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왼쪽).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동아DB, 자료 | 한국리서치·서던포스트·한국사회여론연구소·여론조사공정·한길리서치]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2일 전국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지지율 40.4%로 윤 후보(38.5%)를 오차범위 내인 1.9%p 앞섰다(그래프 참조·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8.2%), 정의당 심상정 후보(3.3%)가 뒤를 이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1월 29일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에선 윤 후보 지지율(43.5%)이 이 후보 지지율(38.1%)보다 오차범위 밖인 5.4%p 높았다.
박빙 지지율에 여야 아전인수 해석
이 같은 접전 양상은 설 연휴 전부터 연휴 초반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1월 27~29일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37.8%)가 이 후보(33.2%)를 오차범위 내인 1.5%p 차로 앞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를 받아 1월 28~29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선 윤 후보(41.6%)가 오차범위 밖인 3.7%p 차이로 이 후보(37.9%)를 앞섰고, 같은 기간 서던포스트가 CBS 의뢰로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이 후보(33.0%)가 윤 후보(32.5%)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여야는 두 후보의 박빙 지지율에 대해 아전인수 격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위원장은 2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설 민심에 대해 “대체로 ‘일 잘하는 사람은 이재명 후보가 아니냐’ ‘위기 극복 면에서 검사 생활만 한 분(윤 후보)보다 행정 경험이 있는 이 후보가 더 잘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우세했다”고 평했다. 반면 같은 날 국민의힘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설 연휴 민심은 한마디로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두 후보 지지율이 박빙이라는 것은 설 민심이 지지율 변화에 큰 영향을 못 미쳤다는 방증”이라며 “과거 12월 대선(1987년 직선제 개헌 후 13~18대 대선)과 달리 명절과 선거일의 시간적 간극이 좁다 보니 지지 후보를 이미 정한 유권자가 많고 코로나19 사태로 친척과 만남이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대 후보 지지율이 보합세를 보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연휴가 시작되기 전 두 후보를 둘러싼 새로운 대형 변수가 없어 설 민심도 이전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점화되고 있는 두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가 막판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1월 28일 SBS는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를 대신해 의약품을 받아 전달하는 등 사적 심부름을 했다”는 전직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 씨의 주장을 보도했다. 1월 31일~2월 1일 채널A 보도로 의혹은 더 커졌다. 전직 경기도 5급 공무원 배모 씨가 A 씨에게 “(김혜경 씨) 처방전 약, 약국 가서 받아오라”며 의약품 대리 수령을 지시하거나, 김 씨에 대한 의전 소홀을 지척하면서 “기본적으로 윗사람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고 나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기록 및 통화 녹취가 공개된 것이다. 2월 2일에는 김혜경 씨가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측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향해 배우자 리스크 ‘맞불’을 놓았다. 2월 2일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이것(김혜경 씨 관련 논란)보다 오히려 김건희 씨가 검찰총장 부인이라는 이유로 한동훈 검사장에게 ‘검언유착’ 당시 4개월간 9차례 전화하고 332차례 카카오톡을 주고받은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 후보 측은 설 연휴가 끝난 직후 사과로 논란을 진화하려는 모양새다. 2월 3일 이 후보는 서면 입장문을 통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제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누가 덜 실수하느냐’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정치학 박사)는 “김 씨는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을 제외하고는 이미지가 나쁘지 않아 이제까지 공식 활동에 나서 이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며 “이번에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후보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은 후보는 물론, 부인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이어지는 이례적 선거”며 “김혜경 씨나 김건희 씨에 대한 추가 의혹에 따라 두 후보 지지율이 적잖게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앞으로 각 대선 후보가 실언·실수를 얼마나 최소화할지 여부와 대선 후보 TV토론 성패를 남은 변수로 꼽았다. 2월 3일 여야 4당 대선 후보가 참석한 첫 TV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 석상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윤 후보는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이 후보에게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이 맞느냐”며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내가 이익 본 게 없다”며 “김만배 누나는 왜 (윤 후보) 아버지 집을 샀을까”라며 맞불을 놓았다. 두 후보는 안보, 경제 정책 등을 두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이준한 교수는 “선두를 다투는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서로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유권자를 실망시킬 수 있는 실언을 줄이는 것이 사실상 마지막 변수인 만큼 ‘누가 덜 실수하느냐’가 대선 막판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창렬 교수는 “TV토론 결과가 대선 정국에 크게 작용할 것 같다”며 “대선 후보들이 토론에서 보여준 모습이 1~2일 후 여론조사에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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