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법률사무소 신(新)국제조세연구소 서재훈 회계사, 이재홍 변호사, 박재홍 회계사(앞줄 왼쪽부터). 이재목 세무사, 서진욱 고문, 최임정 회계사, 장홍 외국변호사, 이수진 박사(외국회계사), 박윤준 고문, 조성현 위원, 김용준 고문(뒷줄 왼쪽부터). [홍태식]
“기업 자체 시스템 구축에 남은 시간 1년”
‘주간동아’는 12월 6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에서 신국제조세연구소의 박윤준 고문(행정고시 27회)과 이재홍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 서재훈 회계사, 이수진 박사(외국회계사)를 만나 필라1·2 도입에 따른 영향과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 방향을 자세히 들었다.박 고문은 국세청 입직 후 30여 년 동안 국제조세관리관, 국제협력담당관, OECD 대표부 세무관 등 국제조세 분야 주요 보직을 역임하고 국세청 차장으로 퇴직했다. 국제조세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전문가로 꼽힌다. 이 변호사는 공인회계사, 미국 공인내부감사사 자격증을 보유한 조세제도 스페셜리스트다. 미국 세무 전문 로펌에서 근무하며 현지 주요 기업에 자문한 경험이 있다. 서 회계사는 다양한 분야·업종에 걸쳐 폭넓게 자문을 하는 전문가다. 기업 인수합병 및 해외 진출 관련 자문과 제약·생명과학·자동차 기업의 조세 자문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박사는 국제조세 분야에서 현장 경험과 이론을 동시에 갖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미국 현지 메이저 회계법인과 유럽 다국적기업에서 국제조세 관련 업무에 종사했고, 네덜란드 국제조세 분야 연구소 IBFD에서 다수의 연구와 강의를 수행했다.
새로운 국제조세 질서가 국내 기업에 끼칠 영향은 뭔가.
박윤준 고문 “필라1·2가 본격 시행되면 두 제도의 적용 대상 기업에 자체 세금 신고 및 납부 의무가 부과된다. 이해관계가 있는 여러 나라의 과세당국이 기업의 납세 정보를 공유하게 된다. 필요한 경우 여러 나라가 집단적·개별적으로 기업의 납세 신고 및 세금 납부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것도 변수다. 따라서 각 기업은 적어도 자체적으로 납세 신고를 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두 제도가 2024년 시행되면 이에 따른 최초 신고는 2026년 중반에 가서야 이뤄진다. 그래서인지 상당수 기업 관계자는 ‘2026년에 신고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면 된다’는 반응을 보이는 듯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필라1·2 신고를 위해선 지금까지 회계 및 세무 업무와 달리 새로운 형태의 복잡한 추적, 조정, 배부 작업이 필요하다. 실제 새로운 국제조세제도에 따른 신고가 있기 1년여 전 기업 재무제표 공시에 필라1·2에 따른 세금 부담 영향도 미리 반영돼야 한다. 제도 시행 시점인 2024년 전 준비를 맞춰야 한다는 뜻인데, 기업 처지에선 자체 시스템을 구축할 시간이 사실상 1년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박윤준 고문(왼쪽). 이재홍 변호사. [홍태식]
“디지털 경제, 조세제도 변화 추동”
필라1·2의 특징과 도입 배경은 무엇인가.박윤준 고문 “우선 필라1을 살펴보자. 전통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에선 외국 기업이 특정 국가에 진출할 경우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그 나라의 국내 기업에 유통 기능을 맡긴다. 그래서 조세당국이 과세해야 할 기업 활동 및 거래가 있고 그것이 명확한 편이다. 반면 최근 디지털 경제의 특징은 이런 중간 유통망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가령 최근 빅테크 기업은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영위해도 나라마다 방대한 조직망을 구축하진 않는다. 과거 국제조세 질서를 만들 땐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기업이 활동하는 대부분 국가는 과세 베이스를 상당 부분 잃게 된 것이다. 필라1은 이 같은 글로벌 경제의 혁신에 따른 조세제도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재홍 변호사 “미국은 이미 1960년대 ‘아웃바운드 텍스(outbound tax)’라는 명칭으로 자국 기업이 해외 진출로 벌어들인 소득에 과세하는 제도를 어느 정도 마련했다. 다만 미국 기업이 외국에서 적극적으로 사업해 얻은 이윤을 배당 형식으로 국내에 가져오지 않는 이상 과세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미국 다국적기업들은 세계 각국의 감세 경쟁 속에서 절세를 위해 해외로 빠져나갔다. 결국 미국은 2017년 개혁에 가까운 수준으로 아웃바운드 텍스 제도를 개편했다. 국외에서 적극적으로 사업해 번 소득이라 해도 일정 비율은 미 정부가 과세하겠다는 게 뼈대다. 미국 내 본사가 해외 사업 부문에서 배당을 받은 것에 준해 세금을 부과하되 세율은 어느 정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의 조세제도 개편이 현재 필라2 조항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최근 조세투명성은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의 주요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국적기업의 세금 회피가 여러 나라에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가령 영국에선 일부 빅테크의 법인세 탈루가 논란이 됐다. 그 결과 국제사회에서 대두된 것이 필라1·2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조세다. 20세기 조세제도와 21세기 글로벌 비즈니스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인 셈이다.
조세투명성 제고가 자칫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이수진 박사 “그렇지 않다. 조세투명성을 높이면 ESG의 궁극적 가치인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책임도 고양될 수 있다. 조세투명성의 핵심은 기업이 세금을 내는 과정과 납세 컴플라이언스를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와 언론에 투명하게 설명해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본다. 기업 스스로 조세투명성을 높이고자 노력하면 ESG 경영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서재훈 회계사(왼쪽). 이수진 박사(외국회계사). [홍태식]
“필라2 추가 세금 발생 가능성과 규모 자문”
당장 기업들의 당면 과제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필라1보다 필라2 대응이다. OECD는 지난해 7월 이미 각 회원국에 적용 가능한 필라2 국내법 모델 규정을 제시한 바 있다. 김앤장 신국제조세연구소는 3~7월 OECD 해당 모델 룰을 한국에 적용하기 위한 입법 용역을 수행했다.구체적 자문 및 컨설팅 사례는?
이재홍 변호사 “최근 해외 경쟁사의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국내 한 대기업이 한국과 외국 정부의 이중 과세 리스크에 직면했다. 이를 막으려면 어떤 투자 구조를 택해야 할지 외국 로펌과 협력해 해당 기업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했다. 아무리 조세 전문가라 해도 국내외 조세제도를 두루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하긴 어렵다. 반면 우리 연구소는 단편적 조언이 아닌,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해 고객 만족도가 높다. 또한 해외 생산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국내 기업에 후보지마다 다양한 투자 유인책을 분석하고 실제 외국 정부와 협상도 자문했다. 이 과정에서 각국 투자 세액공제나 과세 감경 조치가 필라2 같은 신국제조세제도 도입 후에도 추가 과세를 유발하진 않는지 꼼꼼한 확인이 필요했다. 김앤장이 아니라면 쉽게 자문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본다.”
김앤장 신국제조세연구소만의 특장점은 무엇인가.
서재훈 회계사 “신국제조세연구소엔 30명에 달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글로벌 기업 자문과 세무조사 대응, 조세불복 등 업무 경험이 많은 변호사와 회계사들이 있다. 여기에 상호 합의, 이전가격사전승인 및 유권해석 업무 경험이 풍부한 국세청 출신 전문가는 물론, 국제조세 관련 법령 입안과 OECD 파견 경험이 있는 기획재정부 출신 전문가도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 이슈 및 국내외 국제조세 사례를 심층 연구한 리서처가 여럿 있는 것도 강점이다.”
김앤장 신국제조세연구소는 향후 어떤 비전과 계획을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해 박 고문은 “국제조세, 특히 최근 대두된 새로운 질서에 대해 한국 최고 전문성을 갖춘 조직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업과 항상 교류해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최적의 조세 해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전문가를 앞으로 더 확충할 것이다. 경제 분석 및 통계는 물론, 세계 각국 조세제도에 최고 전문성을 지닌 인재를 모아 최상의 맨파워를 갖추겠다. 우리 연구소의 모토는 단독 플레이가 아닌, 공동 작업이기에 인재풀 마련이 중요한 가치다. 끝으로 외국 유수 로펌이나 관련 전문 단체와 긴밀한 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김앤장만이 가능한 최고 수준의 외국 카운터 파트너와 교류 및 협력이 빛을 발할 것이라 본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주가 안전판’ 확보한 삼성전자, 본원 경쟁력 확보 시급
인도네시아 연구원 기술 유출 수사 장기화… KF-21 사업 난항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