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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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생산차질, 회복될 수 없는 현저한 손해”… 법원,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제동 

수원지법 “쟁의기간 중 평상시 수준 유지해야”… 정부 긴급조정권 발동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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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6-05-18 14: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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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시스

    삼성전자가 노조의 총파업을 금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상당부분 받아들였다. 5월 21일로 예정된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나온 결정이다. 노조 측은 총파업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노조의 총파업에 일정부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원 “국내 산업 전반 생산성 저하 가능성”

    수원지법 민사31부(부장판사 신우정)는 5월 18일 삼성전자가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낸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반도체 시설 보호와 제품 변질 방지를 위해 필수 인력 운용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재판부는 “채무자들(노조)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어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이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 규모, 주의의무로써 수행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노조가 이를 위반할 경우 1일당 각 노조는 1억 원씩, 주요 노조 간부는 각 1000만 원씩 사측에 지급하도록 했다. 

    법원은 삼성전자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채권자(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채권자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시설 손상 및 원료·제품의 변질 내지 부패로 인한 생산 차질은 자동차·가전·정보통신 등 관련 산업의 생산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국내 산업 전반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위와 같은 손해나 위험은 사후적인 금전배상 등을 통해서는 회복될 수 없는 현저한 손해 내지 급박한 위험”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조 측은 법원 결정 후 입장문을 통해 “노사협상에서 타결을 목표로 성실하게 임하겠다”면서도 “(이번 처분 결정이) 쟁의행위에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며 총파업 강행을 시사했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진행되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노사는 5월 11∼12일 1차 사후조정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5월 15~16일 노사를 순차적으로 만나 중재에 나서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17일 노사 대화를 호소하는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며 추가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쟁점은 2가지다. 우선 성과급의 금액과 관련해 삼성전자 노조는 연봉 50%인 초과이익성과급의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 15%를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초과이익성과급 상한을 유지한 채 영업이익의 10%를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안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노조는 명문화를 통해 고정적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사측은 3년간 지속한 뒤 재논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영업이익 15%는 올해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 300조 원을 고려하면 45조 원으로, 반도체 임직원 평균 5억8000만 원 수준이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5월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간의 2차 사후조정 회의 중 점심 식사를 위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5월 1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간의 2차 사후조정 회의 중 점심 식사를 위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李 대통령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성과급을 두고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자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을 거론하며 엄정 대응을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월 18일 X에 기본권 제한을 언급하면서 전날 김 총리의 긴급조정권 발동 시사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X에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썼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전날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면 정부는 긴급조정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76조에 따르면 정부는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행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에는 긴급조정 결정을 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파업이 30일 동안 금지되고,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노위가 낸 중재안을 받아들여야 한다.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긴급조정권은 1963년 제도 도입 후 제한적으로만 사용돼 왔다. 역대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합 파업, 2005년 아시아나항공 파업, 같은 해 대한항공 파업 등 4차례뿐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행사 시사에 이어 사법부까지 삼성전자에 유리한 결정을 내림으로써 파업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전자 노동조합(노조) 입장에서는 총파업까지 내부 동력과 국민 지지를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조는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현재 진행되는 2차 협상에서 적절한 출구 전략을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길 한국ILO(국제노동기구)협회 회장은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노조의 전면 파업에 제동이 걸렸다”며 “만일 파업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정부가 곧바로 긴급조정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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