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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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핵무장, 한국 생존과 번영에 꼭 필요한 무력 수단

첫걸음은 미국이 원하는 적극적인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2024-07-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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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러시아가 유사시 군사 개입 조항이 명시된 사실상의 군사 동맹을 체결하고, 북한이 ‘다탄두 방식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서는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선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공병대 중심의 병력을 파병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한다.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무기를 완제품이나 기술 지원 형태로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5월 17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에 나섰다. [뉴시스]

    5월 17일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새로운 자치유도항법체계를 도입한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사격에 나섰다. [뉴시스]

    한국 외교에 ‘북·러 동맹’으로 답한 러시아

    북·러 동맹 체결에 한국 정부는 즉각 반발 메시지를 냈지만 두 나라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은 북한을 침공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한국에 문제될 것이 무엇인가”라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다. 크렘린궁은 물론 러시아 외교부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이 북·러 동맹에 대응 조치를 취할 경우 보복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큰 틀에서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서방 입장에 동조해온 한국을 ‘비(非)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다만 다른 서방 국가들에 그랬던 것처럼 높은 수위 위협은 자제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적극 지원한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미국과 나토, 우크라이나의 간곡한 요청에도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동맹과 우방의 요청을 거부하더라도 러시아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한국 외교 기조에 푸틴 대통령은 북·러 동맹으로 응답했다. 한국이 중립적 태도를 취하면 러시아도 그럴 것이라고 낙관한 한국 정부의 외교적 판단이 결과적으로 틀린 셈이다. 한국 정부는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할 때까지도 북·러 동맹 체결 가능성을 애써 무시했다. 잘못된 정세 분석과 외교정책 실패, 그 결과로 심화된 안보 위기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북·러 동맹의 심각성을 인지한 미국의 움직임은 바빠지고 있다. 6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국무부 2인자인 커트 캠벨 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과 브렛 홈그렌 미 국무부 정보조사담당 차관보가 ‘한미 외교정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MOU는 5월 조직 개편으로 외교부에 신설된 외교전략정보본부 산하 외교정보기획국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미 국무부 산하 최정예 정보조직인 정보조사국(INR)이 카운터파트다. INR은 다른 정보기관에 비해 직원 수와 예산은 적지만 정보 분석 능력에선 중앙정보국(CIA)이나 국방정보국(DIA)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각국 정보를 수집·분석해 국무부의 정책 수립을 지원하는 게 INR의 주된 임무다. 미국이 INR을 통해 한국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데는 한국 외교안보 라인의 정세 판단 능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사진)을 접견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사진)을 접견했다. [뉴시스]

    ‌여기서 나아가 미국은 연방정부 최고 정보책임자도 한국에 급파했다. 미국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정보공동체(IC)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비공개 일정으로 용산을 방문한 것이다. 헤인스 국장은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했는데, 대통령실과 미국 DNI는 이번 면담에서 어떤 주제가 다뤄졌는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만큼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 논의됐을 개연성이 크다. DNI 국장은 모든 정보기관이 올린 보고서들을 취합해 대통령에게 일일 정보 브리핑을 하는 미 정보 업무 최고책임자다. 미국이 INR을 동원해 한국 외교부의 정보 업무를 돕겠다고 나선 데 이어, DNI 국장을 보내 국가정보원장도 아닌 대통령을 직접 면담한 게 의미심장하다. 현 국제 정세,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국력집합동맹’ 시대

    양국의 비공개 방침에 따라 윤 대통령과 헤인스 국장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공식적으로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최근 국제 정세를 감안하면 이번 면담에서 다룬 문제가 러시아·북한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상당수 국내 언론은 미국이 한국 측에 “서방 진영과 협력을 강화하고 ‘성의 표시’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라”고 요구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 국제사회에서 ‘동맹’ 개념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미동맹이나 나토는 태생부터 ‘자치안보교환(Security-autonomy trade-off)’ 성격의 동맹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초강대국 미국이 내정에 어느 정도 간섭하는 대신 동맹국을 보호해주는 개념이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동맹 질서는 ‘국력집합동맹(Capability aggregation)’ 성격으로 달라졌다. 동맹 간 공통 이익과 가치관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협력하는 방식이다. 자치안보교환동맹에선 구심점인 미국 역할이 핵심적이었다. 그에 비해 국력집합동맹에선 동맹을 구성하는 각 회원국의 역할이 과거보다 중요하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예전보다 적극적이고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것도, 나토와 일본, 호주 등이 급격히 군비 투자를 확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 공군 B-52H 전략폭격기. [미 공군 제공]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 공군 B-52H 전략폭격기. [미 공군 제공]

    ‌한국은 미국과 나토가 중심이 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진영의 일원이자 책임 있는 중견 국가로서 역할을 거의 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이 다가올 거대한 전쟁에 대비해 국방비를 증액하고 재무장에 나섰지만, 한국은 여기에도 관심이 거의 없다. 서방 각국이 러시아·중국 등 반대 진영과 디커플링을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그들 나라와 관계 개선을 추진하며 같은 진영 우방들과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미 국무부가 한국 외교부에 INR을 붙여 도움을 주려는 것이나, DNI 국장이 윤 대통령을 만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간 것은 이 같은 한국의 전략적 오판을 바로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피아식별 똑바로 하고 적과 싸울 준비를 하라”는 압박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유럽 각국 정부의 고위 관료와 정보·군 기관은 지난해 말부터 “향후 수년 내로 러시아와 전면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냈다. 미국과 아시아 각국 고위급 인사는 물론, 여러 싱크탱크도 “2027년을 전후해 중국의 대만 침공, 이에 맞춘 북한의 대남 공격이 있을 것”이라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유럽은 전반적인 국력에서 러시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위에 있다. 미국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나라는 물론, 자체 핵무기를 가진 강대국들도 있다. 대다수 국가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으로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나토 집단방위체제에서 소임을 다할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즉 러시아와 전면전이 벌어져도 맞서 싸울 힘과 결속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북·중·러에 맞설 재래식 군사력 부족

    미국 신형 전술핵폭탄 B61-12 시험 투하 모습. [미 샌디아국립연구소 제공]

    미국 신형 전술핵폭탄 B61-12 시험 투하 모습. [미 샌디아국립연구소 제공]

    하지만 한국이 처한 상황은 많이 다르다. 한국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데다, 이들 적성국가와 물리적 거리도 매우 가깝다. 전반적인 국력 수준은 준수한 편이지만 군사력은 안보 위협의 심각성에 비해 대단히 취약하다. 무엇보다 핵무기를 쥔 북·중·러와 달리 자체 보유한 핵무기는 물론, 동맹국과 공유하는 핵무기조차 없다. 나토처럼 공동의 적과 싸울 의지를 지닌 이웃 동맹국도 없다. 한국 조야(朝野)부터가 미국이 북·중·러와 충돌할 때 한반도 영토 밖에서 함께 싸울 의지와 능력이 없다. 북·중·러가 한국을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고압적 태도로 하대(下待)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2021년 6월 11일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북·중 동맹을 새롭게 정의했을 때 달라진 안보 환경에 맞춰 대외전략을 완전히 새로 짰어야 한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합동전략순찰’ 명목으로 한반도를 포위하는 무력시위를 시작했을 때도 한국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 후 한국은 3년을 허비했고 이제 북·러 동맹이 탄생함으로써 사실상 북·중·러 삼각동맹체제가 완성됐다. 그럼에도 한국 외교안보 라인에선 “북·러 동맹은 당장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진 일시적 협력체제” “북·러 밀착으로 북·중, 중·러 관계가 악화됐다”는 오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북·러 동맹 체결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달라진 안보 정세를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대외전략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자체 군비 증강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사령부 구성국, 자유민주주의 진영 우방국이 한국을 진정한 동맹으로 인식하고 한반도 유사시에 함께 싸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도 이 같은 대외전략 수정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돼야 한다. 군사력 건설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오랫동안 실질적인 군비 증강에 소홀했던 한국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한 북·중·러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군비를 곧장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재래식 군비 증강을 진행하는 동시에 유사시 우리 의지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최소 규모라도 확보해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 자체 핵무장을 위해 고려할 만한 단계적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단기적으로 미국과 ‘나토식 핵공유’를 추진해 주한미군 또는 한국군 군사기지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플루토늄 재처리·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학계에선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경우 재처리·농축 시설 건설에 2~3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보고 있다. 핵무기 투발 수단의 경우 한국군도 이미 여러 종류를 확보한 상태다. 재처리·농축 시설을 건설하는 동안 기폭장치만 완성하면 3~4년 안에 자체 핵탄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좌고우면할 시간 없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는 미국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핵무기가 한국 생존은 물론,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미국에 심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이 진영 내 첨병이자 핵심 국가로서 역할과 소임을 다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 ‘역할과 소임’은 다시 말해 미국과 서방세계 입장에서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조치다. 현 시점에선 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격적이고 적극적인 무기 지원이다.

    북·중·러는 한국을 향해 여러 차례 적의(敵意)를 드러냈다. 그들이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협하는 무력 수단을 고도화한 지금, 더는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진영 선봉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결단을 내린다면 수년 뒤 대한민국은 손에 핵무기를 쥐고 여전히 번영을 구가할 것이다. 반대로 지금처럼 피아식별도 못 한 채 우왕좌왕한다면 동맹으로부터 버림받고 적성국들의 공격을 받아 만신창이가 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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