닌가 싶다.”

    이번 참사 원인 규명과 관련해 경찰과 국과수의 EDR, ECU 분석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EDR의 본래 역할은 차량 에어백이 터졌을 때 상황을 0.5초 단위로 기록해 정상 전개 여부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가속페달을 몇 % 밟았는지, 차량 속도는 몇 ㎞로 변화했는지, 핸들은 좌우 몇 도로 틀었는지 등 각종 정보가 기록된다. EDR이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차량이 운전자 통제를 벗어나 폭주했는지 확인하는 단서로 거론되는 이유다. ECU는 자동차 엔진을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컴퓨터로 일종의 ‘두뇌’ 역할을 한다. 엔진의 연료 분사, 점화 시기 등을 컨트롤해 운전자가 원하는 출력을 낸다. 이 같은 ECU 데이터도 차량의 비정상적 주행 여부를 확인해줄 주요 단서로 꼽힌다.

    자동차가 실제로 중대한 결함을 일으켰다면 EDR, ECU 기록도 신뢰할 수 없지 않나.

    “EDR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았는데 그중 일부 데이터 기록에 오류가 생기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밟지도 않은 액셀을 밟았다거나, 여러 차례 밟은 브레이크를 아예 밟지 않았다 등 EDR이 이중 삼중 오류를 일으킬 확률은 낮다. EDR의 수십 개 데이터가 정말 교묘하게 사고 원인을 운전자 잘못으로 조작할 가능성은 제로(0)라고 본다. 또한 최근 자동차에는 ECU 같은 컴퓨터가 여러 종류 들어가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가 ECU로 통합돼 기록됐으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복수의 컴퓨터를 장착한 것이다. 이 같은 장치 여러 대가 동시에 잘못된 데이터를 기록할 확률도 제로에 가깝다.”

    7월 1일 오후 9시 27분경 서울 중구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사고로 16명의 사상자를 낸 차모 씨(68)의 제네시스 G80 차량이 멈춰서 있다. [동아DB]

    7월 1일 오후 9시 27분경 서울 중구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사고로 16명의 사상자를 낸 차모 씨(68)의 제네시스 G80 차량이 멈춰서 있다. [동아DB]

    “차량에 탑재된 복수의 컴퓨터, 동시에 오기할 확률 제로”

    그렇다면 자동차 급발진이라는 현상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그건 아니라고 본다. 차량 제조사는 무조건 운전자 과실이나 착오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제조사 주장대로 급발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유독 자동차에 ECU와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이후 운전자 사이에서 급발진 사고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텐가. 급발진 주장은 ECU와 자동변속기가 자동차에 도입된 1990년대 이후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때부터 확률은 낮지만 급발진 현상이 생겼다고 보는 게 간단하면서도 합리적이지 않겠나. 내가 급발진이라는 현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다만 의심 사고의 99.99%는 급발진이 아닌,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따른 것일 가능성이 크다. 급발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규명은 계속돼야 하지만 근거 없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금물이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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