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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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연금 폭탄 맞는 세대

文 정부 공무원 증원에 연금 부채만 최소 14조 원

17만 명 신입 공무원 승진 없는 연금 비용만 계산해도 올해 연금 부족분의 3배 넘어 2055년에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 17조 원씩 갚아줘야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9-09-14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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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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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라는 제도의 존속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니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해달라고 주장한다. 공무원·군인연금처럼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라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에 부족분이 생기면 정부가 세금 등 각종 수단을 이용해 그것을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부의 수입원이 세금이고 재원은 한정돼 있다는 점. 공무원·군인연금은 지금도 세금으로 부족분을 충당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자기 연금을 다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데 공무원·군인연금에는 세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정부 시책으로 공무원 채용이 급속히 늘었다. 일각에서는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 없이 방만한 정책으로 세금 부담을 가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공무원연금은 세금 투입, 국민연금은 방치

    8월 29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 위원들이 국민연금 개편안을 논의하는 모습. [사진 제공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8월 29일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 위원들이 국민연금 개편안을 논의하는 모습. [사진 제공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책임 조항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법 제3조의 2에 따르면 국가는 연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국가의 지급 보장 의무까지 말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지급 보장 논의는 2006년 시작됐지만 아직도 명문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 공무원·군인연금은 이미 지급 보장이 명문화돼 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연금 국가 지급 보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올해 8월 국민연금개혁을 담당하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는 국민연금 지급 보장 명문화에 전원 동의했다. 하지만 당장 명문화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문화 보장 내용이 국민연금개혁안과 함께 묶여 있기 때문. 경사노위가 국민연금개혁안 합의에 실패했으니, 새 국회가 꾸려지기 전까지는 연금개혁 전체가 멈춰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 지급 보장은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보장이 명문화되면 미래에 지급할 연금이 전부 국가 부채로 잡히게 된다. 2013년 국민연금법 개정안에서 연금 지급 보장이 빠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당시 재정 당국은 “우발 부채가 발생해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지급 보장에 반대했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이하 공무원연금으로 통칭)은 매년 연금충당부채 금액을 계산해 발표한다. 연금충당부채 금액이란 정부가 장래 지급할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액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연금충당부채는 총 939조9000억 원, 올해 당장 부담해야 할 연금 부족분은 4조 원가량이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돼도 한 해 400조 원 투입해야

    그렇다면 국민연금이 공무원연금처럼 지급 보장이 된다면 연금충당부채는 얼마나 늘어날까. 국민연금 제4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연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총 23조6450억 원.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로 현 국민연금제도가 유지된다면 2020년에는 소폭 올라 29조1900억 원이 지급된다. 2041년까지는 연금 지출액보다 수입액이 많다. 하지만 2042년 연금 지급액이 188조30억 원, 연금보험료 및 기금 운용으로 얻은 수입이 179조620억 원으로 적자가 시작된다(표 참조). 

    한국납세자연맹이 발표한 ‘국민연금 지급보장의 불편한 진실 7가지’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는 2057년 한 해 국민연금 지급액만 416 조 원에 달한다. 그해 걷을 연금 보험료와 마지막 적립 기금으로 이를 지급하고 나면 123조 원가량 적자가 발생한다. 기금 고갈 3년 뒤인 2060년 연금 적자폭만 327조5990억 원에 이른다. 

    8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2020년 국세 세입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세 세입은 총 292조391억 원. 매년 세입이 2%씩 늘어난다고 가정해 계산하면 2057년 세입은 약 314조 원이다. 한 해 거둔 세금과 연금 보험료를 전부 투입해도 국민연금 적자를 메우지 못한다. 

    재정추계는 2088년까지 예측 연금 부족액을 산출했다. 2088년 국민연금 적자액은 총 782조5530억 원. 2020년부터 세입이 매년 2%씩 증가한다면 2088년 국세는 약 334조5300억 원이 걷힌다. 당해 연금 적자액이 걷히는 세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저금리에 공무원 증가, 국가부채 눈덩이처럼 불어나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국민연금 부족분 외에 공무원연금 부족분도 감당해야 한다. 특히 2020년까지 정부는 공무원 채용을 대거 늘릴 계획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퇴직하는 시점인 2052년까지 연금 부족분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추가 채용에 따른 연금 부담은 올해부터 가시화됐다. 지난해 정부 결산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충당부채가 늘었다.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적립 규정에 따라 연금충당부채는 재직 기간이 1년 이상인 공무원을 대상으로 집계된다. 실제로 연금충당부채는 전년 대비 94조1000억 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치다. 이승철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은 올해 4월 정부 결산 사전 브리핑에서 “2017년 신규 채용된 공무원 2만8000명의 몫으로 적립된 연금충당부채가 750억 원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발표대로 신규 채용에 따른 증가분이 750억 원이라면 공무원 인당 연금충당부채는 268만 원 수준. 이들의 승진, 승급 등 임금 상승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30년간 근무한다면 지난 한 해 새로 뽑은 공무원 인당 8036만 원의 연금충당부채가 발생한 셈이다. 

    정부는 2017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공무원 1만2000명을 신규 채용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17만4000명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임금인상을 배제하더라도 이들이 퇴직하는 2052년까지 최소 14조 원의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된다. 

    연금충당부채는 2013년 이후 계속 증가세였다. 집계가 시작된 2014년에는 전년 대비 47조3000억 원 증가했고,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6조3000억 원, 92조7000억 원 늘었다. 이는 할인율 및 물가상승률 때문이다.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한다. 저금리일 때는 이 할인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부채의 현재 가치가 고금리일 때에 비해 커진다. 이를 감안하면 공무원 채용 증대에 대한 비용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관리관은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 적용한 할인율이 2017년에는 3.6%였는데 2018년에는 3.3%로 줄었다. 할인율이 0.3%p 낮아지면서 늘어난 금액이 60조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공무원 증원이 연금충당부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회계 기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당장 계산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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