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인간은 겉모습에서부터 다른 동물과 확연히 구별된다. 몸에 비해 지나치게 큰 머리를 갖고 있고 두 발로 걸어다니며, 털이 거의 없고 체구에 비해 상당히 큰 성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정교한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고 지혜를 활용할 줄 알기 때문에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
현재 절정의 문명을 구가하고 있는 인간의 조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간은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오래전 다른 동물들과 섞여서 경쟁하던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아프리카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차드 공화국에서 그에 대한 단서가 발견됐다. 무려 700만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원인(原人)의 두개골 화석이 4년 전 발굴된 것이다. 이 두개골 화석을 3차원으로 복원해 만든 얼굴 모습이 과학잡지 ‘네이처’ 최근호의 표지를 장식하며 발표됐다.
이번에 얼굴 모습이 공개된 두개골 화석은 학계에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라는 학명으로 부르는 원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운 학명 대신 ‘투마이(Toumai)’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투마이는 차드에서 건조기에 태어난 아이에게 붙이는 이름인데, 차드어로 ‘삶의 희망’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차드어로 ‘삶의 희망’
투마이 원인은 원시 인류를 가리키는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도 무려 300만년 이상을 앞선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320만년 전 화석이다. 발굴 당시 루시와 관련된 비틀스 노래가 흘러나와 ‘루시’라고 이름 붙여진 이 화석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로, 인류의 기원을 320만년 전으로 끌어올리는 구실을 했다.
루시 이후 인류의 역사는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냈다. 현생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은 10만~20만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살던 호머 사피엔스인데, 호머 사피엔스와 루시 사이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네메시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어스 등이 고대인류로 거론되고 있다. 50만년 전에 출현한 네안데르탈인의 경우는 한때 현생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거론됐지만 뼛속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루시 이전의 인류 조상은 완전히 베일 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과학계에서는 인류가 원숭이, 침팬지 등의 공동 조상에서 다양한 가지로 나눠지기 시작한 700만~800만년 전을 인류의 실질적인 기원이 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본다.
투마이 원인은 차드의 사헬라 지방에서 프랑스 포이티에르대학 미셸 브뤼네 박사팀에 의해 2001년 발굴됐다. 인류 조상의 기원을 밝히는 단서를 찾기 위해 25년 동안이나 아프리카 사막을 뒤지다 투마이를 발굴한 브뤼네 박사는 연대 측정을 통해 600만년에서 700만년 전 화석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연구 결과를 2002년 ‘네이처’에 발표했다.
투마이의 두개골은 오래되기도 했지만 진화적인 측면에서 침팬지와 인류의 조상이 막 갈라져 나온 시기의 것이어서 더욱 큰 가치를 지닌다. 투마이 원인은 논문을 통해 공개된 뒤, 현재까지 고인류 연구 분야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니얼 리버먼 하버드대학 교수는 “투마이 화석은 고고인류학계에 핵폭탄과 같다”고 평가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투마이가 인류의 직계 조상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투마이는 얼굴 아랫부분과 눈두덩 모습, 송곳니, 이 두께 등을 보면 현생인류와 닮아 있다. 이런 특징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없고 그 뒤에 등장한 호모에렉투스에서나 나타난다. 그러나 두개골 크기는 침팬지에 가깝고, 커다란 앞니와 눈 사이의 넓은 거리는 고릴라에 가깝다.
스위스 주리크어첼대학 크리스토프 졸리코퍼 교수팀은 투마이가 인류 조상의 두개골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3차원적인 복원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일그러진 채 발견됐던 두개골을 컴퓨터를 이용, 압착되지 않은 원래 모습으로 재구성한 뒤 X선 단층촬영 기술로 구멍을 메워 원래 얼굴 모습을 복원했다.
졸리코퍼 교수는 “3차원으로 복원한 결과 척추가 뇌에 들어가는 구멍의 위치가 원숭이보다는 인간에 더 가깝다”면서 “이 점을 보면 투마이는 두 발을 사용하는 양족동물(兩足動物)로 직립해 걸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인류의 조상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인간과 가깝다”는 결론에 즉각 반론 제시
한편 최초 발굴자인 브뤼네 박사팀은 투마이를 찾아낸 장소에서 턱뼈 조각과 치관을 더 발견해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들 화석을 분석해본 결과, 원숭이보다 원인 화석과 더 유사하기 때문에 투마이가 인간에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 논문이 발표되자 투마이가 인류 조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반대 측에서 즉각 이견을 제시했다. 파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의 마틴 픽포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투마이가 두 발로 걸었을 수도 있겠지만, 인류의 조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원숭이와 비슷한 동물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공동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또 다른 동물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또 투마이 화석 두개골의 뒤쪽에 발달한 거대한 목 근육이 네 발로 기어다니는 유인원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도 거대한 목 근육을 갖고 있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투마이 원인이 인류의 조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고인류 연구의 특성상 명백한 증거가 제시되기 힘들기 때문에 학계에서 의견이 정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인간과 침팬지의 게놈을 비교해보면 99%가 동일하다. 불과 1%의 차이로 인간이 되고 침팬지가 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만큼 미묘한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상을 가리는 일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이번 3차원 얼굴 분석을 통해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점이다.
현재 절정의 문명을 구가하고 있는 인간의 조상은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간은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오래전 다른 동물들과 섞여서 경쟁하던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아프리카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차드 공화국에서 그에 대한 단서가 발견됐다. 무려 700만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원인(原人)의 두개골 화석이 4년 전 발굴된 것이다. 이 두개골 화석을 3차원으로 복원해 만든 얼굴 모습이 과학잡지 ‘네이처’ 최근호의 표지를 장식하며 발표됐다.
이번에 얼굴 모습이 공개된 두개골 화석은 학계에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라는 학명으로 부르는 원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려운 학명 대신 ‘투마이(Toumai)’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투마이는 차드에서 건조기에 태어난 아이에게 붙이는 이름인데, 차드어로 ‘삶의 희망’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 차드어로 ‘삶의 희망’
투마이 원인은 원시 인류를 가리키는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도 무려 300만년 이상을 앞선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굴된 320만년 전 화석이다. 발굴 당시 루시와 관련된 비틀스 노래가 흘러나와 ‘루시’라고 이름 붙여진 이 화석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로, 인류의 기원을 320만년 전으로 끌어올리는 구실을 했다.
루시 이후 인류의 역사는 어느 정도 모습을 드러냈다. 현생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은 10만~20만년 전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살던 호머 사피엔스인데, 호머 사피엔스와 루시 사이에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네메시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어스 등이 고대인류로 거론되고 있다. 50만년 전에 출현한 네안데르탈인의 경우는 한때 현생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거론됐지만 뼛속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현생인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루시 이전의 인류 조상은 완전히 베일 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과학계에서는 인류가 원숭이, 침팬지 등의 공동 조상에서 다양한 가지로 나눠지기 시작한 700만~800만년 전을 인류의 실질적인 기원이 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본다.
약 70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이라 추정되는 투마이 원인의 두개골 모습.
투마이의 두개골은 오래되기도 했지만 진화적인 측면에서 침팬지와 인류의 조상이 막 갈라져 나온 시기의 것이어서 더욱 큰 가치를 지닌다. 투마이 원인은 논문을 통해 공개된 뒤, 현재까지 고인류 연구 분야에서 가장 큰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니얼 리버먼 하버드대학 교수는 “투마이 화석은 고고인류학계에 핵폭탄과 같다”고 평가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투마이가 인류의 직계 조상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투마이는 얼굴 아랫부분과 눈두덩 모습, 송곳니, 이 두께 등을 보면 현생인류와 닮아 있다. 이런 특징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없고 그 뒤에 등장한 호모에렉투스에서나 나타난다. 그러나 두개골 크기는 침팬지에 가깝고, 커다란 앞니와 눈 사이의 넓은 거리는 고릴라에 가깝다.
스위스 주리크어첼대학 크리스토프 졸리코퍼 교수팀은 투마이가 인류 조상의 두개골인지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3차원적인 복원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일그러진 채 발견됐던 두개골을 컴퓨터를 이용, 압착되지 않은 원래 모습으로 재구성한 뒤 X선 단층촬영 기술로 구멍을 메워 원래 얼굴 모습을 복원했다.
졸리코퍼 교수는 “3차원으로 복원한 결과 척추가 뇌에 들어가는 구멍의 위치가 원숭이보다는 인간에 더 가깝다”면서 “이 점을 보면 투마이는 두 발을 사용하는 양족동물(兩足動物)로 직립해 걸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인류의 조상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인간과 가깝다”는 결론에 즉각 반론 제시
한편 최초 발굴자인 브뤼네 박사팀은 투마이를 찾아낸 장소에서 턱뼈 조각과 치관을 더 발견해 ‘네이처’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들 화석을 분석해본 결과, 원숭이보다 원인 화석과 더 유사하기 때문에 투마이가 인간에 가깝다고 결론 내렸다. 논문이 발표되자 투마이가 인류 조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반대 측에서 즉각 이견을 제시했다. 파리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의 마틴 픽포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투마이가 두 발로 걸었을 수도 있겠지만, 인류의 조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원숭이와 비슷한 동물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공동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또 다른 동물일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또 투마이 화석 두개골의 뒤쪽에 발달한 거대한 목 근육이 네 발로 기어다니는 유인원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도 거대한 목 근육을 갖고 있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투마이 원인이 인류의 조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고인류 연구의 특성상 명백한 증거가 제시되기 힘들기 때문에 학계에서 의견이 정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인간과 침팬지의 게놈을 비교해보면 99%가 동일하다. 불과 1%의 차이로 인간이 되고 침팬지가 된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만큼 미묘한 차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조상을 가리는 일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이번 3차원 얼굴 분석을 통해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