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국정원 개혁안’ 소리만 요란?

입법부가 통제 제도적 틀 강화 큰 의의…보안 이유로 자료 제출 거부는 여전할 듯

  • 부승찬 연세대 북한연구원 연구원 baramy1001@naver.com

    입력2014-01-06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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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국정원 개혁안’ 소리만 요란?

    2013년 12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정보원 개혁특위 주관으로 국회 정보위원회 제도 개선 방안, 국가정보원 예산의 민주적 통제 방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2013년 마지막 날 여야의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관련 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국정원 개혁특위는 법과 규정 외에 국정원 정보관이 국가기관이나 정당, 언론사에 상시 출입하는 일을 금지하고, 국회 정보위원회를 전임 상임위원회로 변경하는 등 총 7개 사항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마련했다. 여야 대표가 국정원 개혁특위 설치에 합의한 지 28일 만에 타결된 이번 개혁안은 그동안 ‘국가안보’와 ‘비밀성’이라는 이유로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간주되던 국정원에 대해 입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처치위원회 구성과 활동

    그러나 개혁안의 세부사항을 꼼꼼히 살펴보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해외 주요 국가 의회가 정보기관에 대해 갖는 감시 및 통제 권한 수준과 비교해볼 때 한층 뚜렷이 드러난다. 그러한 한계는 개혁안 준비과정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닉슨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라는 미명하에 중앙정보국(CIA)이 저지른 국내 불법사찰 활동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화하자 의회가 1975년 프랭크 처치 상원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15개월 동안 정보기관의 불법 정보활동을 조사하고 14개에 달하는 결과보고서를 작성했다. 후폭풍은 대단했다. 76년 에드워드 레비 당시 법무부 장관은 연방수사국(FBI)의 범죄수사 외 수사활동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공표했고, 78년에는 정보기관의 국내 정보활동을 제한하는 해외정보감시법(FISA)이 제정됐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뤄진 논의가 정부 각 영역을 망라한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개혁안은 초보적 수준이긴 하지만, 이를 통해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실질적인 통제 기반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정원의 예산 심사와 승인에 있어 국회 권한이 이전보다 크게 강화됐다는 점이다. 다른 국가기관이 예산안 제출과 심사, 회계감사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감사원, 국회의 통제하에 있는 것과 달리, 그동안 국정원은 예산 자체가 ‘기밀사항’으로 분류돼 사실상 어느 기관의 통제도 받지 않았고, 국회 정보위원회 예산심사도 요식적인 행정 처리 수준이었다. 예산 역시 총액으로 기획재정부에 요구하고 다른 기관에 계상할 수 있는 특례규정을 둬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번 개혁안은 예산안 제출을 총액 기준에서 세출예산의 세부설명서 제출 방식으로 개정하고 기존 특례규정을 삭제함으로써 국회에 한층 강화된 예산심사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기밀사항이라는 이유로 세출예산 세부자료를 거부할 경우 이를 제약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하지 않았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국회에서 정보기관의 예산심사와 승인 권한을 가진 국가는 많지 않아서, 세계적으로도 정보기관에 대한 입법부의 세부 예산 통제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보안을 이유로 정보기관의 세부 활동사항을 의회 통제권 밖에 둬야 한다는 논리는 미국 사례만 놓고 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예컨대 미국 정보감시법은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에 대해서조차 의회에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보고 의무를 강제한다. 2008년 딕 체니 전 부통령이 알카에다 수뇌부 암살을 노리는 CIA 비밀 공작팀을 운영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직후, 부시 행정부는 이러한 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 등 의회 지도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전면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우여곡절 ‘국정원 개혁안’ 소리만 요란?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앞줄)을 비롯한 국가정보원 수뇌부가 2013년 12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다. 뒷줄 왼쪽부터 이헌수 기획조정실장, 한기범 1차장, 서천호 2차장, 김규석 3차장.

    비밀공작 보고받는 ‘8인의 갱’

    이번에 통과된 국정원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앞으로 국정원장은 국회에서 예산 결산 심사, 안건 심사, 감사원의 감사가 있을 때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답변해야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국회가 비밀에 대해 포괄적인 권한을 갖고 접근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는 국정원법 제13조 1항 ‘국정원장은 국가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밀사항에 한하여 그 사유를 소명하고 자료의 제출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이나 3항 ‘국정원장은 국가기밀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자료와 증언 또는 답변에 대하여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내용과 상충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국정원 측 해석이나 판단에 따라 비밀 제공이 제한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경우처럼 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정보위원회 구성원이 정보기관에서 제공한 비밀정보를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사태가 지속되면, 국정원은 기밀보호를 명목으로 자료 제출이나 답변을 더욱 꺼릴 개연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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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이번 개혁안은 그간 국정원이 감사원의 회계감사나 직무감찰을 받지 않고 원장이 직접 회계감사를 해왔던 관례를 깨고, 감사원에 의한 감사를 추진한다고 규정한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국정원은 정보위원회와 더불어 감사원에도 비밀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국정원과 감사원이 가진 현실적 위상 차이를 감안하면 이러한 일이 실제로 가능하리라 믿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미국 역시 보안 유지를 위해 비밀공작 활동의 보고 대상을 ‘8인의 갱(Gang of Eight)’이라고 부르는 민주당과 공화당의 상하원 지도부, 양원 정보위원장과 소수당 간사로 제한한다는 점이다. 의회가 정보기관의 예산과 활동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려면 먼저 의회 구성원의 전문성과 비밀 준수 의지가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예컨대 미국은 상원과 하원에 각각 구성된 정보위원회에 각 정당별로 세출위원회, 군사위원회, 외교위원회, 법사위원회 소속 의원이 최소 1명 이상 포함되도록 규정함으로써 정보위원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독일의 경우도 하원 내 의회통제위원회, 특별예산위원회, 기본법10조위원회 등 3개 위원회가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를 담당한다. 정보기관 업무 전반을 관할하는 의회통제위원회는 내무 및 법사위원회 소속 중진의원 가운데 선임하는 것이 관례고, 우편 검열과 통신 감청에 관한 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기본법10조위원회는 법관 자격을 지닌 민간인 3명으로 구성된 원외 심의회를 별도로 운영해 전문성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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