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딩을 배워본 적 없는 일반인들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앱) 길일, 드링키지, Pieceful(왼쪽부터). 각 애플리케이션 캡처
광주에서 성형외과 상담실장으로 일하는 김세경 씨(52)의 이야기다. 그는 최근 사주를 기반으로 성형·시술 길일을 추천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한 달 만에 완성했다. 20년 넘게 상담 업무를 해온 그는 고객들이 ‘손 없는 날’을 찾아 시술 날짜를 잡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후 사주, 별자리 운세, 황도궁까지 결합해 개인 맞춤형 길일을 추천하는 기능으로 확장했다. 환자의 복용 약물과 반감기까지 고려하는 옵션도 추가했다. 프로그래밍 지식은 전혀 없었다. 다만 평소 챗GPT를 자주 활용하던 그는 “이런 앱을 만들어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AI 안내에 따라 하나씩 구현해나갔다.
아이디어는 일상에서
김 씨처럼 최근 코딩과 거리가 멀었던 일반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맞춤형 앱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생성형AI와 바이브 코딩(직접 코드를 작성하지 않고, 코딩을 대신해주는 AI에게 말로 지시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이 확산하면서다.“잠금 화면에서 3초 만에 완성되는 우리 아이 성장 기록” “나만의 로컬 맛집 지도나 여행 체크리스트를 완성해보세요” “잠금 화면에서 바로 보이는 메모 앱”…,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 소개 문구들이다. 전문 개발자가 만든 앱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모두 1인 개발자가 만들었다.
이들이 앱을 만든 이유는 대부분 일상에서 느낀 불편이나 개인적 필요 때문이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40대 김모 씨는 연인과의 추억을 기록하려고 앱을 만들었다. “예전에 함께 갔던 장소에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남기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그가 만든 앱에선 지도 위 원하는 위치에 핀을 꽂고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저장한 장소 근처에 도착하면 해당 메모를 알림으로 띄워주는 기능도 구현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동민 씨(28) 역시 원하는 서비스를 찾지 못해 직접 개발에 나섰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처럼 음악에도 별점을 매기고 앨범별로 감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평가 데이터가 쌓이면 개인의 음악 취향을 MBTI처럼 유형화해 캐릭터로 보여주는 앱을 구현했다. 공대를 졸업했지만 코딩을 배운 적은 없으며, 바이브 코딩 플랫폼 레플릿(Replit)을 활용해 비교적 수월하게 개발을 마쳤다고 한다.
직장인 위승주 씨(24)는 와인 입문자들이 겪는 어려움에서 출발했다. 비싼 와인을 샀다가 입맛에 맞지 않아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초심자에게 맞는 와인을 추천하는 앱을 개발했다. 출시까지는 약 한 달 반이 걸렸다. 앱스토어에 올라온 후기도 긍정적이다. “엘레강스함이 상승한 기분이다” “맥주만 마시다가 와인에 입문했는데 친절한 소믈리에 캐릭터가 상담해줘 더 마음에 들었다”고 이용자들은 전했다.
개인 프로젝트로 시작한 앱이 성과를 내는 사례도 있다. 외과 전문의 출신인 김솔 씨는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 앱을 개발했다. 아이를 재운 뒤 하루 두세 시간씩 개발에 투자해 2주 만에 앱을 출시했다. 잠금 화면에서 바로 기록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해당 앱은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며 수익도 창출했다.
유지보수는 어려워도 몰입은 확실
유튜브에는 일반인의 앱 개발 후기와 사용법 안내 영상이 많다. “비전공자가 독학으로 1.5일 개발하고 앱 출시한 후기” “막차 탈 비개발자를 위한 영상” “나는 시민개발자, 코딩 몰라도 AI로 뚝딱” 같은 제목의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앱을 개발해본 비전공자들은 공통적으로 ‘유지보수’를 관건으로 꼽았다. 앱 자체를 만들기는 수월했지만,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김세경 씨는 이를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과 비슷했다”고 표현했다. 오류가 발생해도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워 결국 “오류를 고쳐달라”고만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부분이 함께 수정되거나 중요한 파일이 손상되기도 했다. 김모 씨도 스스로 ‘입 개발자’라고 할 정도로 개발에 몰입했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AI에게 오류 수정을 요청했다가 예상치 못한 기능이 망가지는 일이 생겨 결국 개발자 블로그에 질문을 남기거나 유사 사례를 찾아보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몰입 경험’을 특장점으로 꼽는다. 위 씨는 개발에 몰두해 밤을 새우다 몸살이 날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상상하던 기능을 직접 결과물로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큰 성취감이었다”며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코딩 지식 없는 일반인의 앱 개발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앱스토어 신규 앱 등록 건수는 23만58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정보기술(IT) 자문 회사 가트너는 올해까지 신규 앱 70%가 로우코드·노코드(비전문 개발자가 손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템플릿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개발되고, 2028년에는 전체 기술 제품 80%가 비전문 개발자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윤채원 기자입니다. 눈 크게 뜨고 발로 뛰면서 취재하겠습니다.
11거래일 연속 상승 삼성전기,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 가시권
배달의민족, 음식 사진 AI 음성으로 설명… 시각장애인 접근성 높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