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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전쟁 불꽃 튀네

1인 가구 증가, 건강 중시 경향으로 불황 속 ‘나 홀로’ 성장  …  ‘같은 물, 다른 물값’ 현상도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19-09-28 1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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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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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5일 낮 서울의 한 이마트 점포. 생수 코너에는 열 가지도 넘는 생수 제품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고객의 눈길을 가장 사로잡는 것은 ‘초저가의 기준을 바꾸다!’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진열된 자체 브랜드(PB) 상품인 ‘이마트 국민워터’(국민워터). 2ℓ짜리 6개들이 한 묶음이 1880원으로, 생수 시장점유율 1위인 ‘제주삼다수’(2ℓ짜리 6개들이 5880원)보다 4000원이 저렴하다(표 참조). 

    한 30대 여성이 “이렇게 싼 물도 먹을 만한 거냐”고 묻자 직원 윤모 씨가 오른팔을 앞으로 뻗어 크게 반원을 그리며 “(국민워터가) 여기 있는 것 중에서 제일 잘나간다”고 했다. 국민워터 한 묶음을 카트에 실은 한 50대 여성은 “2000원도 안 하니까 한번 사보려 한다. 밥을 짓든 라면을 끓이든 수돗물보다는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마트가 ‘생수전쟁’에 불을 지폈다. 8월 1일 개시한 초저가 마케팅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의 3탄으로 9월 19일 초저가 생수 국민워터를 내놓았다. 역시 이마트 PB 제품으로 국민워터와 나란히 팔리고 있는 ‘피코크 640M 봉평샘물’(2ℓ짜리 6개들이 2900원)보다 1000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이에 질세라 롯데마트, 홈플러스도 자사 PB 생수의 값을 끌어내렸다. 롯데마트는 ‘온리프라이스 미네랄워터’를 1650원에, 홈플러스는 ‘바른샘물’을 1590원에 일주일(9월 19~25일)간 할인 판매했다(둘 다 2ℓ짜리 6개들이 기준). 국민워터보다 각각 230원, 290원 저렴하다. 국민워터 가격이 일시적 할인가가 아니라 정가 자체를 낮춘 것이기 때문에 할인 기간이 끝나더라도 롯데마트, 홈플러스의 PB 생수 값이 원상복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9월 26일부터 온리프라이스 미네랄워터 가격을 당분간 1860원으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바른샘물 가격을 앞으로도 이마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9월 26일부터 바른샘물 2ℓ짜리 6개들이를 185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보다 4000원이나 싸네!

    대형마트가 초저가 생수 판매에 나선 이유는 ‘성적’ 부진 때문.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기존점 매출이 3% 감소했는데, 이는 공휴일 수나 날씨 때문이라기보다 1, 2인 가구 증가, 고령화 심화, 온라인 쇼핑 확대 등의 영향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는 최근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다.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299억 원으로, 전년 동기 533억 원 영업이익과 비교해 큰 차이를 나타냈다(그래프1 참조). 이마트 측은 “2분기가 전통적으로 비수기일 뿐 아니라, 전반적인 대형마트의 업황 부진과 온라인업체의 저가(低價) 공세, SSG닷컴 등 일부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의 2분기 영업손실은 339억 원으로 전년 동기(-273억 원)보다 적자 폭이 컸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는 잠정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이마트, 롯데마트와 형편이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이마트가 올해 3분기에는 적자에서 탈출하겠지만, 뚜렷한 탈출구가 없는 한 영업이익이 계속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대형마트의 ‘생수 저격’은 일단 소비자의 호감을 얻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에 따르면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전국 이마트 점포 및 이마트몰에서 팔린 국민워터는 2ℓ짜리 6개들이 6만8000묶음으로, 해당 기간 전체 생수(2ℓ짜리 기준)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상위 1~4위의 브랜드 생수 판매량을 합친 것보다 30% 높은 판매고를 나타냈다. 롯데마트 온리프라이스 미네랄워터의 사흘간(9월 19~21일) 매출도 전년 동요일 대비 15% 증가했다. 초저가 생수로 고객 유인 효과도 일부 나타나 과일, 수산 매출이 각각 8.5%, 10.4% 늘었고 전체 매출도 1.5% 소폭 상승했다. 홈플러스 바른샘물 또한 사흘간(9월 19~21일) 매출이 전년 대비 120% 늘었다. 

    위기에 봉착한 대형마트가 유독 생수에 공들이는 이유는 생수가 생필품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제품으로 꾸준하게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시장 규모도 매년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수기 시장이 최근 2~3년간 200만 대 안팎의 규모를 유지하며 정체기에 들어간 반면, 생수시장은 매년 10~12%씩 성장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생수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23년에는 생수시장 규모가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정수기는 비싸고 번거로워

    편의점 PB 생수인 세븐일레븐 깊은산속 옹달샘물, 씨유 미네랄 워터, GS25 유어스 맑은샘물(왼쪽부터).

    편의점 PB 생수인 세븐일레븐 깊은산속 옹달샘물, 씨유 미네랄 워터, GS25 유어스 맑은샘물(왼쪽부터).

    1, 2인 및 맞벌이 가구 증가, 생수 배달 활성화, 건강음료 선호 현상 등은 생수 소비를 더 확대시키고 있다. 직장인 정모(36·여) 씨는 지난봄 육아휴직을 끝내고 직장에 복귀하면서 정수기 렌털 계약을 해지했다. 정수기 렌털비보다 생수를 사 먹는 게 더 저렴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씨는 “정수기 렌털비가 한 달 2만 원 남짓인 반면, 생수 구입비는 1만5000원에 그친다. 요즘은 온라인 주문 바로 다음 날 생수를 배달해줘 매우 편리하다”고 했다. 직장 근처에서 혼자 사는 김모(31) 씨는 주로 생수를 사 마신다. 그는 “온라인으로 주문하거나, 당장 급할 땐 집 앞 편의점의 PB 생수를 산다. 정수기는 비용도 비싸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기에 정수기 관리 직원과 방문 약속을 잡는 것도 매번 번거로울 것 같다”고 했다. 


    한 대형마트의 생수 진열대. [뉴스1]

    한 대형마트의 생수 진열대. [뉴스1]

    대형마트가 초저가 생수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e커머스 견제’다. 온라인으로 주문한 생수를 하루 이틀 만에 집으로 배달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가 대형마트를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줄었다. 여기에 더해 e커머스가 생수 판매·배달에만 그치지 않고 자체 PB 생수를 내놓으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됐다. 맞벌이 주부 김모(41) 씨는 쿠팡의 로켓와우 회원. 월 2900원의 멤버십 요금을 내고 구매 금액에 상관없이 주문 이튿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애용한다. 김씨는 “생수는 쿠팡의 PB 제품인 ‘탐사수’를 구입한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로켓배송도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9월 말 현재 쿠팡에서 로켓배송되는 생수(2ℓ)는 탐사수와 ‘에이워터 프리미엄 내추럴 알카리음료’ ‘딥스 해양심층수’ ‘아이스필드 캐나다 빙하수’ 정도. 탐사수를 제외한 나머지 제품의 100㎖당 가격이 80원 이상으로 고가에 해당하고, 제주삼다수를 비롯한 상위권 브랜드 생수는 로켓배송이 되지 않는다. 쿠팡이 보유한 다양한 PB 제품 가운데 탐사수 판매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측은 “개별 PB 제품의 매출 현황을 공개하지 않으며, 로켓배송 대상 상품은 매번 달라질 뿐 브랜드 생수를 로켓배송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생수 용량 다양해지고 정기배송도 등장

    대형마트와 e커머스가 새로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기존 브랜드 생수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독보적 1위인 제주삼다수가 2018년 10월 제주 생산공장에서 발생한 직원 사망 사고로 점유율이 추락하는 틈을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와 농심의 ‘백산수’가 파고드는 추세다(그래프2 참조). 아이시스는 지난해 1인 가구를 위한 1ℓ, 어린이를 위한 200㎖ 용량의 제품을 새로 출시하고 직영 온라인몰과 롯데닷컴 등을 통해 정기배송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3.2%에서 올해 7월 말 13.6%로 소폭 상승했다. 농심은 11월 1000억 원을 투자한 인천 통합물류센터를 가동하면서 백산수의 수도권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백산수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뒤 평택항과 부산항을 통해 국내로 들여왔는데, 여기에 인천항을 추가하는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생수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물류비”라며 “수도권과 가까운 인천항을 통해 백산수를 들여와 서울 및 수도권 시장에 더욱 주력해 1년 내 두 자릿수 점유율로 올라서는 것이 단기 목표”라고 말했다. 7월 말 현재 백산수 점유율은 8.7%이다. 

    반면 제주삼다수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9.8%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37.8%로 하락했다. 2015년 점유율이 45.7%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사이 8%p 가까이 낮아졌다. 제주삼다수는 지난해부터 정기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300㎖와 1ℓ 용량 출시 등 변화를 꾀했지만 경쟁사들의 파상공세에 점유율을 확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2배 더 비싸더라도 ‘같은 물’

    한 대형마트의 프리미엄급 수입 생수. [뉴스1]

    한 대형마트의 프리미엄급 수입 생수. [뉴스1]

    한 잔(200㎖)에 30원도 안 되는 초저가 생수는 안심하고 마셔도 될까. “그렇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형마트나 e커머스의 PB 생수가 브랜드 생수와 동일한 수원지에서 샘물을 길어 올려 같은 공장에서 똑같은 공정을 통해 생산한 제품이기 때문에 단지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품질을 의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 생수 제조업체 관계자는 “생산업체는 공장 가동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유통업체에 협력하고, 유통업체는 자신의 마진을 상당 부분 포기함으로써 초저가 생수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롯데지주 계열사인 경기 연천의 ㈜백학음료는 롯데칠성음료의 ‘롯데 아이시스 평화공원 산림수’(산림수)와 이마트의 국민워터, 홈플러스의 바른샘물을 주문자생산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한다. 또 롯데칠성음료의 자회사인 경남 산청의 ㈜산청음료는 롯데칠성음료의 ‘롯데 아이시스 지리산 산청수’(산청수)와 국민워터, 바른샘물을 OEM으로 생산한다. 롯데 산림수·산청수의 100㎖당 가격은 39원으로 국민워터(16원), 바른샘물(13원)의 2~3배에 달하지만, 이들 제품은 성분도, 물맛도 동일한 ‘같은 물’이다. 백학음료 관계자는 “각자 다른 브랜드 라벨을 붙이고, 청정한 수원지나 저렴한 가격 등 서로 다른 특성을 강조한 마케팅을 펼쳐 소비자들은 별개 제품으로 생각하지만, 한 공장에서 나오는 다 똑같은 물”이라고 전했다. 이마트, 홈플러스의 PB 생수가 롯데 아이시스의 경쟁 상품이지만, 알고 보면 ‘한 우물’인 셈이다. 

    쿠팡 탐사수는 경기 축령산, 충북 구룡산, 충남 운주산, 울산 가지산 등 네 곳의 공장에서 세 곳의 회사에 의해 생산되는데, 그중 2개(구룡산·운주산) 공장이 하이트진로의 자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 소속이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이들 공장에서 자사 브랜드 생수 ‘석수’와 쿠팡의 탐사수를 함께 생산한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 역시 “탐사수와 석수는 같은 물”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는데, ‘블랙보리’ ‘진로믹서 토닉워터’, 석수의 판매 증대와 함께 PB 생수 매출 증대가 이러한 신장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PB 생수는 생산 능력 범위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할 뿐 아니라 자사 생수의 간접광고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 탐사수 라벨에 제조원으로 회사명이 언급되고, 곡선 음각과 엠보싱 무늬가 들어간 석수의 용기를 탐사수에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간접적으로 자사 상품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초저가 경쟁 넘어 품질 경쟁으로

    ‘코카콜라의 고향’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의외로 생수다. 음료산업 전문 미디어 ‘베버리지데일리’(BeverageDaily.com)에 따르면 미국에서 병 생수 소비량이 소다(탄산) 음료 소비량을 2016년 처음 추격한 뒤 2년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병 생수 소비량은 매년 증가한 반면, 소다 음료 매출은 1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인 결과다. 5월 코트라(kotra) 미국 로스앤젤레스무역관에서 펴낸 보고서는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설탕 음료 섭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확산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가장 건강한 대안으로 생수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의 생수 소비 트렌드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생수 제조업체 ㈜제주용암수를 인수, ㈜오리온제주용암수를 세운 오리온은 10월 기존 생수보다 비싼 가격의 프리미엄급 미네랄워터를 출시할 예정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원수(原水)에 함유된 미네랄이 너무 많아 이를 분리했다 다시 혼합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미네랄이 가장 풍부한 생수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생수가 스프링워터(샘물), 미네랄워터(광천수), 빙하수, 정화수, 알칼리워터 등 다양한 종류로 세분화돼 있다. 국내 생수시장도 초저가나 용량의 다양화, 배달 편의성 경쟁에만 그치지 않고 좋은 물, 건강한 물 등 품질 경쟁 또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가 마시는 生水는 안전할까
    年 6회 제조시설 및 유통 현장 검사
    e커머스 전용 생수는 ‘유통 검사’에서 열외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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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수의 법적 용어는 ‘먹는샘물’. 환경부가 발간한 ‘2019 환경백서’에 따르면 생수 소비가 늘면서 전국 먹는샘물 제조업체는 1995년 14개에서 2018년 말 현재 61개로 크게 늘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먹는샘물 제조업체가 70여 개까지 증가해 경쟁이 치열해지자 도태되는 업체가 생겨나면서 최근 2~3년간 60개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먹는샘물 제조업체는 각 시도로부터 연 2회 수질 등에 대해 지도, 점검을 받는다. 또 각 시도는 연 4회 시중에 유통되는 생수를 수거해 검사한다. 다만 e커머스의 PB 생수는 유통 검사에서 제외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주로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생수를 수거해 검사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생수는 열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연 6회 검사에서 문제가 적발될 경우 취수 정지, 영업 정지, 과징금 부과 같은 행정처분을 받고 해당 사실이 환경부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자신이 마시는 생수가 혹여 문제가 적발된 제품은 아닌지 확인하려면 환경부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사전정보공표>먹는물영업자 위반현황 코너로 들어가면 된다. 우라늄 초과 검출 등 적발된 업체의 위반 사실이 적시돼 있다. 다만 해당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명은 밝히지 않아 소비자 스스로 제품 라벨에 표기된 제조원 이름을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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