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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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공장 시설투자 늘리면 폐비닐의 에너지화 비율도 올라간다” [제로웨이스트]

〈인터뷰〉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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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0-12-01 17: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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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했다. 비대면 소비 확산으로 일회용 포장재 및 완충재 사용량이 증가한 데다 경기침체로 인해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평균 848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문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은 땅에 묻으면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불에 태우면 유해물질을 배출해 환경을 오염시킨다. 이 때문에 재활용이 권장되나 현재는 기술적 한계로 최대한 활용해도 50%를 넘기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주목받는 것이 ‘폐플라스틱을 에너지로 만들자’는 제안이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폐플라스틱을 가공해 다른 플라스틱 제품으로 사용하는) 물질 재활용은 한계가 있다”며 “시멘트업체에서 폐플라스틱의 에너지화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시멘트업체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유연탄과 함께 연료로 사용해 시멘트를 생산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표현되는 폐비닐

    배재근 교수는 환경부와 함께 폐기물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배재근 교수는 환경부와 함께 폐기물 문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연간 쓰레기양이 1억6000만t이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31만t으로 예상만큼 많지 않다. 

    “환경부에서 발표한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폐플라스틱 총량이 아니라 폐비닐처럼 재활용이 거의 안 되는 포장재 폐기물(쓰레기의 공식용어)을 의미한다. 2018년을 기준으로 하루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생활폐기물이 8848t, 사업장폐기물이 1만1854t이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760만t에 이르는 양이다. 지금 플라스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재활용이 안 되는 포장재 폐기물이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에 재활용으로 분류되던 플라스틱마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폐기물에는 폐플라스틱 외에 어떤 것들이 있나. 

    “폐기물은 크게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로 나뉜다. 가정, 사무실, 학교 등 생활공간과 주거공간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은 1인당 하루 발생량이 1.06kg이다. 인구를 5000만 명으로 계산하면 하루 발생량이 5만t이며 음식물 쓰레기가 23~24%, 재활용품이 33%, 종량제 봉투로 버려지는 일반 쓰레기가 43~44%를 차지한다. 아파트 같은 공통주택은 품목별로 분리배출을 하지만 단독주택 등에서는 모두 종량제 봉투에 담아 한꺼번에 버린다. 그 중 종량제 봉투 쓰레기의 20%가 바로 재활용이 안 되는 폐플라스틱이고 그 대부분이 포장재 폐기물이라고 보면 된다. 사업장폐기물은 사업장, 건설현장, 의료기관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말하며 하루 발생량이 38만t이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하루 발생량 43만t, 연간 발생량이 1억6000만t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체계는 왜 붕괴되고 있나. 

    “우리나라는 생활폐기물 처리를 공공과 민간이 나눠서 하고 있다. 분리배출이 원활한 공동주택은 민간이 수거를 하고, 분리배출을 하지 못하는 단독주택은 지자체에서 수거한다. 사실 민간이 그동안 돈이 되지 않는 플라스틱과 폐비닐(필름류 플라스틱)을 수거해온 것은 폐지와 의류 등으로 수익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처리할 곳이 없어졌다. 민간업체도 폐기물을 수거해가면 재활용품만 분리하고 남은 쓰레기는 처리비를 주고 맡겨야 한다. 재활용품으로 가져갔지만 그 중 50%는 다시 쓰레기로 배출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쓰레기 처리비는 올라가고 재활용 원가는 떨어지니 비닐류 수거를 더는 안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쓰레기 처리에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대표자가 민간 재활용업체와 계약을 해서 처리해 왔는데 앞으로는 그 과정에 지자체가 개입하는 방향으로 개선 논의가 진행 중이다.”

    -플라스틱이 전체적으로 다 문제인가. 

    “그렇지는 않다. 재활용 플라스틱은 단가가 떨어지고 있으나 그래도 굴러 간다. 문제는 폐비닐이다. 폐비닐은 물질 재활용이 힘들다. 통계상 20%는 재활용된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음식물 등이 묻지 않은 깨끗한 것만 다시 녹여서 대야를 만드는 정도다. 대부분 소각로로 가고 일부는 고형연료로 만들어진다. 가장 좋은 것은 잘게 파쇄해서 폐기물고형연료를 만드는 것인데 유통 경로가 막혀 있다. 그러다보니 처리비도 일반 플라스틱이 t당 25만~30만원이라면 폐비닐은 35만~50만 원까지 받는다. 처리업체에서 돈만 받고 어디 창고에 쌓아놓았거나 불법 투기했다고 뉴스에 나오는 것은 플라스틱으로 표현되나 폐비닐이라고 보면 된다. 폐비닐은 처음부터 재활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분리배출을 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2013년 고형연료 기준을 엿가락 모양의 성형에서 잘게 분쇄하는 비성형으로 바꾸면서 폐비닐도 재활용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2017년 미세먼지가 등장하면서 수도권에서 고형연료 사용을 금지하면서 폐비닐 재활용은 갈 곳이 없어졌다. 그럴 때 대안으로 등장한 곳이 시멘트업계다.”

    시멘트업계 덕분에 최악 상황 모면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는 1500℃로 가열된다. [뉴시스]

    시멘트 공장의 소성로는 1500℃로 가열된다. [뉴시스]

    -지난해 시멘트업계가 재활용한 폐플라스틱이 100만t이라고 한다. 

    “시멘트업계는 유연탄을 주된 연료로 사용하면서 폐타이어나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특정 플라스틱을 보조연료로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생활폐기물을 써보니 발열성이 좋은 데다 소각 후 나오는 소각재가 시멘트의 원료가 되니 점점 사용량을 늘리게 됐다.”

    -시멘트업계에서 폐플라스틱 사용량을 더 늘릴 수는 없나. 

    “폐비닐 안에는 염소와 질소가 들어 있는데 연소 과정 중에 염소가 너무 많이 나오면 제어가 안 되고 소성로를 부식시킨다. 또한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질소산화물을 잡아줘야 하는데 완전 제어가 쉽지 않다. 사용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쌍용양회의 경우 유해 물질을 줄이기 위해 사전에 분해를 해서 소성로에 넣는다. 시멘트 회사도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이처럼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폐플라스틱 사용량을 제외한 나머지 순환자원의 상당량은 일본의 화력발전소에서 수입한 석탄재다. 석탄재는 시멘트에 들어가는 석회석과 동일한 성상을 갖고 있다. 일본은 화력발전소를 고도화시켜 석탄재의 질이 굉장히 좋다. 대부분은 일본에서 재활용하는데 일부 남는 물량을 우리나라에 보낸다. 시멘트업계 입장에서는 고품질 시멘트 원료를 국내보다 많은 처리비용까지 받고 가져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물론 우리나라 석탄재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멘트업계에 폐플라스틱 처리비를 t당 8만원씩 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처리해주는 곳이 있어 다행이다. 플라스틱을 890℃인 일반 소각로에서 태우면 불완전 연소로 유해물질이 배출되지만 1500℃인 시멘트 소성로에서 플라스틱을 태우면 완전 연소가 일어난다. 석회석은 알칼리이고, 질소산화물은 산성이라 중화가 되기 때문이다.”

    -폐플라스틱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가. 

    “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생활폐기물 처리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책임진다. 최근 인천시의 2025년 쓰레기 독립선언으로 서울시와 경기도 생활폐기물 처리에 문제가 생겼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을 할 것이다. 경기도는 지역이 넓어 크게 문제 될 거 같지는 않은데 서울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맞다. 소각장 건설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 매립지가 문제다. 더욱이 부지를 고른 후에도 매립지와 소각장 건설을 위해 주민설명회부터 환경영향평가 등 모든 과정을 거치려면 5년 이상 걸린다. 이 때문에 이미 서울시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생활폐기물보다 더 문제는 사업장폐기물이다. 사업장폐기물은 발생자에게 처리 책임을 지운다. 그래서 이들은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소각장과 매립장에 비용을 주고 처리를 맡긴다. 그런데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사업장폐기물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지난 몇 년간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신규 소각장과 매립장 인허가가 나오지 않자 2~3년 사이에 처리비용이 t당 15만원에서 30만원까지 올라갔다. 그나마 최근 들어 매립지는 허가가 나기 시작했는데 소각장은 인허가를 받지 못해 처리되지 못한 폐기물이 쌓여가는 상황이다. 폐플라스틱의 소각과 매립이 어렵다면 방법은 재활용밖에 없으므로 특단 조치가 필요하고, 그렇다면 고형연료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단가 낮고 열효율 높은 폐기물고형연료

    -고형연료의 장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활성화가 가능한가. 

    “현재 화력발전소에서는 외국에서 석탄을 t당 15만원에 수입해온다. 석탄은 석유보다 나쁜 원료로 발열량이 낮고 연소재량도 많으며 오염물질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고형연료는 플라스틱으로 만드는데, 석유를 수입해와 정제해서 만든 특정 상품이 바로 플라스틱이다. 아무래도 석탄보다 이미 정제된 플라스틱을 태우는 게 낫지 않겠나. 플라스틱을 엿가락처럼 성형해서 유통하던 시절 t당 가격은 4만 원이었다. 비용 면에서도 훨씬 장점을 지닌다. 현재 시멘트 소성로에선 고형연료가 아닌 폐기물 자체를 활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론 연료 효율성이 높은 고형연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폐기물고형연료를 주된 연료로 사용하는 SRF열병합발전소는 왜 논란이 끊이지 않나. 

    “열병합발전소는 소각장이 아닌 발전소 개념이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인허가를 한다. 환경부에서 추진하는 일은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주민들과의 협상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산자부에서 추진하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열병합발전소는 민간투자사업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업을 추진하니 주민 협상 과정, 주민 지원 이런 게 전혀 없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모든 과정이 생략됐으니 반대할 만도 하다. 열병합발전소가 민간사업이 될 수 있는 것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는 해외에서 수입해오는 석탄을 바로 공급받기 위해 해안가에 발전소를 지어야 하고 열효율은 35%에 불과하다. 열병합발전소는 폐기물고형연료나 LNG를 쓰기 때문에 내륙에 지을 수 있는 데다 전기 및 냉난방 공급으로 에너지 효율이 75%에 이른다.”

    -궁극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해결책은 무엇일까. 

    “생분해 소재로 대체해야 한다. 그 전까지는 물질 재활용을 최대한 많이 하는 게 방법이지만 재활용 제품 또한 또 다른 플라스틱 물질일 뿐이다.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분해되는 게 아니라 미세플라스틱으로 붕괴된다. 현미경으로도 안 보일 정도로 미세화 돼서 모든 곳에 잔류하고 그 피해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현재 이 플라스틱을 지구에서 완전히 소멸시킬 방법은 소각뿐이고 1500℃ 시멘트 소성로에서 완전 연소시켜 모든 화합물이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 최선이다.”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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