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은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를 지닌 과일’이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주로 생산되는 두리안은 맛은 좋지만 화장실 냄새나 썩은 양파 냄새가 난다. ‘두리’는 말레이시아어로 가시를, ‘안’은 과일을 뜻한다. 두리안은 이름처럼 고슴도치를 연상케 할 만큼 가시가 많고, 열매에 따라 맛과 크기도 다르다. 가시가 돋아 있는 두꺼운 껍질을 벗기면 과육이 나오는데, 이 과육이 크림처럼 부드럽고 상당히 달콤해 ‘과일의 왕’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다. 두리안은 향이 진할수록 씨 크기가 작다. 높이 20~30m인 두리안 나무에선 평균 200여 개 열매가 열린다.
동남아의 두리안은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두리안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두리안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지난해에만 두리안 140만t을 수입했는데, 이는 67억 달러(약 9조2600억 원) 상당으로 수입 과일 중 1위다. 수입 규모 역시 2022년(40억 달러·약 5조5300억 원)보다 60% 늘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전 세계 수출용 두리안의 거의 전부를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발표한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두리안 수요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로 수출되는 두리안 대부분을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서 두리안 가격은 크기·품종에 따라 1통에 200~300위안(약 3만8000~5만7000원)이다. 두리안 가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중국에선 두리안이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중국인 상당수가 값비싼 두리안을 부 과시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 와인을 즐기는 것처럼 두리안을 먹는 것이 높은 지위를 상징하게 된 셈이다. 특히 두리안 중에서도 ‘무상 킹(Musang King)’ 품종은 ‘두리안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한 통 가격이 최대 500위안(약 9만5000원)이나 된다. 무상 킹 품종 두리안은 중국에서 생일이나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에 선물로 주고받는다.
중국이 값비싼 두리안을 전량 수입하다 보니 동남아 국가는 앞다퉈 두리안 수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에선 두리안 수출 사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수두룩하다. 태국 두리안 수출 회사인 ‘888 플래티넘 프루트’는 올해 업계 최초로 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계획이며, 두리안을 재배하는 일부 농장주는 이미 백만장자가 됐다. 태국의 두리안 포장 기업은 20년 전 10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000개로 늘어났다. 태국 남동부 인구 3만 명의 찬타부리라는 자그마한 농촌 마을은 두리안 수출 덕분에 현대식 주택과 병원, 쇼핑몰이 들어서는 등 부자 마을이 됐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중국에 두리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은 태국이다. 중국에서 두리안 수요가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2021년 기준 태국산 두리안의 시장점유율은 100%에 가까웠다. 태국 농가들이 두리안 수출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자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동남아 국가 농가들도 두리안 재배와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은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커피 생산에서 세계 1위 국가다. 베트남은 연평균 180만t의 커피를 생산해 대부분 수출한다. 그런데 베트남 농민 상당수가 커피 농사를 접고 두리안 농사를 하고 있다. 두리안이 커피보다 수익이 5배나 많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1년부터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을 허가했고, 커피를 재배하던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 농부들은 2022년부터 커피나무를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두리안 나무를 심었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는 지난해 자국 농촌의 두리안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며 전체 작물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대(對)중국 두리안 수출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베트남의 지난해 대중 두리안 수출액은 20억 달러(약 2조7600억 원)를 기록했는데, 2022년보다 5배나 늘어난 규모다.
베트남은 국토 면적 33만2000㎢, 인구 9940만 명(2023년 기준)으로 동남아에서 인구도 많고 국토 면적도 넓다. 특히 농촌 인구가 61%를 차지해 전체 산업에서 농업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3모작을 할 정도로 벼농사를 주로 하지만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때문에 커피 수확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으로 두리안을 수출하게 되자, 베트남 농민은 너나없이 두리안으로 갈아탔다. 이에 따라 베트남 농업의 지형도까지 달라지게 됐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느닷없이 베트남산 두리안에 대해 일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베트남 농민들이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 중국 정부는 6월 베트남 정부에 서한을 보내 베트남의 두리안 농장 18곳과 두리안 유통업체 15곳에서 과도한 양의 중금속이 검출됐다며 수입 중단 조치를 통보했다. 중국 정부는 “수입을 중단한 업체들이 중금속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파악하고, 유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를 진행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을 모두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농민들 입장에선 중국의 수입 중단 조치가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중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두리안을 지렛대 삼아 베트남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은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해왔다. 특히 베트남은 최근 중국처럼 남중국해 암초들을 매립해 인공 섬을 만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가 조사한 결과 베트남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매립한 땅 면적은 2.80㎢에 달했다. 3년 전만 해도 베트남의 남중국해 매립 면적은 중국의 10분의 1인 1.33㎢에 그쳤지만 지금은 7.2배인 9.55㎢로 중국(18.82㎢)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은 인공 섬들에 선착장, 헬기 이착륙장 등 기반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베트남이 인공 섬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이다.
중국은 과거에도 과일 수입을 무기 삼아 상대국에 경고한 적이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필리핀과 관계가 악화되자 해충 문제를 이유로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을 금지했다. 또한 독립을 지향하는 대만 민진당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대만산 파인애플과 망고 등의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응우옌 탄 쭝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베트남은 중국이 두리안을 제재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베트남 대신 말레이시아로부터 두리안을 대거 수입하기로 했다. 중국 해관총서는 생물안전법과 검역 등 관련 요건을 충족하는 말레이시아산 두리안의 수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말레이시아와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양국의 5개년 경제협력 협정을 갱신한 바 있다. 이 협정에는 중국이 말레이시아산 두리안 수입을 허가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말 그대로 친중 행보를 보이는 말레이시아에 선물을 준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통신은 중국과 체결한 협정으로 말레이시아 6만3000개 두리안 농가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두리안을 지렛대 삼아 ‘동남아 국가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두리안은 동남아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전략 무기’인 셈이다.
두리안 싹쓸이하는 중국
중국 청두에서 한 상인이 두리안을 걸어놓은 채 판매하고 있다. [CGTN]
중국에서 두리안 가격은 크기·품종에 따라 1통에 200~300위안(약 3만8000~5만7000원)이다. 두리안 가격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중국에선 두리안이 ‘부의 상징’으로 통한다. 중국인 상당수가 값비싼 두리안을 부 과시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 와인을 즐기는 것처럼 두리안을 먹는 것이 높은 지위를 상징하게 된 셈이다. 특히 두리안 중에서도 ‘무상 킹(Musang King)’ 품종은 ‘두리안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한 통 가격이 최대 500위안(약 9만5000원)이나 된다. 무상 킹 품종 두리안은 중국에서 생일이나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에 선물로 주고받는다.
중국이 값비싼 두리안을 전량 수입하다 보니 동남아 국가는 앞다퉈 두리안 수출을 늘리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에선 두리안 수출 사업으로 부자가 된 사람이 수두룩하다. 태국 두리안 수출 회사인 ‘888 플래티넘 프루트’는 올해 업계 최초로 태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계획이며, 두리안을 재배하는 일부 농장주는 이미 백만장자가 됐다. 태국의 두리안 포장 기업은 20년 전 10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000개로 늘어났다. 태국 남동부 인구 3만 명의 찬타부리라는 자그마한 농촌 마을은 두리안 수출 덕분에 현대식 주택과 병원, 쇼핑몰이 들어서는 등 부자 마을이 됐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 중국에 두리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곳은 태국이다. 중국에서 두리안 수요가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한 2021년 기준 태국산 두리안의 시장점유율은 100%에 가까웠다. 태국 농가들이 두리안 수출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자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동남아 국가 농가들도 두리안 재배와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베트남은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커피 생산에서 세계 1위 국가다. 베트남은 연평균 180만t의 커피를 생산해 대부분 수출한다. 그런데 베트남 농민 상당수가 커피 농사를 접고 두리안 농사를 하고 있다. 두리안이 커피보다 수익이 5배나 많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1년부터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을 허가했고, 커피를 재배하던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 농부들은 2022년부터 커피나무를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두리안 나무를 심었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는 지난해 자국 농촌의 두리안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며 전체 작물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대(對)중국 두리안 수출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베트남의 지난해 대중 두리안 수출액은 20억 달러(약 2조7600억 원)를 기록했는데, 2022년보다 5배나 늘어난 규모다.
커피 대신 두리안 선택한 베트남 농민
베트남이 두리안 수출을 크게 늘리자 태국의 지난해 중국 시장점유율은 68%까지 떨어졌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베트남의 두리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6억6148만 달러(약 9160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태국은 22억 달러(약 3조 원) 상당의 두리안을 중국에 수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5% 감소한 수치다.
베트남은 국토 면적 33만2000㎢, 인구 9940만 명(2023년 기준)으로 동남아에서 인구도 많고 국토 면적도 넓다. 특히 농촌 인구가 61%를 차지해 전체 산업에서 농업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3모작을 할 정도로 벼농사를 주로 하지만 커피를 비롯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때문에 커피 수확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으로 두리안을 수출하게 되자, 베트남 농민은 너나없이 두리안으로 갈아탔다. 이에 따라 베트남 농업의 지형도까지 달라지게 됐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느닷없이 베트남산 두리안에 대해 일부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베트남 농민들이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됐다. 중국 정부는 6월 베트남 정부에 서한을 보내 베트남의 두리안 농장 18곳과 두리안 유통업체 15곳에서 과도한 양의 중금속이 검출됐다며 수입 중단 조치를 통보했다. 중국 정부는 “수입을 중단한 업체들이 중금속 문제가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파악하고, 유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조사를 진행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베트남산 두리안 수입을 모두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농민들 입장에선 중국의 수입 중단 조치가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중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두리안을 지렛대 삼아 베트남에 외교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베트남은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대립해왔다. 특히 베트남은 최근 중국처럼 남중국해 암초들을 매립해 인공 섬을 만들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가 조사한 결과 베트남이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매립한 땅 면적은 2.80㎢에 달했다. 3년 전만 해도 베트남의 남중국해 매립 면적은 중국의 10분의 1인 1.33㎢에 그쳤지만 지금은 7.2배인 9.55㎢로 중국(18.82㎢)의 절반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은 인공 섬들에 선착장, 헬기 이착륙장 등 기반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베트남이 인공 섬을 늘리고 있는 이유는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베트남 하노이 국회에서 브엉 딘 후에 당시 국회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두리안, 제재 수단으로 사용
베트남은 남중국해에서 해군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해왔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6월 20일 베트남을 방문해 관계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 러시아와 밀착하는 베트남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 만큼 ‘두리안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과거에도 과일 수입을 무기 삼아 상대국에 경고한 적이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필리핀과 관계가 악화되자 해충 문제를 이유로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을 금지했다. 또한 독립을 지향하는 대만 민진당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대만산 파인애플과 망고 등의 수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응우옌 탄 쭝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베트남은 중국이 두리안을 제재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베트남 대신 말레이시아로부터 두리안을 대거 수입하기로 했다. 중국 해관총서는 생물안전법과 검역 등 관련 요건을 충족하는 말레이시아산 두리안의 수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말레이시아와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양국의 5개년 경제협력 협정을 갱신한 바 있다. 이 협정에는 중국이 말레이시아산 두리안 수입을 허가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말 그대로 친중 행보를 보이는 말레이시아에 선물을 준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영 베르나마통신은 중국과 체결한 협정으로 말레이시아 6만3000개 두리안 농가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두리안을 지렛대 삼아 ‘동남아 국가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두리안은 동남아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전략 무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