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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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빛깔 육류를 피하라”

암 발생 70%가 식생활-환경과 밀접…40대엔 매년 정기검사 받아야

  • 민진식 연세의료원 암센터 원장/노재경 연세의료원 종양학과 교수/김주항 연세의료원 종양학과 교수

    입력2006-04-07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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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빛깔 육류를 피하라”
    암 발생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년에 약 10만 명 이상의 암 환자가 새로 생기고 5만명 정도가 암으로 사망한다. 현대인에게 가장 공포를 주는 질병 암. 암에 관한 궁금증 몇 가지를 풀어본다.

    암은 왜 생기나

    ‘암’(cancer)은 고대 희랍어 ‘게’(crab)에서 유래한 말이다. 암이 생기면 게가 여러 개의 발을 펼친 것 같이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한자로 ‘癌’이라고 쓰는 것도 같은 맥락. ‘돌멩이같이 단단한 응어리가 생기는 질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람의 몸에 생기는 종괴(흔히 혹 또는 몽우리)는 의학적으로 양성종괴와 악성종괴로 분류한다. 양성종괴는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지만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커진다. 흔히 암이라고 하는 악성종괴는 암덩어리가 발생한 곳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커지고 주위 정상조직을 침범해 파괴할 뿐아니라 암세포 일부가 떨어져 림프관이나 혈관 등을 통해 다른 곳으로 퍼지기도(전이) 한다.

    전이는 폐 간 심장 신장 등 생명을 지탱하는 장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그 장기의 기능을 저하시켜 생명을 빼앗게 된다.



    암은 손톱 발톱 머리카락을 제외한 우리 몸 어느 곳에서도 생길 수 있는데, 종류는 약 270여개나 된다. 사람의 몸은 약 60억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고 이 세포들은 끊임없이 분열하고 퇴화한다. 이 과정은 특정한 유전자의 지배로 이뤄지는데, 정상세포는 일정한 한계까지 성장하면 성장을 멈추고 죽어간다. 그러나 암세포는 제한없이 계속 분열하고 증식한다. 죽지 않는 것이다.

    동물실험에서는 여러 종류의 발암물질로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사람에게 이런 실험을 할 수는 없지만 연구 결과 근래에 많은 것이 밝혀지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암의 원인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과도한 흡연과 음주, 환경공해, 각종 유해 물질에 대한 반복 노출, 방사선 및 자외선 과다 노출, 바이러스 감염, 나쁜 식생활과 영양상태, 각종 약물 등이 있다.

    실제 흡연과 공해에 의한 폐암, 간염에 의한 간암, 자외선에 의한 피부암 등은 확실하게 인과관계가 밝혀져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에는 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사람의 세포에는 약 10만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 중에는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유전자(oncogene)와 발암유전자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암발생억제 유전자(suppressor oncogene)가 있다. 정상에서는 암발생억제 유전자가 암발생 유전자의 활성화를 제한하기 때문에 암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발암물질 등 어떤 원인에 의해 암발생억제 유전자의 작용이 억제되고 암발생 유전자의 작용이 제한을 넘겨 활성화되면 세포분열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 암세포가 생긴다. 이 암세포의 증식이 계속되면 암이 발생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에 따르면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암의 약 70%는 식생활 생활환경 위생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한다.

    가령 입안에 생기는 구강암은 인도인에게 많은데 씹는 담배를 즐기고 구강위생이 나쁘기 때문이다. 위암은 음식을 짜게 먹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적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국민에게 많이 생긴다. 반면 우유를 많이 먹고 냉장고의 사용이 보편화된 선진국에는 드물게 나타난다.

    육식 등 동물성 지방을 많이 먹고 신선한 야채나 과일, 섬유질 등을 적게 먹는 나라에는 유방암이나 대장-직장암이 많다. 위생관념이 나쁘고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간염이 많은 나라에는 간암이 많다.

    개인위생, 특히 성기의 위생이 좋지 않은 나라에는 자궁경부암의 발생률이 높다. 태양광선, 특히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피부암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흡연과 공기오염이 심한 지방에서는 폐암의 발생률이 높아진다.

    암은 환경적 요인의 영향이 크므로 지역적 특성에 따라 특정암이 더 많이 생기기도 한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석면을 취급하는 곳이나 공기오염이 심한 지역에는 폐암이 많다. 중화학물질 중에는 발암성을 가진 물질이 많기 때문에 이로 인한 암 발생률이 높다. 선진국들이 중화학을 취급하는 공장을 다른 나라에 건설하는 이유도 이런 데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현재까지 발암물질로 알려진 화학물질만도 1000여개에 달하는데, 특정지역에서 어떤 발암물질이 생산되거나 사용되고 있다면 당연히 그 지역에서 특정암의 발생률이 높게 나타난다.

    식생활과 관련, 미국 암협회는 암을 피하려면 쇠고기 양고기 등 붉은 빛깔의 육류와 술은 가급적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며, 암예방 4대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첫째, 과일과 야채, 정제하지 않은 곡식을 많이 섭취하고 둘째, 고지방(高脂昉)식품, 특히 육류를 피하며 셋째, 표준체중을 유지하면서 하루 30분 이상 운동을 하고 넷째, 술을 끊거나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등이다. 특히 육류 중에서도 결장암 전립선암과 관련이 있는 붉은 고기보다는 닭 칠면조 등 가금류와 생선 등 해산물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또한 음주도 유방암 발병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밝히고 50, 60대의 경우 소량의 음주는 심장혈관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으므로 심장병이 암보다 더 우려된다면 적당히 술을 마셔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암의 가장 큰 특징은 그것이 단 한 개의 세포에서 기원한다는 점이다. 한 세포 내의 유전자(DNA)의 변화로 인해 그 세포의 무제한적인 증식이 일어난 것이 암인 것이다.

    암의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에는 종양형성 유전자, 종양억제 유전자, 수리 유전자 등 세 가지가 있다. 세포에 생기는 변화란 돌연변이라 불리는 실제 유전자 배열의 변화가 대부분이지만, DNA 복제시의 착오나 발암물질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암은 유전자 질환이라는 정의가 가능하지만, 이것이 곧 암이 유전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유전자 결함으로 생기는 질병은 약 4000여종이 알려져 있다. 그중 암의 경우 대장암 유방암 난소암 뇌종양 등 5∼10%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암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하더라도 실제 암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후천적인 염색체의 이상이 추가로 필요하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보는 암은 대부분 후천적인 변화 때문에 생긴다고 보면 된다.

    종양학 분야에서 유전자는 진단과 치료에 모두 이용된다. 우선 유전성 암환자를 미리 찾아내 집중적인 검사 등 관리를 함으로써 조기에 진단하는 것이다. 암은 후천적인 질환이지만, 유전적으로 암에 걸리기 쉬운 취약한 유전자를 부모에게 물려받은 경우 대부분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므로 환자의 자녀 중 절반에게 유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병원에서 최근 소화기암 유방암 난소암 뇌종양 등 유전 가능성이 밝혀진 12종류의 암을 유전자 차원에서 진단 및 치료하는 ‘암 유전자클리닉’을 개설했다. 이 클리닉에서는 우선 각 진료과의 의뢰에 따라 유전성 암이 의심되는 환자와 상담을 통해 가계도를 작성한 뒤 가족 중 암이 유전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사람을 ‘고위험군’으로 설정, 암연구소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다.

    그러나 암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유전자를 활용한 암발생 가능성 진단도 생각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유방암이다. 70년대 후반 가족성 유방암의 원인이 BRCA1과 BRCA2라는 두 유전자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여성들은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지를 미리 판단해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들떴다.

    하지만 유방암 발생 확률이 모계뿐 아니라 부계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암발생 가능성을 진단할 때 부계 가족의 병력까지 조사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났다. 또 두 유전자의 돌연변이 형태가 수백 가지나 되며, 두 유전자가 유방암 말고 난소암 췌장암 등의 발생에도 관여하고 남성에게도 영향을 미쳐 전립선암, 남성 유방암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유전적 결함이 있더라도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유전과 상관없이 유방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전체의 90%가 넘는다는 점도 밝혀졌다.

    유전자를 치료에 응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유전자요법이다. 결함유전자를 찾아내 정상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환자 세포의 핵에 넣어 결함유전자를 보충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이다. 1990년 첫시도 이래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이지만 아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유전자의 결함이나 변형이 다단계과정으로 축적되어 나타난 것이 종양이므로 이들 모든 결함을 교정해야 한다는 난제 때문이다. 현재까지 유전자치료의 기술적인 어려움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향후 생명공학의 여러 분야가 협력해야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암치료는 암의 종류와 병의 진행도에 따라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 약물치료, 혹은 이들의 병용요법이 선택된다. 치료는 수개월, 때에 따라서는 수년간 계획에 따라 시행된다. 암의 진행도에 따라 완치를 목표로 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암에 의한 증상을 줄이고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치료가 이뤄지기도 한다.

    (1) 암의 생물학적 치료:‘암세포 단 클론 항체’는 몸안의 암세포만을 인지할 수 있다. 때문에 항체에 항암제, 동위원소나 독소를 붙여 암을 치료하고자 하는 것이다. 면역조절에 관여하는 세포간의 중요한 매개 단백인 ‘사이토킨’은 이미 임상에서 이용중이다. 인터페론(만성백혈병 악성림프종 다발성골수종 등), 인터루킨(악성흑색종 신장암), 조혈성장인자 등이 대표적. 종양백신을 암의 치료와 예방에 이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모든 암연구자들과 임상가들의 오랜 꿈이다.

    (2) 유전자 요법:세포에 있는 암억제 유전자에 병이 생기면 암이 발생한다는 사실과, 병이 생긴 유전자를 정상유전자로 바꾸어 주면 암치료가 가능하다는 가설에서 시작한 유전자요법은 기초연구를 거쳐 임상응용단계까지 발전됐다. 암억제 유전자 또는 암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킬 수 있는 물질을 바이러스 등을 이용해 암세포에 이입시키면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게 된다. 유전자 요법을 이용하여 항암면역반응을 조절하려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3) 암 혈관 형성 억제 인자:암세포가 증식하고 다른 곳으로 전이하기 위해서는 암 혈관이 형성되어야 한다. 이 암 혈관 형성을 억제하면 암치료가 가능하다는 가설에서 암 혈관 형성에 관한 연구 끝에 이러한 가설이 사실로 입증되었고 암 치료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암 혈관 형성 억제인자로는 안지오스타틴과 엔도스타틴이 있다.

    이들을 암세포가 주입된 동물에게 투여했을 때 암 혈관 형성이 강력하게 억제되고 결국에는 암세포를 자라지 못하게 하였다. 새롭게 형성되는 암혈관을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항암제(치료)가 갖는 부작용이 없고 내성이 없다는 것이 특징. 치료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투여해야 하고 치료 뒤에도 유지 투여를 계속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안지오스타틴과 유사한 그린스타틴이 개발되어 연구중에 있기 때문에 암치료에 사용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암치료 둘러싼 속설들

    30~40년 전에는 암이 많이 진행되어 고통이 심할 때가 돼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많이 진행된 암은 근치절제가 불가능해 근치율도 매우 낮았다. 그러나 근래에는 의학이 발달하고 암에 대한 국민의식도 높아져 해마다 조기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 조기암은 근치수술후 완치율이 85~90%가 넘는다.

    어느 정도 진행된 암도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 치료 등을 병합해 치료하면 장기 생존율 내지 근치율이 매우 좋아진다.

    따라서 ‘암은 수술하면 퍼진다’거나 ‘암과 싸우지 말라’는 논의는 근거없는 것이고 생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몇년전 ‘암과 싸우지 말라’고 주장한 일본의 의사가 있었다. 그러나 그 의사는 암전문의가 아니어서 일본의학계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왜 환자들은 여전히 의사들의 말을 듣기보다는 속설에 솔깃해할까. 다름아닌 암에 대한 공포 때문일 것이다.

    암은 발생장기, 병기 등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암의 병리, 생물학적 특성들을 많이 연구한 암 수술 전문의사가 모든 상황을 고려해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므로 환자들은 암과 싸워야 한다. 그리고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암과 싸우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를 통해 전문의료진을 선택하고 의사를 믿어야 한다.

    96년 11월 미국암학회(ACS)는 미국인의 암사망률이 사상 최초로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90~95년의 사망률이 그 전기간에 비해 3.1%나 줄어든 것. 환경공해와 고령인구 증가로 암발생률이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암사망률이 줄어든 이유는 암치료 기술의 발달 덕분.

    학계에서는 암정복을 앞당긴 현대의학의 4대 무기로 외과수술 항암약물요법 방사선치료 면역요법의 네 가지를 든다. 비록 혈관생성억제치료나 유전자치료 등 첨단 암치료법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실험단계에 불과하다. 현실세계에서 아직까지는 이 네 가지 무기들이 암환자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최근 암치료에서는 단독요법보다 4대 무기를 적절히 조합한 복합요법을 쓰고 있다. 수술 전후 항암약물요법, 방사선치료, 면역요법을 덧붙이면 떼어내고 남은 미세잔류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10개 이상의 겨드랑이 림프절까지 암세포가 퍼진 유방암의 경우 수술받더라도 거의 대부분 2년 이내에 재발한다. 그러나 수술후 고용량 항암화학요법과 말초혈액이나 자가골수를 이용한 조혈모세포이식술을 함께 시행하면 완치율이 70% 정도로 늘어난다.

    위암 치료에도 위암절제수술후 항암제를 복합 투여하는 방식을 쓴다. 정교한 수술기법의 도입도 암치료성적을 향상시키는데 한몫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일반외과 노성훈 교수는 “87~94년 암의 전이 통로가 되는 림프절을 철저하게 제거하는 수술과 함께 위암수술을 받은 환자 2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년 평균 생존율이 66.5%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는 외국 유수 병원과 견주어 조금도 손색없는 수준이라는 것.

    수술에 비해 보조치료수단 정도로 여겨졌던 항암약물요법과 방사선치료도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급성백혈병과 고환암, 악성림프종 등 10여종의 암은 항암약물요법의 등장으로 100% 완치가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외국 항암제를 복사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으나 최근 들어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제약회사 연구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 기존 항암제의 유도체를 합성하여 보다 우수한 항암제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다.

    방사선치료는 뇌암이나 두경부암 치료에 큰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자생물학적 방법으로 미세잔류 암세포까지 뿌리뽑을 수 있기 전까지는 외과수술 등 기존 암치료에 충실한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암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암의 발생과 암으로 인한 사망이 증가하는 추세다.

    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많이 진행된 뒤에야 감지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 미국 암협회에서는 암을 의심할 수 있는 초기 증상으로 다음 7가지 암 조기경보를 계몽하고 있다. 각자가 주의를 기울여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① 대변이나 소변을 볼 때 이상이 있는 경우

    ② 부스럼이나 궤양이 잘 낫지 않을 때

    ③ 비정상적인 출혈이나 분비물이 생길 때

    ④ 유방이나 기타 몸에 멍울이 만져질 때

    ⑤ 소화 불량이나 음식물을 삼키는 것이 불편할 때

    ⑥ 사마귀나 반점이 급히 커질 때

    ⑦ 기침이 계속 나거나 목소리가 쉴 때

    ●`부위별 조기진단 방법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와 미국 암협회 등에서는 암과 관련된 검진을 20∼40세는 3년마다, 40세 이상은 매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검진에 포함되는 항목은 건강상담과, 갑상선 후두 피부 림프결절 고환 난소 등의 암에 대한 검진 및 개인별로 필요에 따른 검사 등이다(표 참조). 각자의 형편에 맞는 정기적인 검진이 암의 조기진단에서 가장 중요하다.

    사소한 증상이라도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암의 조기진단에서 가장 중요하다.

    1) 위암

    우리나라에 제일 많은 위암의 경우 조기에 발견만 하면 수술로 90%의 완치율을 보인다. 본인이 유의만 하면 조기발견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40세 이상에서 특히 명치끝이 불편하고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으면 한 번은 꼭 위장사진이나 위 내시경검사를 받아 위암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화장애가 있으면 약국에서 소화제를 구입, 몇 달씩 복용하고는 암이 다 퍼진 다음에야 병원에 오기 때문에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에서는 나라에서 무료로 내시경검사를 정기적으로 해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조기에 위암을 발견해 완치율이 대단히 높다. 위암뿐만 아니고 모든 종류의 암이 조기에 발견되면 치료가 쉽고 완치율이 높다.

    2) 대장암 및 직장암

    대장암 및 직장암의 경우, 50% 정도는 항문에서 가까운 직장 및 S자 결장에 생긴다. 이런 경우는 직장 수지검사(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직장의 이상을 조사하는 검사) 및 내시경 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경우,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배변 습관에 이상이 생기면 치질이나 소화 장애로 생각하고 특별한 검사 없이 지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전문 병원을 방문하여 간단한 검사로 조기에 암을 발견하면 근치가 가능하다.

    미국 암협회에서는 대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40세 이상 사람에서는 의사를 방문하여 직장 수지검사, 내시경 검사 및 대변 잠혈검사(대변 내 미량의 출혈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를 매년 한 번씩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3) 유방암

    유방암의 경우 암이 발생해도 조기에 발견해 암 덩어리만 떼어내면 완치가 가능하다.

    그래서 무엇보다 여성 자신이 매달 월경이 끝난 다음 자기가 유방을 만져보아 멍울이 의심되면 즉시 전문의사를 찾아가서 정밀 진찰을 받도록 하여야 한다. 멍울이 만져진다고 모두 암은 아니다. 약 5~10%만이 암이며 나머지는 양성 혹이다. 또 유두에서 피가 나오고 유두 주위에 습진이 생기며 유방에 함몰된 부위가 있으면 일단 유방암을 의심하고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50세 이상 여성에서는 매년 암 전문의사를 방문하여 세밀히 진찰하고 유방 촬영을 함으로써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조기에 발견된 유방암의 경우는 한쪽 유방을 다 절제하지 않고 암덩어리만 떼어내고 방사선 치료를 함으로써 완치가 가능하다.

    4) 자궁 경부암

    자궁암은 1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에서 나오는 분비물로 세포 검사를 받으면 예방할 수 있다. 월경이 아닌 때에 출혈이 있거나, 또 냉에서 냄새가 몹시 나면 병원에 가서 정밀 진찰을 받아야 한다. 정기적인 자궁 세포 검사를 1년에 한 번씩 받으면 자궁암 전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어 예방이 가능하고, 이미 자궁암이 되었다 하더라도 초기에 치료하면 100% 완치가 된다.

    5) 폐암

    최근 흡연과 관련해 늘고 있는 폐암은 금연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음이 밝혀져 있다. 40세 이상, 특히 흡연자의 경우 매년 흉부방사선 촬영으로 폐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

    우리가 받는 건강검진 항목을 보면 종양혈청검사 또는 종양표지자 검사라는 항목이 있다. 혈액으로 암발생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일까?

    주로 하는 종양표지자 검사로는 알파태아성단백(-FP), 태아성암항원(CEA), 전립선암(PSA) 검사가 있다. 많은 암검사 중 왜 이 검사들만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암이 무서운 질병이긴 하지만 세상에 알려진 270여종의 암검사를 다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환자들이 지불하는 비용대비효과를 따져볼 때도 권할 만하지 않다.

    검사 결과도 절대적인 게 아니라 그러한 위험이 높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 종양표지자는 ① 암발생 가능성이 높은 개인의 검색 ② 암의 진단 ③ 암치료 효과의 모니터링 ④ 암 재발의 조기발견 ⑤ 종양표지자에 대한 방사능 동위원소 부착 항체를 이용한 전이병소의 면역학적 검색 등에 이용될 수 있다.

    ●`CEA(암태아성 단백항원) 검사

    대장암은 물론, 위암 췌장암 등 주로 소화기계 암과 폐암환자의 경우 검사치가 상승한다. 대장암 췌장암 간암 폐암 담도암 위암 신부전 등의 검진에 사용된다.

    ●`Ca125 검사

    난소암은 암이 전이됐을 때만 증상이 드러난다. 이러한 난소암의 80% 이상에서 Ca125가 일정치 이상 검출되므로 난소암 조기발견에 활용할 수 있다.

    ●`AFP 검사

    AFP는 간세포가 암화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생성되는 당단백이다. 원발성 간암, 간염, 간경변 등의 발견과 치료경과 관찰에 이용된다.

    ●`PAP 검사, PSA 검사

    전립선암, 전립선 비대, 신장암 방광암 등에서 정상치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조직 세포 검사

    각 장기의 양성-악성 종양을 검사하기 위해 직접적인 생체검사를 통해 최종진단을 내린다. 위나 폐, 대장의 경우는 내시경을 통해 병변부 일부를 채취하고 간의 경우 복부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복강경을 삽입해 채취한다. 세포검사는 자궁이나 장, 심장, 피부 등에 대해서도 시행된다.

    ‘암 예방’ 14가지 권장사항



    대한암학회에서는 ‘암 예방을 위한 열네 가지 권장사항’을 정해 건전한 생활을 유도하고 있다.

    1) 편식을 피하고 영양분을 골고루 균형있게 섭취한다.

    2) 황록색 야채를 주로 한 과일 및 곡물 등 섬유질을 많이 섭취한다.

    3) 우유와 된장국의 섭취를 권장한다.

    4) 비타민 A, C, E를 적당량 섭취한다.

    5) 이상체중을 유지하기 위하여 과식하지 말고 지방분을 적게 먹는다.

    6) 너무 짜고 매운 음식과 너무 뜨거운 음식은 피한다.

    7) 불에 직접 태우거나 훈제한 생선이나 고기는 피한다.

    8) 곰팡이가 생기거나 부패한 음식은 피한다.

    9) 술은 과음하거나 자주 마시지 않는다.

    10) 담배는 금한다.

    11) 태양광선, 특히 자외선에 과다하게 노출하지 않는다.

    12) 땀이 날 정도의 적당한 운동을 하되 과로는 피한다.

    13) 스트레스를 피하고 기쁜 마음으로 생활한다.

    14) 목욕이나 샤워를 자주하여 몸을 청결하게 한다.


    12세기 중엽 ‘암’ 용어 등장… 이전엔 적취-종 등으로 표현

    최초 근대식 의료기관인 광혜원에도 ‘종양’분류 145건 보고서


    흔히 현대병으로 알려진 암은 옛날엔 전혀 없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암=현대병, 공해병’이라는 도식이 꼭 맞는 말은 아닌 것 같다. 옛 문헌을 보면 우리 선조들도 알려지지 않은 암들로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1885년 4월10일 문을 연 우리나라 최고의 서양의료기관 제중원의 ‘제중원 1차연도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의료기관인 광혜원이 1885년 4월10일부터 1886년 4월10일까지 1년간 진료한 환자 1만460명의 기록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광혜원 최초의 입원환자이자 최초의 수술환자는 12년간 다리에 흐르는 고름으로 고생을 겪어왔던 환자. 당시 유행하던 학질환자 등에 관한 치료기록과 소견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알렌 박사가 진찰하면서 남긴 기록에서 종양(tumor)으로 분류된 것은 총 145례. 하지만 굴뚝청소부암(예전에 굴뚝 청소부들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굴뚝 내의 그을음(타르)이 암을 일으키는 것), 안면 상피종 12례, 비강폴립 33례를 비롯해 분류된 암은 55례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례는 미분류종양으로 돼 있다.

    한의학에서는 12세기 중엽의 ‘위경보서’라는 책에 암(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암과 유사한 증상을 적취(積聚), 종(腫), 창(脹), 영류(긿), 징가(긿), 옹(癰)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보아 암은 지금보다 그 발생빈도가 낮았겠지만 인류와 함께 해온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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