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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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자랑한 北 최신 자주포·전차, 실전 투입 어려운 ‘장식용’

포신 결함 탓에 폭발 가능성 상존… 짝퉁 폭발반응장갑도 방어력 취약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4-03-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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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신형 전차를 조종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신형 전차를 조종하고 있다. [뉴스1]

    북한은 세계 최빈국이면서도 불법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국제사회에서 골칫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급사 후 갑작스레 권력을 잡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아버지 때와 달리 북한이 ‘정상국가’인 양 행세하고 있다. 경제 회복으로 주민 생활이 안정화됐다고 선전하는 한편, 핵무장 완성과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 덕에 ‘강성대국’을 이룩했다고도 주장한다. 최근 북한은 열병식과 무장장비전시회를 통해 여러 최신 무기를 공개했다. 이는 한미연합군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도 있지만, 김정은 체제의 치적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선전 목적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이 최근 선보인 재래식 무기는 그들 주장처럼 ‘세계에서 가장 위력한 무기’일까.

    북한의 ‘가장 위력한 무기’

    북한의 ‘주체107년식 자행형 곡사포’. [뉴스1]

    북한의 ‘주체107년식 자행형 곡사포’. [뉴스1]

    북한은 3월 7일 김 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서울을 겨냥한 ‘장거리 포병 구분대 포탄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이 훈련에 동원된 것이 최신형 자주포 ‘주체107년식 자행형 곡사포’(주체107년식)다. 주체107년식은 2018년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했다. 한미 당국은 ‘M-2018 자주포’라는 분류명을 부여했는데, 기존 북한제 포병 무기와 달리 현대적이고 수려한 외관으로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선 그 모습이 한국 K-9 자주포와 비슷하다고 해서 ‘NK-9’이라는 별칭을 붙였을 정도다. 주체107년식은 외형만 보면 세계 각국 최신형 자주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차체는 기존 북한 자주포에 비해 대형화됐고, 주포 역시 긴 사거리를 내기 위한 장포신(長砲身) 모델이 채택됐다. 전면에 장갑재로 보호되는 밀폐형 전투실을 갖추고, 각종 전자장비가 설치된 흔적도 눈에 띈다.

    북한은 이번 장거리 포병 구분대 포탄 사격훈련의 목적이 유사시 서울을 타격하기 위한 장사정 포병의 전투 능력 검증이라고 밝혔다. 주체107년식이 전방 포병 진지에서 서울을 타격할 수 있는 40㎞ 이상 사거리를 갖췄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자면 북한 신형 자주포가 한국 K-9 자주포와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는 뜻이다. 북한이 K-9급 자주포를 보유했다면 한국으로선 끔찍한 일이다. K-9은 세계 최정상급 자주포로 평가된다. 기존 곡사포의 2~3배 속도로 장거리 포탄을 쏟아붓고, 자동화된 사격통제·방열 시스템 덕에 수시로 위치를 옮겨 적 대포병 사격을 피할 수 있다. 북한이 이와 비슷한 수준의 화포를 대량 배치한다면 한국군의 대(對)화력전은 더욱 힘들어질 테고, 그만큼 유사시 수도권 피해도 커질 것이다.

    北 자주포 흰 연기, 포신 결함 방증

    북한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 3월 7일 포탄 사격훈련을 상세히 보도하며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이 과정에서 주체107년식 자주포의 실제 성능이 들통날 만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열병식 퍼레이드만 했으면 들킬 일이 없었는데, 실제 포탄 사격 장면을 공개하는 바람에 이 자주포가 실전 배치용 무기로는 ‘꽝’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버린 것이다.

    주체107년식에는 자주포라면 대부분 있는 차체 후방 출입문이 없었다. 이 자주포가 전차 차체를 전용(轉用)해 급히 개발됐을 개연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주포 차체 후방 출입문이 없다면 승무원이 타고 내릴 때 포탑 위로 기어 올라가 비좁은 해치로 자기 몸은 물론, 군장류를 차 안으로 욱여넣어야 한다. 포탄과 장약을 적재할 때 40㎏에 육박하는 무거운 탄약도 포탑 해치를 통해 넣어야 한다. 대개 자주포 내부에는 탄약 30~50발을 싣는다. 후방 출입문이 없는 북한 자주포의 승무원들은 탄약을 싣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져 전투 임무 수행이 어려울 것이다.



    주체107년식의 주포에서도 심각한 결함이 발견됐다. 북한이 공개한 사격 당시 사진을 보면 일부 자주포의 포신 중앙 부분 배연기에서 흰색 연기가 새어 나온다. 배연기는 주포를 사격했을 때 포구 전방으로 다 빠져나가지 않고 포신에 머무는 잔여 가스가 전투실로 들어오지 않도록 해주는 장치다. 북한은 주체107년식 자주포에 50구경장(口徑長: 총포 구경 단위로 나타낸 총포신 길이) 이상으로 추정되는 장포신 주포를 채택했다. 그렇다면 긴 사거리를 내고자 대량의 추진 가스가 발생하는 고장약(高裝藥)을 사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포신 길이를 키우고 높은 위력의 장약을 사용해도 포신 중간에서 가스가 새면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평평한 책상에 구슬을 하나 올려놓고, 빨대로 바람을 불어 밀어낸다고 해보자. 만약 빨대 중간에서 바람이 샌다면 구슬을 멀리 보내기 어렵다. 화포도 마찬가지다. 포신에 약간의 틈이라도 있으면 포탄을 제대로 쏠 수 없을 뿐 아니라, 추진 가스가 순간적으로 쏠려 폭발할 수도 있다.

    주체107년식 배연기에서 발생한 연기는 이 자주포가 포탄 사격 중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폭발하지 않고 포탄을 쏘더라도 배연기에서 발생한 추진 가스 손실로 멀리 날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북한의 낙후된 산업 인프라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고장약 발사를 견딜 수 있는 고품질 합금을 제작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이다. 북한 신형 자주포는 내구성 부족 탓에 서울 포격은 고사하고 실전에 투입하기 어려운 ‘장식용’일 공산이 크다.

    북한이 3월 13일 ‘땅크병 대련합부대 간의 대항훈련경기’에서 공개한 신형 전차도 실전성이 없는 장식용 무기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군대가 세계에서 제일 위력한 땅크(탱크)를 장비하게 되는 것은 크게 자부할 만한 일”이라며 이 신형 전차를 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전차를 선전하는 과정에서도 몇 가지 중대한 결함을 노출했다.

    한국 육군 K9 자주포의 실사격 훈련 모습.  [동아DB]

    한국 육군 K9 자주포의 실사격 훈련 모습. [동아DB]

    中 불법 복제판을 또 모방한 전차 활강포

    해당 신형 전차는 북한군이 보유한 것 가운데 구경이 가장 큰 125㎜ 활강포를 주포로 채택했다. 125㎜ 활강포는 러시아제 2A46 혹은 중국제 불법 복제판인 ZPT-98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2A46 계열 활강포는 서방의 120㎜ 활강포보다 구경은 크지만, 구조적 한계 때문에 위력은 크게 떨어진다. 보통 전차 대 전차의 싸움에선 두꺼운 장갑을 뚫기 위해 철갑탄을 사용한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 통칭 ‘날탄’으로 불리는 이 철갑탄은 기다란 화살처럼 생긴 관통자를 날려 운동에너지만으로 적 장갑을 관통한다. 이때 관통력을 높이려면 포탄 속도를 최대한 빠르게 하되, 밀도는 높고 질량은 무거워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의 120㎜ 활강포는 탄두와 추진 장약이 일체형이다. 긴 관통자를 추진 장약을 담은 외피가 감싸는 형태라서 관통자도 1m 정도로 길게 만들 수 있다. 반면 러시아제 125㎜ 활강포는 탄두와 추진 장약 분리형으로 약실 크기가 제약돼 관통자 길이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관통자의 질량을 키울 수 없다면 강력한 추진 장약으로 포탄을 최대한 빠르게 쏴서 속도 에너지를 높여야 한다. 대단히 높은 수준의 포신 가공 기술이 필수다. 포신이 약하면 추진 장약의 폭발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주포가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1600~1800m/s 수준의 포구 초속을 낼 수 있는 주포 제작 기술을 가진 나라는 한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정도다. 결론적으로 북한 전차의 주포는 분리 장전 방식의 탄약을 사용하고 포신 가공 기술이 떨어져 높은 포구 초속을 낼 수 없다. 한국군 K2는 물론, K1 계열 전차도 파괴하기 어렵다. 북한이 이 전차 측면에 ‘불새’ 대전차 미사일 발사기를 달아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포 공격력이 형편없으니, 미사일로 부족한 화력을 만회하려는 시도다.

    한국 육군 K2 전차의 기동 훈련 모습. [동아DB]

    한국 육군 K2 전차의 기동 훈련 모습. [동아DB]

    북한 신형 전차의 방어력도 엉망일 가능성이 크다. M-2020 전차는 옛 소련이 개발했다가 폐기한 ‘드로즈드’를 참고해 만든 능동방어장치(APS)를 장착하고 있다. 이 APS의 요격탄 발사기가 포탑 전면과 측면에 끼워진 형태로 설치돼 있다. 일반적으로 APS는 소형 요격탄 발사기를 포탑 상부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장착된다. 그런데 북한은 포탑 전면과 측면의 주장갑판 사이에 별도 공간을 만들어 요격탄 발사기를 끼워 넣었다. 두꺼운 장갑판이 있어야 할 공간에 요격탄 발사기를 설치한 것인데, 이 경우 방어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최초 등장했을 때는 없던 폭발반응장갑 블록을 포탑 전면과 측면에 덕지덕지 붙였다. 그마저도 러시아의 구형 폭발반응장갑 ‘콘탁트-5’의 모방형으로 보인다. 구형 대전차 무기는 몰라도 한국군 전차가 쏘는 철갑탄이나 신형 대전차 미사일 ‘현궁’은 막을 수 없다.

    北 신형 자주포·전차 수량 10대 안팎

    북한의 주체107년식 자주포나 M-2020 전차는 처음 존재가 알려지고 5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생산 물량이 각각 10대를 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시제품에 불과한 이들 장비를 북한 당국이 요란하게 선전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 장비가 실제 전투용이라기보다 치적 선전을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들 신형 자주포와 전차를 개발해 시제품 각각 10여 대를 생산하는 데 최소 수천만 달러를 썼을 것이다. 그 돈으로 차라리 식량을 사서 주민들을 구제하는 게 치적 선전에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북한 지도부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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