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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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리 피하고 노동자 권익 최우선시하는 노조 만들겠다”

‘MZ노조’ 모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유준환 의장 “정부와 사측에도 할 말은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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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3-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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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 [박해윤 기자]

    유준환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의장. [박해윤 기자]

    진한 감색과 갈색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인터뷰 장소에 나타난 유준환 씨(32)는 일견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였다. LG전자 6년 차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그는 직장 업무로 바쁘다며 점심시간을 이용해 만나자고 했다. 그는 최근 발족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협의회) 의장 겸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동조합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직함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대학생 시절 학생회 활동이나 사회운동을 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노조를 처음 설립했을 때나 지금이나 매순간 새롭다”고 답했다.

    8개 노조 6000명 아우르는 ‘새로고침 협의회’

    한국 노동계에 MZ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운 노동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생산직 중심으로 이뤄지는 기존 노조 활동, 거대 노조와 사측의 밀실 합의, 일부 노조의 정치 편향 행보에 반발하는 움직임이다. 그 시작은 2021년. 유준환 의장의 주도로 LG전자에 ‘사람중심’ 노조가 결성되자 다른 대기업, 공기업으로도 새 노조 조직 움직임이 확산됐다. 올해 2월 21일 상급단체가 없는 8개 사업장 노조가 모인 협의회가 공식 발족했다. 2030세대가 중심이 된 새로운 노조 활동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협의회 소속인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노조’, 코레일네트웍스 본사 일반직 노조, 부산관광공사 ‘열린노조’, 금호타이어 사무직노조, LG에너지솔루션 연구기술사무직노조, LS일렉트릭 사무노조의 조합원 수는 약 6000명에 달한다.

    각각 조합원 수 100만 명이 넘는 양대 노총에 비하면 조직력은 아직 미미하고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상급단체도 아니지만, 협의회의 존재감은 작지 않다. “기존 노조 같은 정치적 구호가 아닌, 노조 본질에 맞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발대식에서 일성(一聲)처럼 이들이 내세우는 새로운 노동운동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이에 ‘주간동아’는 2월 27일 서울 강서구 한 공유오피스에서 유 의장을 만나 협의회 출범 배경과 향후 포부에 대해 들었다.

    협의회 소속 노조의 활동에 성과는 있었나.

    “물론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노조의 활동상을 예로 들겠다. 원래 회사 측은 성과급 지급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람중심 노조 설립 후 사측이 성과급 기준을 밝히기 시작했고, 임금 인상률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사내에서 직원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문화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존에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적잖았는데 이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진 듯하다. 협의회에 소속된 다른 노조들도 점차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각 사업장에서 노동자 권익이 향상됐다는 평이 나온다.”

    젊은 직장인들이 새로운 노조 결성에 나선 이유는 뭔가.

    “상당수 대기업에서 사무직과 기능직은 취업 경로, 급여 기준이 다르고 인사 교류도 없다. 그럼에도 기능직 중심 노조만 사측과 교섭해온 경우가 적잖다. 사무직이 소외된 셈이다. 이런 상황은 제조업계 다른 기업도 비슷하다. 사무직이 기능직을 대변 못 하듯, 기능직도 사무직의 목소리를 대신 낼 순 없다. 사실상 기능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존 노조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엔 현실적 한계가 있어 보였다.”



    2월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이 열렸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제공]

    2월 21일 서울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발대식이 열렸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제공]

    “‘한미훈련연합 반대’ 등 정치 구호 지양”

    기존 노동운동과 차이는?

    “나를 포함해 협의회 모든 위원장은 ‘노조는 조합원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연대(連帶)사업과 개별 사업장의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면 당연히 후자를 중시해야 한다. 각 직장의 노조 활동에 집중하되, 단위 노조 차원에서 극복하기 어려운 제도적 문제나 이슈가 발생하면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정 정치 논리나 정치인, 정당에 대한 지지 선언처럼 ‘정치를 위한 정치’는 피하겠다. 기존 일부 노조의 활동과 관련해 현장의 불만도 있었다. 가령 ‘한미연합훈련 반대’는 노동 현안과는 전혀 관계없는 구호다. 조합원에게 특정 정당을 지지하라거나 외부 집회 현장에 참여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행태에는 분명히 선을 긋겠다.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안 내겠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노동자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되 노동 문제와 관련 없는 사안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선 협의회 소속 노조의 행보를 두고 ‘친(親)보수·기업적 노동운동’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유 의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기존 노동운동에서 고칠 것은 과감히 고치되, 정부와 사측에도 할 말은 당연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가 출범한 직접적 계기만 해도 정부와 일부 언론의 ‘레이블링(labelling)’으로부터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지키겠다는 의중이 작용했다고 한다. 협의회 출범 배경과 관련해 이어지는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9월 이정식 고용노동부(노동부) 장관과 LG전자 사람중심 노조 등 5개 노조 관계자가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참석한 노조 관계자들이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제도 때문에 노조가 조직되지 않은 직종과 산업 분야에서 노동운동이 동력을 잃으니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포괄임금제의 문제점이나 근로시간 단축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그런데 간담회가 끝나고 노동부 측이 낸 보도자료엔 이런 내용이 담기지 않고 ‘장관이 MZ노조를 만났다’는 식의 언급 정도만 있었다. 당시 간담회를 다룬 보도도 대동소이했다. 각 노조 위원장 사이에서 ‘우리 목소리를 빼앗기고 왜곡당하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MZ노조’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조합원 중 MZ세대 비중이 높거나, 협의회의 가치가 MZ세대 생각과 맞닿아 있나.

    “협의회의 현실은 후자에 가깝다. 협의회에 가입한 8개 노조 위원장이 모두 MZ세대인 것도 아니다. 각 노조 조합원의 연령 분포를 보면 2030세대 비율이 높은 곳이 있긴 하다. LG전자 사람중심 노조의 2030세대 비중은 52% 정도다. 달리 말하면 나머지 절반의 노조원은 MZ세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흔히 MZ세대가 중시한다는 가치인 공정과 투명성은 협의회 방향성과 일맥상통한다. 그런 점에선 MZ노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주52시간제 깨지면 안 돼”

    갓 출범한 협의회의 당면 과제는 녹록지 않다. 당장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이라는 기치 아래 꺼내 든 주52시간 근무제 개편 등 노동 현안이 산적해 있다. 정부와 양대 노총 사이 강 대 강 대치 국면에서 위치 설정도 만만찮은 과제다. 각종 노동 현안에 대해 협의회는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령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한 의견을 묻자 유 의장은 “협의회 차원에서 아직 논의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중요한 노동 이슈에 관한 공식 입장은 각 노조 위원장이 논의한 후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숙의 끝에 주52시간 근무제 개편에 대한 협의회 입장은 정해졌다. 유 의장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전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근로시간이 줄었으며 이는 대다수 노동자도 체감하고 있다”면서 “주52시간이라는 ‘하드 리밋(hard limit)’이 깨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협의회 활동 방향과 포부는?

    “노조는 특정 직군이나 일부 노동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노조를 쉽게 만들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한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궁극적으론 우리 사회에 노조가 더 흔해지고 노조 조직률이 높아졌으면 한다. 노조 내부적으로는 노동자 목소리가 조합에 잘 전달돼 조합원 권익 보호가 활동 목적이 돼야 한다. 향후 노동자 목소리가 대표되지 못 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노동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학생, 취업준비생에게 노조의 필요성이나 근로계약서 서명 시 유의사항 등을 알려주는 활동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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